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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이력 - 평범한 생활용품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
김상규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8월
평점 :
< 사물의 이력
>
주말 아침, 우리집의 애청 프로는 단연
"진품명품". 꽤 오래되었다.
등장하는 물건들을 보면 하나하나
'이력'이 대단하고 부러워서
나도 관심을 기울이고, 가치를
매겨보기(?) 된다.
그러면서 되새겨보는 하나둘 사라져간 나의
옛 기억 속 그 물건들.
평소엔 생각지도 않다가 부모님 혹
친척어른들과 얘기할 때면,
그때 그랬지, 그 물건들은 어찌 했는지
물어보고 아쉬워하곤 한다.
옛 물건들이 가득 쌓여있던 시골
할머니댁의 창고방,
갖가지 살림살이는 내 소꿉장난과 놀이의
도구였고
아무도 터치하지 않아 자유롭게 가져놀던
즐거움의 공간,
작은 화장대, 문갑, 뒤주부터 안쓰는
트렁크, 바구니들, 그릇, 옷가지들까지.
어린 시절엔 방학이면 그곳에서
살다시피했었는데, 왜 사라졌을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집을 관리 할 수
없어서 그렇게 되었나 아쉽기만하다.
강렬한 표지 속 카세트 테이프의 깔끔함이
눈길을 끌어 우연히 들쳐보다가
녹색대문 사자머리 대한 이야기에 혹하게
된 <사물의 이력>이다.
저자 김상규는 사물에 대한 관심을 담은
글을 쓰는 디자이너 전공 교수님.
소소한 생활 속 '무심코 지나쳤던
사물'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목차만 봐도 야릇한 흥분과 기억에
휩싸였던 책.
우리집 대문 역시 초록대문에 사자머리
손잡이, 녹색이였다가 검은 색이 되었고
어느날 갑자기 나무대문으로 바뀌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태풍에 그 튼튼하던 대문이 날아간
후 스탠으로 새로 했었던.
또한 그 많던 내 카세트 테이프들은
어디로 간거지?
그래도 집엔 여전히 부모님의 턴테이블과
LP판들은 자리잡고 있긴 하다. 구석에.
책을 읽기도 전에 예전 물건들을 찾고
기억해내면서 즐거웠던 책.
새것을 좋아하던 철없던 시절이 지난건지,
이 책이 계기가 된 것인지,
옛 물건들이 새록새록 좋아지고
그리워진다.
디자이너라 그런지 저자의 관찰과 이야기는
세세하다.
'사물의 이력'답게 역사와 쓰임,
유행까지도 기억을 되짚어주고
사물 이면의 의미와 변화까지
알려주니
사물 하나하나가 우리의 일상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로 존재했었구나 싶어
또한 내 무심한 신경을 한탄하며 새삼
깨닫게 된다.
백열전구, 타자기, 카세트 같은
일상다반사적 사물에서
내 추억을 불러왔던 초록대문 사자머리와
개다리소반 같은 옛 물건,
컨베이어 벨트, 호출기, CCTV같은
도시의 단상,
개집(요즘 일부 개들은 상팔자이다),
고무신발(크록스) 같은 유행물품,
책상 심지어는 수저통까지 디자이너적
작품인 이유.
특히 생각지도 않은 '지게'이야기는
돌아보지 않던 주변을 한번더 살피게 된다.
(동대문에 가면 아직도 지게가 있다.
잊고 있었네)
정말 이런 사소하고도 풍부한 이야기를
읽게 될 줄 몰랐기에
이 책이 주는 즐거움에 푹 빠졌었다.
상식적이고도 예의적인 이야기들.
불만 딱 한가지. 목차분류가 좀
애매했다고 생각이 되는데
차라리 시리즈물로 나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호감가는 책인데.
즐거운 과거여행을 위해, 더불어
'관찰'에 대한 새로운 이해로
가을을 맞은 내 삶과 감성을 충분히
부풀어오르게 한 책 <사물의 이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