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뒤집는 세계사
박홍순 지음 / 르네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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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로 뒤집는 세계사 >

 

늘 과거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 찾아보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지만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는 사실(혹은 진실)이 늘 고깝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언제나 기록 뒷면을 지긋하게 살펴보곤 뒷얘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패자의 입장도 들어줘야 할텐데 그들은 역사를 남기기 힘들겠지만 싶어지는 마음.

어떤 역사든 그래서 야사가 존재하는 이유겠지.

 

미술로 찾아보는 세계사는 이미 질릴만큼 봐왔었지만

뒤집어본다는 세계사는 눈길을 끌기 충분한 책이였다.

남겨진 그림들 역시 승자의 기록이겠지만,

뛰어난 화가들이 '왜곡된 진실' 속에 숨겨둔 많은 암호와 메세지가

두근거리는 기분좋게 흥분시키는 책 <미술로 뒤집는 세계사>이다.

 

저자 박홍순은 이미 미술과 철학을 접목한 여러 권의 책을 썼다니 믿고 읽었다.

그러고 보니 '인문학'이 화두였던 연초에 들어본 듯 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두께나 자료들을 보면 작가의 깊이있는 필력에 확신이 들기도 하고.

 

<노인과 여인 Roman Charity : 루벤스 1630년 추정>

 

 

여러 버전으로 그려진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충격 그자체였다.

젊은 여인의 젖가슴을 빨고 있는 노인의 모습은 파렴치하기 그지 없지만

로마시절 죄를 지은 늙은 홀아비 키몬의 외동딸 페로가

굶겨죽이는 형벌을 받은 아비를 면회할 때 그 목숨의 연명을 위해

자신의 젖을 내어줬다는 설명에 더욱 소스라쳤던 기억이다.

그리고 다른 버전의 그림들(작가미상 포함)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푸에로토리코 국립박물관에 걸린 <노인과 여인> 그림은

독재정권에 항거한 독립투사와 딸의 모습에서 숭고함을 찾는다고 한다.

 

"아마 역사만큼 통녕이 강하게 작용하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서구적 시각의 도입이 우리 사회 전반에 편견과 왜곡으로

반복적으로 녹아들었다는 걸 인정하고 책읽기와 올바른 관점을 권하는 저자는

인류 역사에 전환점같은 사건을 중심으로 엮었다고.

내가 원했던 논점이라 읽는 동안 내내 즐거웠던 이유이다.

 

구석기부터 농경시대, 그리스-로마를 거쳐 십자군 종교전쟁까지.

무엇보다 등한시 되지 않은 중국 진시황과 몽골제국.

또 서구 기독교의 배척에도 꿋꿋했던 이슬람 문명,

프랑스 나폴레옹 혁명(이 부분은 연결이 좀 뜬금없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음),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발발, 사회주의,

그리고 프랑스 자유혁명(68혁명이라고 명명되어졌었구나)까지.

 

부끄럽게도 처음 보는 그림이 너무도 많았다.

저자의 꼼꼼한 세계사는 희미해진 내 기억을 더듬어내는

기분 좋은 시간이였지만, 책 속의 자료 그림들은 눈길을 잡아두었다.

특히 페르시아 세필화나 몽골의 그림들은 신기할 정도였다.

왜 이때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었을까.

 

한정된 이야기 속의 깊은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 찾아보며 읽느라

진도가 더딘 책읽기였지만 그 덕에 그림을 찬찬히 잘 볼 수 있어 좋기만 했고.

더 많은 격동의 시간이 있었을텐데 시리즈로 나왔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아쉽기도 하고.

이런 시절들을 지나 이 세계의 한부분에, 보이지도 않게 작은 한 점으로

내가 살고 있구나 싶다. 또한번 세계사에 관한 관심이 되살아난다.

 

세계사를 읽히기 도구(?)였던 그림, 정말 멋진 조합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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