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 추적자들 -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지식인들의 발칙한 에덴 탐험기
브룩 윌렌스키 랜포드 지음, 김소정 옮김 / 푸른지식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 에덴 추적자들 >

 

기독교인인 한 친구는 '에덴'을 구원을 받은 자들이 머물 수 있는 선택된 곳이라고 하던데

이런 선택된 곳을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은 종교 차원을 넘어선 인간의 지적요구가 아닐까 싶다.

'에덴', '유토피아', '무릉도원'. 끝없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옛 서적, 전설, 종교, 역사들의

실마리를 잡고 염원적 장소(에덴)를 찾으려는 사람들도 많겠지. 나도 이렇게 궁금한데.

 

종교학을 전공한 저자 브룩 윌렌스키 랜포드는 실천적 과학자였던 작은 할아버지 월리엄이

성서의 에덴을 찾는데 몰두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에덴'을 찾아나섰던 이들의

기록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에, 또 에덴을 왜 찾을 수가 없는가 하는 의문과

에덴이 존재한다면 그 존재는 무엇인가 하는 자문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인류가 가진 모든 지식을 '통섭'하여 에덴을 찾아가는 이 책은 기대가 참 컸었다.

에덴을 찾아낼 단서, 확신적 정황들과 과정이 얼마나 흥미진지할지 마음이 다 설레였는데

결과적으로 이 책 <에덴 추적자들>은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느낌이였고,

인류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엄숙함과 허무맹랑한 근세적 믿음(?)의 경합 끝에

인류가 과학적 인지를 앞세워 발전적으로 나아갈 입지를 마련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기독교적 창조론의 붕괴를 공식화했던, 1925년 원숭이 재판으로 불린 "스콥스 재판"은

"인류가 무식하고 원시적으로 남기를 바라는 멍청한 종교인"으로 비춰진 전문 종교인들에 의해

에덴의 존재조차도 위협받게 했던 역사적 사건이라 흥미롭다.

 

진화론을 가르치고자 했던 과학교사 스콥스가 기소된 이 재판은

그를 변호한 인권변호사 클래런스 대로우가 성서 자체의 실존을 위협하며

이 재판의 증인으로 나선 월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을 몰아세웠다.

이브가 정말 아담의 갈비뼈였는지,

뱀이 기어다니기는 것이 이브를 유혹한 탓인지,

고래에 먹힌 요나가 실제 살아났을지 등등 "성서에 그렇게 적혀 있으니까"라는 답변뿐이라니.

그렇다고 브라이언이 꽉막힌 종교인은 아니였기에 이 대목이 더욱 흥미진지했던 것 같다.

(실제 월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은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정치경력이 있다)

 

 

 

 

이 책에는 다른 이야들도 많이 실려있는데,

북극에 혹은 미국 원주민의 유적지에 에덴동산이 있다고 주장을 하기도 하고

몽골사막이나 플로리다의 지질층에서 또 몰몬교의 미주리가 에덴이라는 가설을 펴기도 한다.

페르시아의 바다에 에덴이 가라앉았다는 고고학 교수도 있고,

이라크의 쿠르나 지역 '지혜의 나무'가 이브의 선악과 나무라고도 했다.

(그러나 책에서 선악과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서인가?)

 

 

 

 저자는 특히 지혜의 나무가 있는 쿠르나 지역에 관심을 보였는데

실제 성서의 에덴동산에서 흘러나온 4개의 강줄기 비손, 기혼,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중

티그리스-유프라테스의 지명이 지금도 확실시 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비손, 기혼 강은 실제 의견만 분분할 뿐이다)

 

이 많은 에덴을 찾는 이야기들의 뒷얘기가 호기심을 더 부추기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고고학과 신학 전문가들은 에덴찾기를 대부분 포기했지만

비전문가들에게 더 달아오르는 열기가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에덴은 누가 어떻게 찾아낼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간만에 흥미로운 책을 읽게 되어 신났었지만, 아쉬운 점은

기독교의 한 끝자락 가지에 매달려있는 동아시아(우리나라 일본 등)는

절대 소외되었다는 부분이다. 역사가 그러한 것을 어찌할 수 없지만.

 

언젠가 평화로워진 이라크의 쿠르나의 '지혜의 나무'를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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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람 - 마음이 맑고 깊어지는 고전 공부
김학경 지음 / 보누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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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인생을람 - 人生乙覽 >

 

요즘 인문학 열풍이라더니 손에 잡히는 책은 죄다 그러한 듯.

읽다보니 나도 덩달아 인문학 열풍에 젖어들었지만

딱히 기준을 세워 책을 읽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보니

독서의 열의는 떨어지고, 깊이는 얕아지고, 진가는 알 수가 없어 허탈했는데

이 책 <인생을람>은 내가 듣고 알았던 고전들 중 액기스를 뽑아 모아

편저를 하였다 하니, 뭔가 방향성을 찾을 수 있으려나 싶어 읽게 되었다.

 

내 목적에 맞게 이 책은 "우리 삶에 촌철살인이 될 수 있는 글들"을 모았고

직역을 했으며(의역보다도 직역이 더 좋아지는 독서기질이 최근에 생겨남)

한번쯤을 들어보았을 고전들에서 "삶의 의미"를 논할 수 있는 구절들"을 뽑았다하니

기대가 많았던 책이다.

 

논어, 명심보감, 법구경, 사기, 장자, 채근담 등등의

잘 알려진 스테디셀러 수준의 책도 있지만,

고문진보, 안자춘추, 예기, 주문공문집, 회남자 등의

숨은 고전을 소개받을 수 있어 좋은 책이다.

소제목의 소개와 직역, 원문과 음(한자어에 약한 사람에게 센스만점이다)의

딱 떨어지는 소개가 좀 밋밋하기는 하지만, 찾아보는 수고를 줄일 수 있어 괜찮았다.

 

어찌보면 너무 소탈한 책 내용이 탈무드의 한부분 같은 느낌이고

잠언집으로 엮인 비슷한 부류의 책들이 많다보니 이 책도 고만고만하게 여겨지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의 장점은 가볍게 느껴지는 이면에 찾아낼 수 있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깊이가 있다. <탈무드>를 읽고 또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고

그 깊이가 달라지듯이 이 책도 그러한 듯.

 

어느 깊은 밤, 고민이나 스트레스로 괴로울 때 이 책을 찾게 되지 않을까.

문제를 내던지지도 답을 요구하지도 않는 시간에 빠져들고 싶어지고

삶의 의미에 초점이 맞춰진 고전의 한구절을 읽을 싶은 고요한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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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진 들녘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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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을 진 들녘 >

 

박경리 선생님의 작고 이후, 재출간되는 단편, 장편 소설들은 정말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에 연이어 박경리 작품들을 읽다가 생각한 것인데, 대하소설 <토지>는 예외적이지만,

수십 년의 시대차를 느낄 수 없는 다양한 레파토리의 작품들 속

인간 군상들의 모습과 갈등이 지금의 우리와 다른게 전혀 없으니 의문만 생겨난다.

박경리 선생님은 반세기를 넘어, 우리네 삶들을 미리 보았던가?

 

이 책은 역시 1961년에 연재된 작품이라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 시절의 보수적인 사상에 정면으로 맞서는 통속적 인간관계는 모두 털어넣었으니 말이다.

큰 반향을 불러왔으리라 생각되는 <노을진 들녘>은

박경리 선생님의 대표적인 작품은 아니지만, 영화로 제작되어

주인공 주실, 영재를 엄앵란, 신성일이 주연으로 출연할 정도였다고.

 

송주실과 윤영재의 근친상간, 주실과 성삼의 강제적 결혼과 비정상적 관계,

할아버지 송노인의 옹고집(물론 이해는 되지만)이 불러온 파국과 자살,

영재의 비겁한 자기합리화와 이에 못지 않는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완벽하게 요즘 방송 드라마의 대표적인 막장 스타일이라 생각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저돌적인 여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성삼의 엄마를 비롯하여 일혜, 민여사 등등.

폐쇄적이고 작위적인 등장인물들의 관계 때문에 더욱 그러하지만

그럼에도 달필의 작가 손을 빌어 쓰여졌기에 고스란히 드러난

고뇌와 본능, 욕망, 갈등 등의 이기적인 면모가 지극히 인간적이여서 놀라울 뿐이다.

 

나름 최근의 책과 견주어 불편함없이 읽히는 책이고,

주인공들의 허접한 인간성과 도덕성이 작가에 의해 덧칠되어

지극히 겁먹은 인간의 행동으로 보여지는 것이 불만이긴 하지만

그러하기에 이 책이 쓰여졌다 생각하며 편하게 읽으면, 또 잘 읽히는 책인 듯.

 

이 책 역시 '박경리 스타일이야' 생각하며 덮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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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
이광호 지음 / 홍익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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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 >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저자가 밝힌 바대로, 이 땅에 나고자란 이들은 초등 교육부터 이 대학자들의 이름을 알게 된다.

정치적 견해와 당파, 학문과 철학의 깊은 사상을 파고들지 아니하더라도

많은 에피소드를 가진, 위인의 반열에 올라 조선의 성리학을 양분한 퇴계와 이이.

30여년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동시대를 살았던 대학자들 간의 서신 교환에 관한 책이라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편역자 이광호 교수는 퇴계의 삶과 학문에 대한 연구자이기에

율곡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걱정했지만, 이 책은 완벽하게 두 학자를 설명해 내었다고 본다.

퇴계가 하늘을 향한 궁극의 진리에 대한 앎과 실천을 통해 우리의 삶과 하늘을 하나로 연결지으려 했다면

율곡은 우주만물을 향하는 진리가 땅에서 살아움직이는 현실적인 올바름을 다잡는데 적용하고자 했다.

퇴계가 마음과 인간 내면의 문제에 치중했다면, 율곡은 현실적인 정치를 더 중시한 것이다.

 

정치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치열한 갈등과 대립으로 서로를 비난하며 깎아내릴 수 있던 두 사람이지만

연륜이 뭍어나는 학문적 존경은 대단했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견해와 힐난에 있어서 서로에게서 물러섬이 없었다고 본다.

그리고 정치적 충돌 역시 그러했다고 알고 있다.

 

이 책은 일단 서문을 읽고 들어가는게 중요하다.

저자가 조선시대의 정치적 상황과 학문적 추이를 적절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기에

어떤 관점에서 책을 읽어야하는지 특별히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다만 대학자들이 주고 받은 서신의 풀이와 주석, 보충해설이 원문을 자세히 풀이하기는 하지만

원문보다도 더 눈길이 가기에, 원문에 시선이 오래 머물지 않았다.

물론 한자에 약한 내 무지가 이유겠지만.

그래서 주석에 달려나오는 많은 책들이 숙제로 남겨졌다.

 

어렵게 읽고자 한다면 한없이 어렵고, 쉽게 읽고자 한다면 쉬운 책이다.

스스로 기본적 지식이 좀 있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봐야 할게 많다. 반성.

내용에는 요즘의 세대처럼 그 때도 줄인 말도 있고, 말장난도 있다.

옛 지명과 직책, 서책들, 친구를 대하듯 불러주는 선인들의 별칭이 새록하게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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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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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참 예쁜 책이다.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사랑을 이다지도 간결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기대가 넘쳤다.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는 바로 나니까.

故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의 가사를 쓴 시인 류담이

얼마나 절절하고 정감 넘치는 글월로 위로를 전해올까 했다. 그의 산문집이라 하니.

 

그런데 참... '시바와 조낸'으로 시작해서 '시바와 조낸'으로 끝나는 이 산문집은

시인 류담의 인생과 심장을 가감없이 드러내보인 듯 하다. 쓰디쓴 인생록.

거침없는 글 속에서 왜 외로웠는가, 왜 슬펐던가, 왜 고단했던가를

그대들은 당신은 정녕 왜 그러했는지를 아는가 물어보는 듯 하다.

그의 인생을 엮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헛웃음은 헛웃음이 아니였음을.

 

생활고에 밀려 찾아든 시골집 주인아저씨와의 생활.

현실은 최악이지만, 그의 마음은 가장 편안하지 않았나 싶었던 이야기들.

"유씨가 그걸 알아서 뭐하게유?"

"이봐 유씨! 유씨는 ~~의 세계를 알아유?"

동심의 세계, 여자 프로 축구의 세계, 계곡물의 세계, 엽서의 세계,

부락 대항 면민 체육대회의 세계를 입에 달고담던 아저씨의 뻑큐 한방!!

"싸나이의 순정엔 미래 따윈 없는 거유"

계속되는 내면의 아름다움의 세계, 뽕밭의 세계, 혼숫감의 세계를 얘기하는

이들의 대화를 들여다보면 궁극의 만담을 듣는 듯 재미났다.

 

산문집들을 간간 읽었던 이유는 저자의 삶을 엿보는 와중에

나의 삶이 그 곳에 있고, 또 위로를 받고, 또 웃음을 되찾기 위해서가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가장 혼자되었을 때 구원받는 것이다."

혼자만의 소통이 세상을 향한 소통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책이다.

 

시인의 세계를 잊지 않았던 류담은 중간중간 그의 세계를 보여준 것으로 너무 만족스럽고,

그의 인생을 까발려서라도 우리의 삶이, 또 상처가 사랑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함께 바램의 의지를 보여준 듯 해서 한결 따뜻해진 마음을 느낀다.

그의 지인들과 어머니와 들비, 주인집 아저씨 그리고 .. 나.

 

시바와 조낸이 귓가에 맴돌기만 하니, 처량하지만 웃음났던 이 책을 다시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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