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
빌리엔 & 오르바르 뢰프그렌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너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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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 >

 

"캠핑가서 멍 때리는 것, 그것이 진짜 삶이였다"는 캠핑에 빠진 친구의 말이 가당찮았는데

최근엔 오히려 나의 멍 때림의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시간에 좀 집착하는 편이라 약속도 5분 전에 도착하고, 여행도 시간단위로 계획을 짜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을 "찬양"하는 속내를 알고 싶어 읽었던 책.

 

문화 및 미디어연구학 교수인 빌리 엔과 유럽 인류학 교수인 오르바르 뢰프그렌은

생산성에 목메고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들'을 주목하고

문화, 인류, 사회적 의미를 최초로 연구한 학자들이라 한다.

 

이 연구는 줄서기 등의 기다림이 창의적 상상에 의한 경쟁 속으로,

운전 혹은 계단 오르기 등의 일상의 습관이 독창적 사고에서 이어지는 생동적 행동으로,

몸이 다른 일을 할 때 머릿속에 펼쳐지는 공상들 역시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에 주목했다.

멍 때리는 동안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무위와 비사건),

흥미로운 현실은, 창의적 상상에 의존한 생산적이고도 흥미로운 일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

 

솔직히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책.

그랬기에 기대치가 너무 높았었나, 이 책은 거의 사회학 책 수준이다.

기다림, 일상의 습관, 공상에 관한 이야기들은

논문을 인용하고 연구방법과 예시를 늘어놓아 결론을 도출했지만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에 대해서는

내가 원했던 답은 없었다(사실 어떤 획기적인 답을 원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실망.

 

회의시간을 어겨서 뒷일정까지 미뤄지는 피해를 주고도 아무렇지 않은,

약속을 1시간이나 늦고도 일상이라 말하는,

시간개념이 부족한 사람들과 충돌하는 생활에 지쳐서 뭔가 답을 바랬던지라

나름 흥미로운 내용들이지만 흥미롭지 않게 읽었던 책.

 

생각해보면 우리의 뇌와 감각들이 움직이는 이상, 완벽한 멍 때림(휴식?)은 없을 듯 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순간을 보내는 그 이면의 이득 혹은 장점을

스스로 납득하고 이해하게 될 책이였으면 했지만

결국 장점보다는 그 순간에 인간의 특징 중 하나인, 경쟁돌입모드의 과정을 본 듯 하다.

 

흥미롭고 관심끄는 책이였지만, 연구를 위한 연구과제일 뿐이였다는 생각이 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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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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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데드맨 >

 

6건의 살인과 6구의 토막난 사체, 이 각각의 사체들에서 1토막씩을 빼내어 모은다면??

빼낸 시체만으로 구성된 새로운 사체 1구가 만들어진다!!

예전에 읽었던 추리소설 중 비슷한 트릭을 생각해내었기에 흥미가 급격히 떨어졌던 책.

형사 앞으로 보내진 익명의 이메일 역시 일련의 추리를 요구하는 트릭까지.

그런데 이 책은 철학적 질문을 던져줬다.

각각의 토막들로 만들어진 그를 과연 누구라 할 것인가!!.

 

저자 가와이 간지는 출판사에 근무하며 데뷔작으로 쓴 <데드맨>이

2012년 32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대상'의 대상에 수상되었다고.

사실 이 책이 이 상의 수상작이라는 점에 눈이 번뜩 뜨여 읽기 시작했다.

요코미조 세이시는 '긴다이치 코스케' 탐정 시리즈로 유명하며,

이렇게 창조된 가상 인물인 긴다이치 코스케는 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로

내가 흠뻑 빠졌었드랬다. 흠흠.

 

나름 기대가 커서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단숨에 읽어낸 책.

추리를 따라가면서도 트릭에 빠지지 않으려는 내 노력은 허사가 되진 않았지만,

트릭같지 않은 일은 트릭이였고, 트릭이라 의심했던 부분은 트릭이 아닌

작가의 산뜻함(?)과 상상도 못했던 잔인함과 기발한 상상의 현실화가 뭉쳐,

솔직히 놀랍도록 만족스러운 책이다.

긴장감과 속도가 대단하니, 사실 딴짓할 겨를도 없었고.

 

처음부터 범인이자 범인이 아닌 '내'가 쓰는 혼란스러운 일기,

도쿄의 각지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수사를 대행하게 된 형사 가부라기는

사건이 미궁에 빠져들 즈음에 '데드맨'의 이메일을 받고 이메일 속 단서들을 찾아가며서

사건과 그 반전이 눈 앞에 드러나게 된다. 그 중심에는 사라진 사체들의 소재,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체들로 이루어진 그녀, 다카사카 시온이 있다.

 

40년을 타인의 눈을 속여온 변태이자 인격을 상실한 무면허 의사였던 노자와 내각장관,

그의 비열한 행위 속에 고통받은 자들(엄마 다니야마 시즈, 형사 겐다 슈조)이

수면에 드러나면서 긴박하고 숨막히지만, 메스를 휘두르는 '나'를 응원하게 된다.

그 '나'가 진짜이든 가짜이든.

 

내용이 극악하게 잔인하고, 수법 역시 섬찟해서 일본 추리소설 중에서도

한 획을 그을 정도의 무겁기도 하지만, '나'의 이야기 속에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잔인함과 역겨움에 소름끼치게도 동조하게 되고

인간임을 거부하고 싶은 패배에 젖어들게 한 책 <데드맨>.

 

추리소설에서 철학에 발목잡혀 깊은 생각에 빠져들지 상상도 못했는데

이 책을 추리소설라 해야 할지 철학소설이라 해야할지 곤궁해진다.

 

웬만한 추리, 미스터리 소설을 읽어내어 밍밍해진 찰라에 눈에 띈 <데드맨>,

잔혹한 사건들을 따라감에 철학적 사색이 깊어지는 퓨전스럽지만 만족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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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플레이스
길리언 플린 지음, 유수아 옮김 / 푸른숲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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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다크 플레이스 >

 

일본 스릴러에 빠져있다가 최근에 우연히 읽게 된 <나를 찾아줘>.

심리 스릴러라고 하기엔 미흡했지만(어느정도 결말이 예상되었기에)

작가의 필력과 책의 흡입력은 대단했었다.

 

그랬던 <나를 찾아줘>의 작가 길리언 플린의 새 책 <다크 플레이스>.

'헐리우드 파워작가'라는 애칭을 가진 그녀의 이 작품도 영화화 되었다고.

 

이 책 역시 필력과 흡입력이 대단했으며, 무엇보다 반전의 묘미가 새록했다.

어느 밤 엄마와 두 여동생이 살해된 집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벤 데이,

잘 조작된 계획(후에 반전)에 의해 이미 범인으로 결정이 되고도

무엇보다 항변을 단한번도 하지 않았던 벤의 진실이 궁금증을 더한다.

 

친오빠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리비 데이,

범죄구성을 위한 조각들은 소곤소곤대는 작은 험담처럼 어린 소녀에게

한 인생을 파멸로 이끄는 역할을 강제시킴으로

본인도 제대로 인성을 갖춘 인격으로 성장할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깝다.

 

우울함보다 울적함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표현했던 엄마 패티,

단지 조잘거리며 나서는게 좋았던 미셸, 그리고 아기 데비.

다크 플레이스(위험 지역)는 이야기를 풀어감에 따라

이 끔직한 살인사건이 단지 상황이 만들어간 것임을 알려준다(후에 또다른 반전이 있지만).

어쩌면 평범한 일상이였을 그 집.

 

24년을 묻고 살았지만, 제대로 생활을 할 수 없어 돈이 필요했던 리비는

돈벌이를 위해 이 사건을 들추어내는 과정에서 슬며시 풀려나는 진실들.

그렇기에 반전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던 구성이 재미있다.

 

디온드라와 크리스탈의 등장과 뜬금없는 캘빈 딜의 이야기가

결말을 삼천포로 끌어내기는 했지만, 숨겨진 반전은 제대로 낚아올린다.

리비와 벤이 품었던 진실과 숨겨진 반전은 '데이 가족'이

왜이런 혹독한 댓가를 치뤄야 했는지에 대한 의아함을 풀어준다. 깔끔하게.

 

이 책의 찬사는 그리 호들갑스럽지 않은 듯.

최근의 스릴러를 보면 너무 꼬아두는 경향이 심하지만

이 <다크 플레이스>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하여

이를 따라가다 보면 왜 그런 일들이 꼬여가기만 했는지를 이해시켜주기에.

 

재미있는 책이고,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잘 만든 영화보다 책이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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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 64 >

 

일본의 미스터리에 폭 빠져서는 편독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그 책들은 그 무언가가 끊을 수 없는 향을 뿜어내는 것 같다.

이 책 < 64>는 그 중에서도 검증받는 몇몇의 작가들( 미야베 미유끼, 히가시노 게이고,

우타나 쇼고 등등등) 중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이다.

(히데오의 작품은 드라마화 된 것이 대부분이다)

 

저자 요코야마 히데오 역시 매니아층 독자를 가진 작가로

기자출신이라서 그런지 이슈가 될만한 사회성 짙은 내용이 많은 편이다.

이 책 <64>도 아동의 실종을 다룬 책이다(아니 시작은 그러했다).

 

1989년(소화64년 - 제목을 여기서 따왔다) 세뱃돈을 받으러 나가 실종된 쇼코,

이 실종사건은 14년동안 미제로 남겨졌었다. 주인공 미카미에게는 가출한 딸에 대한 걱정,

인사 교통사고를 일으킨 임산부의 실명공개를 외치는 기자들과의 대치상황,

신임 경찰청장의 가식적인 행정으로 쇼코의 부모를 만나 '64'사건을 해결하겠다고 하는

3가지 일들이 맞물려있다. '64'사건에 대한 동료 고다의 메모로 인해 이 사건에 다가가면서

미카미는 사건을 해결하는 것보다 숨기려는 경찰조직의 압력과 파헤치려는 기자들의 알력에

지쳐가지만, 종국에 그의 의지를 되찾게 된다.

 

책의 내용은 좀 어수선하다. 여러가지 일들이 다반사적으로 일어나

미스터리 특유의 추적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미카미를 둘러싼 집단의 내부적 외부적 갈등, 미카미의 개인 신상,

시간을 두고 사람들의 변모하는 모습들을 보면 섬찟한 느낌을 거두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이 일상다반사 같았던 일들을 하나의 유기적으로 엮어낸 끝에서 보여주는 것은

결국에 시작과 끝을 잇는 '아동실종'에 대한 사회적 경종보다는

인간의 욕심과 조직의 힘겨루기에 따른 인간적인 고뇌가 더 시선을 끈다.

미스터리를 가미한 사회고발소설 같은 분위기.

 

미스터리의 특성상 스포일러가 되면 안되는지라,

이 책의 반전을 공개하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지만,

요코야마 히데오의 이름값은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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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새롭게 - 맑고 향기롭게 근본 도량 길상사 사진공양집
일여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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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새롭게 >

 

법정스님이 많은 가르침을 남기시고 떠나신지 벌써 몇년.

법문도 많이 하시던 스님 한번 뵙고 싶다던 엄마 말을

때되면 찾아오는 아이들의 투정처럼 여겼던게 아쉽기만 하다.

입적하신 후에, 속세의 때 많은 인간군상들의

법정스님에 관한 책의 판권 다툼과 논란이 있었기에 스님의 다른 책들을 제쳐두고

오래된 <무소유> 한권만 읽으며 아쉬움을 달래곤 했는데,

스님의 사진공양집이라 설레였던 책 < 날마다 새롭게>이다.

 

서울 도심의 사찰 길상사.

여인네의 웃음을 팔던 요정이며 고깃집이였던 대원각을 법정스님께서 시주(김영한님)받아

1995년 6월 대한불교 조계종 송광사 말사 '대법사'로 등록되었다가

1997년 12월 송광사의 옛 이름 '길상사'로 사찰명을 바꾸어 창건되었다고.

 

저자 일여는 군 시절 접한 사진과의 인연으로 사진기자를 하며

불교사진에 애정을 기울이는 바, '사진공양'으로 길상사와 한국불교를 찍는 중이라고.

 

'사진공양'으로 허락을 구한 귀한 사진과 그에 따른 설명들이 든 책.

입적하셨기에 흑백으로 전환해 담아낸 법정스님의 일상과 법문 사진들,

정적이고 경건함으로 담았던 불교와 그 가르침들,

길상사 안의 자연과 불자들(혹은 관광객이였을지라도) 모습들조차

눈길을 잡아 오래오래 머물게하니,

책장을 넘기는 손길도 겸허해지고

저자의 담백한 설명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품집이다.

 

법정스님의 에피소드들은 웃음과 그리움을 피워낸다.

스님의 점심 공양에 국수를 삶으시던 맏상좌 덕조스님.

가장 좋아하시는 음식이기에 입적 1주기에도 국수를 영전에 올렸다고.

떡국 또한 좋아하셨다는 법정스님의 레시피가 독특했는데,

"표고버섯을 우린 물에 미리 불린 떡을 넣고

조선간장으로 간을 한 후, 땅콩버터를 넣은 떡국".

땅.콩.버.터..??

오타인가 해서 한참을 바라보았지만, 오타 아닌 독특한 레시피이다.

참 좋아하신 떡국이라 하니 시도해봐야 겠다.

 

길상사를 "불교 냄새가 나지 않는 절"로 가꾸는 것이 스님의 뜻이였다더니

사진으로 보는 길상사는 자연과 함께하는 맑음이고 향기로움이였다.

노리개였던 여성들의 한을 풀어주고,

인간들의 배를 채워주었던 짐승들의 극락왕생을 비는

길상사의 대웅전 격인 '극락전'을 비롯해

돌다리 하나, 풍경 하나, 연못, 가을낙엽, 설경조차 무뎌진 마음을 두드려주니

삭막하기만 했던 내 심장에 쿵쿵 뜨끈한 피가 돌아나오는 느낌이다.

 

무한한 평안함이 그리울 때 이 책이 답이 될 듯.

불교신자이든 아니든 상관치 않을 듯하다.

법정스님은 시대의 스승이고 멘토셨고, 길상사 역시 절이라기 보다 도심의 쉼터이기에.

 

가까운 곳에 있지만 과거의 쓰임이 그늘로 남아, 마음이 동하지 않았던 길상사.

이 추위가 조금 누그러지면 엄마와 한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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