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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니체 - 고병권과 함께 니체의 <서광>을 읽다
고병권 지음, 노순택 사진 / 천년의상상 / 2014년 2월
평점 :
< 언더그라운드 니체 >
널려있는 많은 철학서 중 결국 손이 가는 것은
대중의 부름(?)으로 스타로 떠오른 몇몇의 책들.
어려운 철학을 쉽게 잘 가늠한 책이 베스트셀러와 스타 작가를 만들고,
이런 책들이 편하게 읽히기도 하지만, 옥석을 가려내기 쉽지가 않던 와중에
고병권의 책 <언더그라운드 니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언더그라운드는 "모든 근거가 몰락하는 곳, 근거들의 근거없음이 드러나는 곳".
2010년 '언더그라운드'라는 단어에 필이 꽂혀
스스로를 언더그라운드 철학자라 칭한 저자 고병권.
저자 역시 스타 철학자로 인지되었건만.
이 책은 니체의 <서광(Morgenröte)>의 강독임을 저자가
미리 일러두었건만
그럼에도 주석을 달아제낀 강독보다는 인간적인 해석을 바랬는데
니체의 '참된 것의 인식'인 사물의 해독이냐 해석이냐 보다
철학 자체가 내게 해독이냐 해석이냐가 더 의문적인 시작이 되어버렸다.
저자의 아주 친절한(?) 설명으로 <서광>을 해부한 이 책은
니체의 방법론(계보학), 심리학, 사회학과 정치학, 예술론, 철학을 주제로
니체의 철학적 비판을 소개했는데,
지하를 파고드는 광부와 등급으로 나뉜 계보학자로 은유된 철학자와
근거를 뒤집는 철학에 몰입한 니체의 맹목에 대한 이해부터 브레이크가 걸렸다.
책을 읽으며 한문장을 여러번 연거푸 읽었던 경험도 참 오랜만이였는데
읽다보니 니체의 독설이 기존 철학에 날을 세웠던 이유가
들뢰즈의 "니체는 정신착란"이라는 폭언 속에 완성된 니체의 철학적 통찰이
정작 '건강'이라는 인간의 기반을 잃음에서 시작된 아이러니가 흥미롭긴 했다.
(근거를 잃는 시점에서 근거를 뒤집을 책 <서광>을 썼다니)
저자는 <서광>을 5챕터로 소개했지만 실제 백개 가량의 아포리즘으로 엮여있어
니체 철학의 다양함을 경험할 수 있다고(이는 니체의 '가면'으로 인식되었다).
니체의 이 아포리즘들을 읽는 것 자체가
"해석된 것에 대한 해석"을 우리의 삶에 견주어 보는 것이니
결국 어떤 가면을 선택할지에 대한 선택권과
그 영향에 대한 수많은 가면을 경험하는 것은 아닐런지.
어느 강의에선가 독설가이고 독신이였기에 결혼을 폄하했다던 니체도
실제로는 여인에게 청혼을 했엇었고(비록 거절당했지만)
결혼을 찬성했었다는 저자 고병권의 이야기가 재미있던 기억과
니체에 대한 '긍정'이라는 시선으로 엮었다는 책에 대한 기대로 시작했지만
속도가 나지 않는 지지부진한 고생 끝에 읽어낸 이 책 <언더그라운드 니체>.
(나에게 니체는 부정과 독설이였다)
호기롭게 시작한 이 책은 솔직히 두껍지도 않은 책이였건만
며칠을 제자리걸음하며 읽다보니 멍때리는 시간이 외려 가치있지 않을까 하는 자괴감과
문자익히기 수준(우리말 이해가 이렇게 어려웠던가)으로 퇴보한 정독과 통독으로도
도움되지 않았던 인내를 요했던 시간을 경험한 책.
니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저자가 이끄는대로
<서광>과 니체의 이해가 접근이 쉬울 듯.
어렵지 않는 설명과 강독이기만 솔직히 대충 눈요기로 처리하기엔 무리가 있지 싶다.
나만 그런가? 또 자괴감.
니체의 <즐거운 지식>, <도덕의 계보>등 이름만 들었던 책들의 인용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이 나름의 성과라고나 할까.
이 책들 역시 읽으려면 마음 단단히 또 단단히 먹고 읽던가, 말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