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도사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2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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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수도사 >

 

재미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인연이 없었던 <사형집행인의 딸>.

그런데 벌써 속편격인 시리즈2 <검은 수도사>가 나왔네.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에 덥석 읽기부터 시작한 책이다.

 

화려한 역사의 숨겨진 이면을 들춰보면 언제나 어둠 그리고 음울함이지만

그렇기에 오리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고전적 역사스릴러와 미스터리.

이 책은 당시 유럽의 암울한 분위기를 앞세워

주인공을 사형집행인으로 설정하고

템플기사단과 유럽의 역사를 엮어 호기심을 완전 채운 상태에서 시작했다.

상류층 사제의 미스테리한 죽음과 최하층민 사형집행인인 해결사.

정말 멋진 조합같다.

 

작가 올리퍼 푀치는 주인공인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의 모티브가 된

바바리아주의 진짜 사형집행인 집안 퀴슬가의 후손이라고.

특이한 이력의 저자는 이미 밀리언셀러이다. 이미 3편도 나온 듯.

 

역시나 1편의 등장인물들이였다고 하는

주인공 야콥 퀴슬과 그의 딸 막달레나, 그녀를 사모하는 의사 지몬 프론비저.

그들은 도넛에 의해 독살된 사제의 여동생 베네딕타 코프마이어와

사제가 죽음 직전 사인으로 남긴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

역시나 이들을 위협하는 수사무리들에 의해 산채로 매장당하는 수모와

기지를 발휘하는 명석함을 앞세워 위험으로 탈출해

십자군의 비밀(보물?)을 향해 나아간 그들.

 

병이 들면 약초에 의지하거나 마녀(마녀사냥이 휩쓸었지만)를 찾았던

민초들의 삶을 주인공들은 진정어린 의술과 약초로 달래주었다.

얼떨결에 제조하게 된, 열병을 낫게하는 기적의 약까지 얻게 되며

가장 천대받던 이들의 가장 거룩하고 따스한 손길이

마음을 훈훈하게 마무리하게 한다.

 

어느 시절이나 신분 차별은 욱한 마음을 부채질하지만

천대받는 최하층민인 주인공을, 머리가 트이고 똑똑하고 현명하며

따뜻한 심장과 열정적인 행동력까지 갖춘 인물로 등장시켜

그래서 직업조차 매력적으로 보이기에 더 신나게 읽었던 것 같다.

 

의외로 준주인공급인(예비사위?)의 직업인 의사조차도 천시되지만

설레이는 청춘의 신선함으로 무장한 지몬 역시 막달레나와 이야기를 쌍끌이한다.

달달하기도 한 이 청춘남녀의 약초 운반을 가장한 3편이 기대된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와 상상력이 더해진 이 책은

경험하지 못한 유럽 역사와 세속에 물든 종교의 추악한 면이 오히려 신선했다.

스토리도 흥미로웠고, 주인공들도 매력적이지만,

허구의 이야기가 실제 숀가우 지역과 아직도 남아있는 건물들,

실제 사형집행인이였다는 조상들의 이야기를 곁들여

그 구성의 뼈대를 만들었다는 작가의 말때문인지,

이 책은 정말 생동감 넘쳤다.

 

시리즈가 예정된 이 책에, 맛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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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성당 이야기
밀로시 우르반 지음, 정보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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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 성당 이야기 >

 

체코 프라하, 지나쳐가는 여행지의 낭만으로는 너무도 아쉬운 도시.

프라하에 대한 동경이 언제나 프라하에 관한 책을 설레이며 읽게 한다.

시공간을 넘어선 듯한 기시감과 비밀을 감춘 도시 프라하.

유럽의 많은 소설들이 종교를 기반으로, 성당은 배경으로 하게 되는 이유는

역사와 종교를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지만,

이제는 현대의 과거에 대한 동경이 더 접착있는 책들을 내놓는 듯하다.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인 밀로시 우르반의 작품은 <일곱 성당 이야기>가 처음이다.

1999년에 쓰여진 이 작품은 출간 당시 체코의 복잡한 사회적 역사적 격변을 겪었던

체코인들의 정서와 심리를 정확히 포착했다는 평.

(1993년 1월 체코-슬로바키아 연방이 각가의 공화국으로 분리. 이후 계속 혼란기.)

 

도시 프라하보디 낯선 나라 '체코'의 소설이라

베스트셀러임에도 소개는 더디였고, 그래서 이제야 읽게 되었지만

체코의 아련하고도 고즈넉할 아름다운 성당이 무려 7개가 등장한다하니

그 비밀스러움에 가슴이 진정시키며 읽었던 책이다.

(실제로는 6개의 성당이 등장하고 문제의 1개 성당을 찾아내는 것이 주인공의 활약)

 

주인공 K(크베토슬라프 슈바흐-슬라브의 나약한 꽃이라는 뜻?)는

옛건물에 관한한 사이코 메틀리(?)와 근접한 초능력을 가진

역사를 전공한 옛유적에 관심이 많은 소심한 전직 경관이지만

종탑에 거꾸로 매달린 남자의 사건을 우연히 맞닥뜨리고

 

중세 체코를 재건하려는(좋지않은 의미로) 그뮌드에게

K는 사설경찰직을 제시받으며, 잔인한 이 이야기를 파고 들어간다.

여러 인물들이 K를 위협하는 와중에도 살인사건은 계속되고

미지의 성당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K.

 

K와 그뮌드가 찾는 것은 완벽한 중세 건축양식인 고딕양식의 성당이다.

그뮌드는 14세기 완벽한 건축양식이 망가지면서 현대의 혼란이 야기되었기에

콘크리트로 점철된 건축 속에서 과거의 영광(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렐4세 시절)을

되찾겠다는 허황되지만 짠한 목표의식에 매진되어 있다. 살인도 마다하지 않고.

 

중간중간 읽어내기에 이해되지 않는 몇몇 부분을 찾다보니

프라하의 역사를 조금 알고 읽었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싶다.

체코의 영광에 대해서 미리 알았어야 했고,

체코의 종교에 대해서도 좀더 생각했어야 했었다.

단지 눈에 보이는 과거와 현재의 공존도시 같은 것 말고.

 

무엇보다 방법에서의 차이를 보이지만, 그뮌드와 K의 공동목표에서 탄식에서

현대의 콘크리트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하게 된다.

프라하의 아름다운 유산을 망가뜨리는 콘크리트.

"낮이나 밤이나 회색 콘크리트 사막"을 내려다 본다는 K의 중얼거림은

역사 이면의 스릴러적 이야기에 들떠있던 나를 침울하게 침묵하게 했다.

건조하고도 세밀한 표현력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잡아누르는 기분으로.

 

저자 밀로시 우르반을 체코의 '움베르토 에코'라고 한껏 치켜세웠지만

출판사의 마케팅이겠거니 했고,

단지 프라하의 배경과 종교적 스릴러가 소재면에서 끌렸었지만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내용적인 면에서 조금 황망했지만.

 

익숙치 않은 동유럽의 문화와 낯선 지명이 더디게 읽히게 했지만,

상상의 나래를 편다면 아주 훌륭한 역사여행이 가능한 책.

이름이 어려워 이니셜로 파악하며 읽는 방법도 추천~

주인공이 스스로를 K로 부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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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 - 왜 우리는 언제나 같은 곳에서 넘어지는가?
알프레드 아들러 지음, 변지영 엮음, 김현철 감수 / 카시오페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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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 >

 

몽환적이면서도 사실적인 깔끔함이 돋보였던 책표지,

표제의 뜨끔한 지적에 손이 절로 갔던 책 <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이다.

절정을 넘지 못하고 번복되는 좌절에 풀죽은 내 모습,

나 자신에게 최선의 방법을 제안하고 싶은 마음을 살살 달래는 기분이 든 책.

 

무엇보다 알프레드 아들러의 어록(?)이라 궁금했다.

아들러, 잊고있던 무언가가 어떤 계기로 인해 번뜩 생각나는 그 느낌.

예전 수업을 들을 때 프로이드, 융과 함께 아들러를 심리학의 3대 거장이라 했지만

시대적 사회적 부름이 아들러의 심리학을 배제하게 했다는 기억이 난다.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가 팽배했고, 열등감은 외면시했던 시절 덕에.

알고보면 그 열등감이 영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극제라는 말인데..

 

정신분석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는 '개인심리학'을 창안했는데

인간 행동과 발달을 결정하는 것은 보편적인 무력감, 열등감 등이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 보상으로 연결되는 욕구라고 했다.

개인의 행동을 가장 자극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우월'에 대한 욕구라는 뜻.

정말 탄복하게 된다.

어린시절 그의 외모와 신체적 열등감이 활발한 사회적 활동과 낙천적인 성격,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만들었다니.

 

잠언집같은 이 책은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했다.

사실 '열등감'을 찬양하거나, 반대로 보상욕구에 대한 야멸찬 꼬집음이였다면

불편한 마음으로 읽었을 책이였지만, 무의식보다는 의식적,

경험하는 사회적 현상(상대 비교)에서 얻게되는 열등감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는 그의 말은 깊은 공감과 함께 안도하게 되었다.

 

"사람은 각자의 의미 안에서 산다"

그 안에서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실패든 성공이든.

어떤 삶이 건강한 삶인가(심리적으로), 또 내가 원하는 삶의 기준은,

항상 모자라는 듯, 부족한 듯 느끼는 그 깊은 좌절은 무엇이였나를

깨닫게 해주는 책. 그 좌절은 결국 나 스스로 만드는 덫이고 감옥인데.

 

순수한 도전에 응하면서 진짜 삶을 살 것인가

뒤로 물러나며 핑곗거리를 찾는 가짜 삶을 살 것인가.

강연을 좋아했다는 아들러의 어록들은

열등감에 괴로워할 필요가 없으며

한계를 만드는 자신을 냉대하지 말 것이며

끊임없는 도전으로 삶을 살아가라고 한다.

실수와 실패가 삶을 배워가는 것이므로.

 

아들러의 이름을 기억하지만 솔직히 자세히는 몰랐던 그의 이론은 생경했지만,

이 책은 따뜻했으며(심리학 책이 그러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용기를 북돋아 주었던 그 어떤 책보다 최고였던 <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였다.

 

한문장 한문장을 읽고 또 읽고 되새겼던 주옥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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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팔고 바로 버는 부동산경매 단기투자 - 임대업 따라하는 경매는 이제 그만! 부동산경매 단기투자 1
전용은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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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시 팔고 바로 버는 부동산경매 단기투자 >

 

경매에 관심이 많아 이런저런 귀동냥으로 틈틈이 기본적인 지식을 쌓고 있는 나.

선거 때만 되면 임대와 부동산이 또다시 요동치고(전월세 폭등과 세금 폭탄 등등)

정부는 경기부양을 이유로 또다시 부동산 버블을 위해 애써보지만

이미 추가 기울어진 듯 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의 부동산은

환금성만 갖춘다면 최고의 재태크라는 생각이다.

 

저자 전용은씨는 부동산 경매의 고정관념(장기보유의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에서 벗어나

소액으로 짧은 기간에 고수익을 올리는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이 책 <즉시 팔고 바로 버는 부동산경매 단기투자>는 그런 면에서

좀 획기적인 이야기를 할듯 해서 귀가 솔깃해서 읽었다.

가능하다면 단기경매의 매매가 좋지만,

시중에는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책이 별로 없었기에(혹은 투기를 부추기기만 하거나).

 

이 책에서는 개인의 경매 지식과 실전을

훈련소의 군인에 대해 적절히 비유한 부분이 정말 마음에 와 닿았는데

이미 훈련소에서 기본 지식을 가졌다면 총(경매 부동산의 고정관념)에만 집중하기 보다

개인화기인 수류탄(특수물건, 이 책에서는 단기투자매매로 한정)을 활용할 것을 권했다.

 

대부분 시중의 경매 책과 학원들, 경매 브로커들은

경매로 잡은 물건에 대해 장기보유를 하며

임대수익과 차후 시세 차익을 남기는게 장땡이라고 얘기하지만

자동차가 소모품으로 인식바꿈을 했듯이 부동산 역시 대를 물리는 자산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아직 생각만 그렇게 하는 중)

 

실제 주변에 임대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주거용으로 하시는 지라

우스개소리로 임대하는 순간 김씨아저씨, 이씨아저씨가 된다고.

어디 고장났다, 뭐가 안된다 내내 고쳐달라는 전화와

돈이 부족하다 다음달 주겠다며 월세 밀리는 통에 스트레스가 많다고 들었다.

장기보유가 돈이 되던 시절은 끝나고 세금이 임대 수익보다 우위를 점하게 되니

이 부분은 좀 생각을 많이 해야 할 듯하다.

 

부자가 되고 싶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고,

위험을 피하면서 돈을 버는 투자, 그래서 많은 돈이 오랜 시간 묶이지 않는 투자와 수익,

소액 투자로 단기간 수익을 내는 투자에 대한 어느 정도의 규칙,

이것이 이 책의 중심이다.

저자는 부동산 경매를 재태크의 확실한 수단이라고 정의했지만

이부분을 투기라고 여긴다면 이 책을 패스해야 하지 않을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경매를 일상다반사의 한 부분으로 여겨

경매로 떼돈 벌던 시절은 마감된 듯 하다. 브로커들의 장난도 심하고.

어쩌면 재태크로의 가치가 반감되었기에 전문적인 지식만 쌓다가

때를 놓치는 사람들에게(나를 포함한) 저자는 일갈한다.

"그 일의 핵심에 집중"하라고.

좀더 나은 지식을 가진 후에, 고정적인 생활비를 벌어두고, 여윳돈이 모이면..

이런 핑계는 자신의 기회와 수익을 놓치는 것이라 했다.

이 부분은 투기를 부추기던 책과 비슷한 맥락이 좀 있긴 하고

스스로 찔끔했던 바이기도 하고.

 

단기 투자에 대한 에피소드와 저자의 노하우가 적절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고

한동안 침체기였던 나에게 나름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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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영역
사쿠라기 시노 지음, 전새롬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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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의 영역 >

 

몇몇 지인들의 감정적 파괴력이 높았던 행동들의 귀결로 이어졌던 순수,

나에게는 항상 정의하기 난해했던 감정이였고, '핑계'로 여겨지곤 했던 그것.

순수를 얘기하는 여러 책이 있었지만 정작 순수를 찾을 수 없었었고

이 책 역시 오히려 부제 "억누를 수 없는 질투"가 불러들인 호기심이

흥미를 더해 주었다.

 

"질투란 멈출 듯 반복해서 밀려오는 파도와 같다

백 명이면 백 가지 형태로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세기로 혼자만의 시간을 괴롭힌다"

질투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점잖은 사감선생님 이미지의 작가 사쿠라기 시노.

탁월한 심리묘사와 필력으로 놀라운 찬사를 받으며 '나오키 상'을 받았다니

뭔가 숨겨진 마력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책이 밝고 하얀 이미지의 순수가 아닌

인간 본연의 무채하고 매마른 본성을 드러내는게 아닌가 해서 살짝 뜨끔했건만

사쿠라기 시노의 작품이 고향인 쇠락해가는 홋카이도  배경으로 유명하다 하니

배경을 타고 그런 느낌을 강하게 전해오기를 은연 중 기대했다.

(이 책에서는 홋카이도의 구시노 항이 배경이다)

 

등장인물부터 하나같이 "밋밋"했다. 밋밋 참 적절한 표현 같다.

단 한사람 준카, 순수한 준카를 제외하고.

평생을 서예에 매진했지만 탁월하지 못한 재능과 화려한 학벌,

치매걸린 어머니와 생활비를 책임지는 아내 레이코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류세이.

류세이를 자극하는 서예 재능을 가진, 자신을 바보라 하는 준카

(어쩌면 서예에 관한한 서번트의 가능성도 열어둔다).

극성스러웠던 시어머니와 무능한 남편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아내 레이코,

동생 준카를 떠맡았지만 오로지 도서관 일에 매달리는 도서관장 노부키.

 

이들의 만남은, 말 그대로 잔잔하다 못해 멈춰버린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듯 

밋밋한 감정으로 살아온 그들의 관계를

서서히 거미줄처럼 얽혀드는 '질투'로 엮어간다.

읽으면서 그 질투와 인물들의 상관 관계들은 이미 예상이 됐지만

(예를 들어 레이코와 노부키의 불륜, 노부키의 오랜 연인 리나와의 관계들)

그럼에도 마지막의 반전은 .. 질투의 정점에 서 있지 않았나 싶다.

순수한 준카의 그 재능.

 

이야기의 끝은 의외로 파국으로 치닫지 않았고 예정된 수순은 어느정도 밟아갔기지만

이 책이 끝까지 흥미로워던 점은 이렇게 "밋밋"한 이야기들이

상처받고 깨어난 감정을, 그리고 질투를 가득 채웠다는 것이다.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고 준카의 재능을 질투하는 류세이,

노부키와의 관계를 "적당히 상처 받는 관계"로 귀결지으려는 레이코,

준카가 죽기를 원하지 않았으나 바랬던 게 아닐까 자책하는 노부키.

 

질투는 남녀의 애정전선에만 있는 것은 아니였다.

재능에 대한, 애정에 대한, 신뢰에 대한, 새로운 인연에 대한..

복합적으로 얽혀드는 이들의 질투는, 

곧 터져버릴 듯한 얇은 막 속의 아귀다툼 벌이는 속마음을 숨겨야 하는

그런 애처로움이 함께 했던 특이한 느낌이였다.

 

느슨해진 일상 속의 죽어있다고 느꼈던 마음(질투)을 건드린다니,

깨어난 그 마음은 감정선을 타고 어디로 폭발할까 기대를 많이 했던 책 <순수의 영역>.

늘 피곤하다고 여겼던 순수에 대한 정의, 이번엔 정확히 알 수 있을까하는 기대가 컸지만

역시나 순수는 그저 인간의 감정 저변 저쪽에 있는 것인지

어디까지를 인간적 이해로 가능케하는 부분인지는 나에게는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감정을 따라 읽으며 재미있다고 여겼지만,

자극적인 질투와 뭔가를 찾고자 한다면 이 책에서는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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