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는 너에게
이우연 지음 / 비선형프레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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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39p

허공을 떠도는 작은 먼지 조각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가운데,
해사하게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책상 위에 남아 있는 의미 모를 균열을 쓸어 보다 문득 깨달았다.
이제 은하라는 균열 없이는 이 모든 것을 견딜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는 걸. 너 없이 나는 남들처럼
존재할 수조차 없었다.
마치 진짜 유령은 네가 아니라 나인 것처럼.

-

외로움에 익숙하다 못해 현실 속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불안을 떠안고 있는 아이, 소리.
교실에서 소리는 마치 보이지 않는,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
일지도 모른다. 그런 소리 앞에 나타난 전학생 은하.

"소리야,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사실
내가 찾고 있는 게 있거든." (18p.)

"그냥, 너와 함께 있으면 어떻게든 그걸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러니까 당분간
네 곁에 있게 해 줘. 그걸로 충분해." (19p.)

숨결처럼 들려오는 목소리와 곧고 투명한 은하의 시선은
외로움으로부터 소리를 구해낸 신성한 빛과도 같았다.
깊고 진한 보랏빛 어두운 심연에서 나온 소리는
이제 은하의 세계로 빨려들어간다.

홀린 듯 은하를 따라 올라간 옥상 위,
바닷물이 일렁이는 듯한 눈동자를 가진 여자가
난간에 앉아 있다. 사람이라고 보기엔 뭔가 달라보이는 홍채가
어쩌면 귀신인지 괴물인지 모를 일이었다.
나갈 방법, 나와 같은 존재를 기다린다는 여자의 말.
은하는 이 여자와 무슨 관계인 걸까?
왜 이 여자를 도우려는 걸까?

어린 시절부터 가상 현실 게임에 오랜 시간
플레이를 해오며 퀘스트를 달성하고
레벨을 올려 자신만의 VR 공간을 유지해 온 소리.
접속이 깨지는 버그 상태마저도
온전히 자신의 세계라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을까?
꿈에서 만난 은하는 소리가 아는 은하가 아닌 모습에
혼란스럽다가도 다시 혼자가 될 끔찍한 상상은
은하를 향한 집요한 집착이 되어가고 있었다.

은하를 만나고부터 소리의 눈에 거슬리는 형체와
귀에 거슬리는 잡음들이 언제부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느낀다.
은하의 신비하지만 차가운 눈빛은
소리를 점점 더 가두는 결계를 만들어내는
두려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감각하게 한다.

과연 은하가 찾으려던 것은 무엇일까?
소리의 곁에서 그것을 찾아낼 수 있을까?

불안을 전제로 깔고 가는 독특한 무게감이
초반엔 몰입하기 힘들었지만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현실과 악몽을 반복하며 경계를 드러낼 때 만나는 느낌표!!!
'작가의 말'을 읽고나서야 이해되는 마침표로 끝맺음 하는 소설.
<나를 보는 너에게>라는 제목이 비로소
소름과 슬픔이 서려있음에 여운이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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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 - 도망가고 싶지만 오늘도 이불 밖으로 나와 ‘나‘로 살기 위해 애쓰는 모든 어른들에게
김유미 지음 / 나무사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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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p

그러니 불안을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곳으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뇌에게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어떻게 해야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럼 뇌는 떠돌던 생각을 불투명한
미래에서 건설적인 오늘로 가져와, 실질적으로
불안을 타파할 수 있는 행동을 찾아줄 것이다.

📍. 170p

상대가 도움을 줄 때 감사히 받고, 누군가 내가 필요할 때
기꺼이 손을 내미는 것, 어쩌면 그게 정말 독립적인 어른인 듯하다.
빚을 지면 갚으면 된다. 빚을 잘 갚으면 그 관계는 빛이 될 테다.

-

표지 일러스트부터 힐링 가득한 판다곰 옹동이.😍😍
마치 심호흡 깊이 들이마시고 날아오르려는 듯한
비장함마저 보인다.
몇 해전, 지역 전시회에서 김유미 작가님의
판다곰 그림들을 보면서
내적 샤우팅을 외쳤었는데 책으로 출간되다니!!!❤️❤️

낮에는 직장인, 퇴근 후엔 붓을 잡는 화가로
활동하며 뒤늦게 찾은 꿈으로 제 2의 삶을 즐기며 사시는 모습에
이미 빛나고 계신 분이구나를 알 수 있다.

그림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 만족하지 못해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지는 마음.
결국 나를 사랑하고
내 그림을 사랑하는 일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하기에
스스로 1호 팬이 되기로!
내일의 나를 응원하는 일도
밝은 미래를 꿈꾸는 일도 내가 첫 번째여야 한다는 말씀.🥰🥰

집에서의 '나'와 밖에서의 '나"는 다를 수 있지만
굳이 MBTI를 묻는다면 작가님도 INFJ가 아니실런지! 😆😆
지나간 실수, 어처구니 없었던 그 순간의 나를
다시 생각해봐도 잠들기 전 이불킥은 당연지사.🙈🙈
그러나 긍정적인 마인드로 귀엽게 넘어가기로 한다. 😘😘

쉼없이 달리다 난관에 부딪힐 때는
나를 응원했던 마음들을 떠올리며
한 번 더 용기 내보는 건 어떨까?
내가 받았던 다정하고 따뜻한 그 고마움을
오늘이 힘겨운 당신에게 건네 보는 것.
누군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쉽지 않지만
신기하게도 계속 나아가는 힘을 주기에
서로를 살리는 일이 될 수 있다.❤️❤️

판다 일러스트 하나하나에
미소 가득한 얼굴로 감상하는 즐거움 그 이면에는
이 캔버스 하나를 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과 멈춤과 붓칠이 더해졌을까...

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을
놓지 않고 붙잡으며 판다의 응원에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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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속물근성에 대하여 - SBS PD가 들여다본 사물 속 인문학
임찬묵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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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p

마음에 드는 것을 사서 즐기는 재미가 있다.
있는 것을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앞으로도 욕망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과욕을 부릴 생각도 없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이 속물근성과 적절히 타협하며
내 길을 갈 것이다.

📍.211p

인간이 두 발로 닿을 수 있는 좁은 공간을 넘어 무한히 깊은
인간의 마음부터 넓게 펼쳐진 우주 저 멀리까지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역시 책이다.
앞으로도 미련하게 책을 모으고 빽빽하게 쌓아 놓을 것이다.
(저두욤!🤗📚🩷)

📍.224p

"남이 하는 일들이 쉬워 보인다면, 그 사람이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어긋나도 지적질을 해대는 세상이다.
남이 알 수 없는 큰 내공이 쌓이지 않고서는 무리 없이 일을
해내지 못한다. 그렇게 일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은 함부로 얘기
할 수 없는 가치를 자기도 모르는 새에 몸에 지니게 된다.

-

교양 프로그램 분야의 No.1 이라 할만큼
PD로 그가 작업한 이력은 누구나 오! 감탄하며
알만한 프로그램들이다.

좀 있어보이려는 속물근성과 물욕으로 이어진 마음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라 말한다.
물건 하나에 담긴 기억은 섬세한 사람이라야 애틋해지기 마련이니,
물건에 대한 애정이 있는 이라면 이 책에 지적인 즐거움과 함께 하기를.
(프롤로그 참조)

뭔가 하나에 꽂히면 파고드는 집념의 사나이로 자신을 정의한 저자.
예쁜 거 옆에 또 예쁜 것은 늘 끝이 없는 것처럼
찻잔 트리오, 시계, 음식, 승마, 책, 마당 있는 집까지
고민과 고심을 거쳐 두 발로 이뤄낸 인생이다.
한 챕터가 마무리되는 페이지에 그 사물과 배경이 된
역사와 인문학적 이야기를
+a (플러스 알파)로 덧붙여 책의 구성을
탄탄하게 채워주니 엄지 척이 절로.👍👍

사물이 뿜어내는 아우라를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그 남자의 속물근성에 비해 난 무엇을 애정하고 있는지 잠시 생각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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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어둠
조승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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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p

내가 세상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

<나의 어린 어둠>이란 책 제목을 곱씹으며
한 권의 소설을 대신하기에 걸맞는 제목이라
더 아프고 눈물겨운 여정이다.

야맹증이 나빠진걸로만 생각하고 안과를 찾았던 게 시작이었다.
해가 지기 전,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야 했다.
어둠 속에선 잘 보이지 않으니 지금은
그것이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대책이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도시에 있는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를 권하며
재활훈련이니 하는 것들...
시력이 남아있을 때 재활훈련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란 현실적인 대안과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망설임 사이에서 부유하는 난,
너를 기다리는 일로 대신 채워갔다.
눈이 멀어 가는 내가 너를 좋아해도 되는 걸까?..ㅠㅠ

엄마 혼자서는 역부족인 농사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서 나르고
축사에 소들 밥통을 채우고 비우는 일, 비가 오면 더했다.
밑창이 닳고 닳아 비오는 날이면 운동화 속 사정은 말할 것도 없이
축축하다 못해 무거웠다.
우산이 없어 비가 그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여전히 쏟아져내릴 때, 데리러 오지 않는 엄마를 원망하며
우산을 미리 챙기지 않은 나자신에게 화가 났다가
내심 호박 부침개라도 해뒀다면 엄마를 용서할 참이었다.
그런 나의 기대감은 곤두박질치고...

아비라는 인간은 딸 아이의 이런 사정을 알고도
자신의 간짜장 그릇에는 양념을 듬뿍,
엄마와 남동생 그릇에도 한 주걱씩 올리더니
내 그릇엔 겨우 조금 남은 국물을 부어내는 꼴이라니...
짜장면이 원래의 옷을 입지 못하고 하얗게 그대로인 채로
놓여있는 걸 보니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아무리 시력을 잃어간다지만 이건 도저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아비 노릇도 못하는 인간이
여기 또 있네...ㅜㅜ)

길고 긴 어둠을 난 무엇으로, 어떻게 통과해 갈 수 있을까?
어린 내게 찾아온 암전이라는 현실은
오래도록 '도태'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점자 단말기로 소설을 쓰는 일,
누군가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쓰기라면
계속 이어가는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는 일.
오늘의 승리는 그렇게 과거에서 하나의 터널을 지나
자신만의 빛으로 이 세계를 통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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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너와 나의 인간다움을 지키는 최소한의 삶의 덕목
엄성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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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p
자신의 가치를 알맞게 가늠하는 겸손한 사람은
자신을 의식하고 중심에 둔 뒤에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라기보다 애초에 자신을 의식의 중심에
두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 49p
겸손한 사람은 자존감의 근거를 '나음(better)
이 아니라 '좋음(good)의 추구와 실현에 둔다!

겸손한 사람은 남들과 상관없이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좋음 good ', 즉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하고 실현함으로써
높아진 자존감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 50p
스스로 충만한 사람은 남보다 나은지 잘 할
수 있는지 불안해하며 묻지 않습니다.
담담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뿐이지요. 오히려
높은 자존감이라는 강력한 방패가 있는 사람은
자세 낮추기를 꺼리지 않습니다.

📍. 79p
감사할 줄 아는 사람에게 감사할 일이 자꾸
생기는 것은 그들의 감사하는 태도가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 80p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남들이 놓치기 쉬운
감사의 순간을 찾아내게 된다는 점입니다.

📍. 180p
효라는 덕목은 시대와 함께 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제는 전통적인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의 삶과 가치관에 적합한 방식으로 효를
재해석하고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 200p
결론적으로, 신뢰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신뢰는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들이
더 나은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돕습니다.

📍. 202p
그래서 신뢰는 '내 삶의 취약한 영역으로의
정중한 초대'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 263p
정직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자체가 아니라 속지 않을 권리를
존중했는지 여부입니다.
-
대중교양서로만 읽기엔 윤리학의 다섯가지 주제가
전공서적만큼이나 고퀄리티로 담겨 있어 논문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나' 개인으로서의 성취보다
'우리'로 이어가는 어른다움을 위해 필요한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최소한의 덕목을 말하고 있다.
얼마전 유 Quiz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셨던
펀자이씨툰 작가님의 본문 일러스트까지!👍👍
그리고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 책의 문체와 같이
저자가 직접 말하는 듯한 부드러운 느낌으로 서술어를 쓰신 것도
읽기에 부담을 덜어준다.

들어가는 말에 밑줄처럼 살아온 세월에 걸맞게 성숙한 사람을
'잘 익은 사람', 곧 진짜 어른임을.
나 다움을 잃지 않고 어른다운 삶의 문을 기꺼이 열어 주니
감사할 수밖에 없다.

어느 날,
어른의 자리가 버겁다고 느낄 때
내 호흡을 크게 쉬어 어지러운 감정을 평안으로 잠재울 때
한 번 읽음으로 끝날 책이 아닌 물과 햇빛과 공기가 되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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