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여름의 왈츠 ㅣ 로빈의 YA 역사소설
원유순 지음 / 안녕로빈 / 2025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59p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124p
그날 은수와 헤어진 후 들뜬 마음으로 좁은 문간방으로 돌아온
명준은 쌓아 둔 감정을 쏟아내듯 다시 활을 들었다.
음악은 자신을 외면하지 않았다. 어린 날에 그랬듯 상처 난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 주었고, 모든 걸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그 뒤로 명준은 그날의 악몽이 떠오를 때마다 홀린 사람처럼
바이올린을 들었다.
때때로 가시에 찔린 듯 심장이 따끔거렸고 손가락이 석고처럼
굳어 버린 적도 있었지만 다시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
작년 부일페(부산 일러스트페어)에서 처음 작가님의 일러스트를 보고
청춘 드라마 그 자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서일페(서울 일러스트페어)에서도 여전히 풋풋한 감성 그대로
등장하신 @hantograph 님!
<그 여름의 왈츠> 표지를 보는 순간, 혹시? 했던 마음이 역시!가 되고
표지 일러스트에 사심 가득 담아 서평단으로 도서를 지원 받았다.🩷🩷
거기에 어린이 동화로 아동문학계를 주름잡으신
원유순 작가님의 소설이라니!!!👍👍
1987년 6월,
뜨거웠던 여름을 시작하는 이야기이자
그 여름의 선율을 기억하는 이야기다.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예고를 준비하는 은수.
번번이 같은 곳에서 실수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고 싶었던 엄마의 꿈은
그대로 은수에게 건네졌다.
부정하고 싶지만 엄마의 우울증을 다시 마주할까
두렵고 무서운 은수.
청소년 음악 콩쿠르 참가를 위해 서울행에 오른 길,
지하철 출구부터 콩쿠르 장소인 대학교까지
눈물과 콧물이 흘러내리더니 매캐한 냄새와 함께
최루탄 가스가 사방에서 덮쳐왔다.
시위로 인해 취소된 콩쿠르 안내문을 뒤로 하고 돌아서려는데
은수 또래로 보이는 첼로 소녀의 등장.
연우의 제안처럼 언젠가 함께 연주할 앙상블을 꿈꾸며
중학교 2학년 연우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된다.
간간이 편지와 전화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곁을 지키는 악기와 안부를 묻던 날,
연우의 대학생 오빠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엄마와 아빠마저 연우에게 무언가를 숨기는 것만 같다.
제발 무사히 있어주길, 하지만 집안 분위기마저 싸늘하게 변해가고...
혼자 첼로 연습을 이어가던 연우는
현관문을 세게 두드리는 낯선 이들이 찾아와
오빠의 행방을 연신 추궁하는데..
강원도 원주로 들어간 엄마와 은수에게 바이올린 레슨은 계속 되었다.
바이올린 선생님으로 만난 명준.
명준의 검지와 중지가 잘린 손가락이란 사실에 의아한 은수.
불편한 손가락 때문인지 보통의 다른 레슨 선생님들처럼
직접 바이올린 연주 시범을 보이거나
활을 잡아 자세를 고쳐주는 일이 없어도
명준만의 다정하고 부드러운 감각이 담긴 조언으로
은수의 연주를 조금씩 끌어주었다.
그 시선의 끝엔 늘 아픈 무언가가 명준을 붙잡고 있는 것만 같아
은수의 불안도 커가던 어느 날,
명준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
레슨비를 받고 도망친걸로 생각하는 엄마는 길길이 날뛰며
명준을 저주하지만 은수는 믿지 않았다.
선생님은 분명 다시 돌아올거야! 자신의 바이올린을 맡겼으니..
감탄이 절로 나오는 소설이다.
한 시대를 배경으로 역사적 사실을 담은 소설에
독자이면서 그 시대를 지나온 나, 역시
눈물을 머금고 명준과 연성의 무사함을 간절히 바랬다.
내가 초1이던 시절, 건대 앞에 위치한 우리집은
일주일에 서너번은 시위로 어린 우리 남매의 눈물과 콧물을
여러날 흘리게 했다.
시위가 있는 날이면 학교 끝나고 집으로 가는 내내
손으로 입을 막고 달려야했다.
너무 무서운 날은 학교 근처 아는 집에 들렀다가
시위가 끝나면 엄마가 데리러 오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가 근처에 살았던 이라면 겪어온 일일 것이다.
집에 창틀과 문틀에 젖은 수건으로 틈을 메워
최루탄 가스 유입을 막아보지만 역부족이었다.
어린 우리 남매의 우는 얼굴을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던
엄마의 마음이 어떠했을지..ㅠㅠ
그 한복판에 나의 유년 시절을 지나옴이
가슴에 뜨거운 불씨를 던져주는 이야기라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1987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