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 동물들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샘솟는 생태다양성 가득한 정원 탄생기
시몽 위로 지음, 한지우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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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자연이 텅 빈 공간을 채우는 일이 실은 기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저녁 어스름에 조용히 날개를 펼치는 매미를 발견하는 것, 보도블록 옆 민들레 한 송이를 알아채고 미소 짓는 것, 까치만큼이나 흔히 보이는 회갈색의 시끄러운 새가 직박구리였음을 배우고 뜨거운 길바닥에 나앉은 지렁이를 흙으로 돌려보내고 선물 받은 골칫덩어리 화분을 이번만큼은 제대로 키워보는 것. 이 모든 작은 기적의 순간들마다 우리는 이 세계가 생명으로 가득함을 깨닫는다. 이런 자그마한 우연이 차곡차곡 모여 필연이 될 때, 불신이 확신이 될 때, 우리가 사실 이 자그맣고 혼잡하며 더럽고 경이로운 지구라는 행성의 정원사임을 알게 될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동물들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샘솟는 생태다양성 가득한 정원 탄생기

 

 

지난 겨울, ‘꿀벌의 집단 실종을 기사로 만났다. 기후 변화로 따뜻해진 경루 탓이라는 주장과 살충제로 인한 꿀벌의 떼죽음이 원인이라는 주장. 양측의 대립은 여전하지만, 이 문제의 중심에 인간이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야생 동물 소멸, 조류 개체수 급감, 곤충의 종말, 동식물의 멸종. 생태다양성이 녹아내려 수많은 동식물이 떠난 푸른별에 덩그러니 남은 인간.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던, 망가진 생태계의 복구를 정원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그려 나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생태 위기의 심각함을 느끼던 어느 날, 주인공은 작은 공간에라도 직접 생태계를 복구해 보겠다고 결심한다. 구체적인 계획도, 원대한 목표도 없이.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는 것으로 시작한 주인공의 도전. 이웃집과의 경계에 빽빽하게 심어진 홍자단 덤불을 뽑아내고, 이웃이 버린 붓꽃과 물옥잠을 욕조로 만든 소박한 연못에 심는다. 찾아올 육지 동물과 양서류를 위해 자갈로 언덕길을 만들고, 갈 곳 없는 작은 손님들을 위해 구석에는 목재를 쌓아둔 주인공. 그 노력에 화답이라도 하듯 수많은 동물과 식물이 그의 정원을 찾는다. 이들은 정원 곳곳의 빈틈을 메우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가는데‧‧‧.

    

 

 

    

 

살아 숨 쉬는 정원에서는 지루해질 틈이 없다

 

 

시몽 위로의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는 십 년에 걸친 저자의 정원 가꾸기를 담아낸 그래픽노블이다. L’Oasis(오아시스)라는 원제에 걸맞는, 삭막한 도시 속 살아 움직이는 것들을 위한 작은 정원의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 한구석에 따뜻함을 선사한다.

 

 

나에게 정원은 간섭과 방임, 길들임과 야생, 통제욕과 통제 불가능성, 인공과 자연‧‧‧ 그 사이에 영원히 존재하는 숙제여야 한다”. 먹고 남은 과일의 껍질과 낙엽은 퇴비로 사용하고, 샐러드 만들기를 방해하는 민달팽이와 달팽이는 독살하는 대신 닭에게 간식으로 주는 주인공. 인간이 중심이 되는 게 아닌,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정원의 여백을 함께 채워 나가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 역시 지구의 수많은 정원사 중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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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얻은 교훈이 있다. 우리 집이 아닌 곳에서 생태다양성을 되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바깥 세상에서 땅을 가진 사람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 자연을 그들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몰아내러 가기 때문이다. [p.90]

 

 

활력을 되찾은 정원에서는 고양이가 가장 악명 높은 존재가 된다. 흙바닥에 떨어져 혼자서는 이륙하지 못하는 칼새를 노리는 것도, 3년간의 유충 생활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풍뎅이의 외출을 찰나에 끝내는 것도, 뱀을 괴롭히는 일이나 토끼였던 것을 현관 매트에 물어다 놓는 일도. 종일 바삐 움직이는 고양이의 활약상이다. 우리가 자주 만나는, 주변의 갈 곳 없는 길고양이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에 마음이 좀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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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그 혼잡함 속에서 행복해한다. 그것은 자연의 본성이고, 우리가 손을 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든 것은 걸레질할 수 있어야 하고, 청결하게 유지되어야 하고, 위생적이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생명은 관상용 도자기가 아니다. 생명은 더럽다. 우리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생명은 온갖 곳에 오물을 남길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생명과 거리를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자연은 공허를 혐오한다. 나도 그렇다.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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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었던 정원이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변하는 이야기를 그린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십 년에 걸친 주인공의 정원 가꾸기를 지켜보는 것만큼이나 정원을 찾은 다양한 생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와 백로, 검은머리명금, 칼새 등의 조류부터 화려한 날개를 자랑하는 나비들, 만개한 꽃을 구경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곤충들까지. 애정 어린 눈으로 담은 이들의 자세한 모습은, 생생한 자연의 모습을 만나고 싶은 어른뿐만 아니라 그림책 좋아하는 아이들의 취향에도 딱 맞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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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이커스, 인공지능 전쟁의 최전선
케이드 메츠 지음, 노보경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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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힌턴과 하사비스를 비롯해 이 불꽃 튀는 경쟁에 뛰어든 과학자들에 관한 숨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비록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뜻을 같이한 연구자끼리 모여 하나의 아이디어를 두고 수십 년간 씨름해왔다. 그들은 종종 신랄한 비판에 부닥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그 아이디어에서 꽃을 피워냈고 그 꽃은 몇몇 세계 초일류 기업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그리고 세계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혼란에 빠졌다. [‘머리말에서]

 

 

인간이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부터 우리의 자리를 빼앗고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적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까지.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여전히 분분하다. 앞으로의 기술 발전이 어느 방향으로 이루어질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우리가 만든 기술, AI에 대한 통제권을 잃지 않으면서 이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AI 메이커스, 인공지능 전쟁의 최전선(원제 : The Genius Makers)는 인공지능의 탄생부터 딥러닝, 알파고에 이르기까지. AI 기술 혁신의 빛나는 순간들을 인물을 중심으로 그려낸다. 취재 기간 8, 관계자 인터뷰 400명이라는 풍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천재 개발자들의 열망과 고뇌, 불꽃 튀는 경쟁을 사실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AI라는 개념이 막연하게 느껴졌던 사람, 인공지능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숨은 이야기들을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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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10, 파리 북부 루아요몽의 중세 수도원에서 미국의 언어학자 놈 촘스키와 스위스의 심리학자 장 피아제가 학습의 본질에 관해 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5년 뒤 그 유명한 토론을 해부한 에세이가 출간됐는데, 당시 젊은 공학도였던 얀 르쾽도 그 책을 읽었다. 그 책의 89쪽에 "기초적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받아들여 간단한 추론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장치"라며 잠깐 퍼셉트론이 언급됐는데, 르쾽은 그 부분을 읽자마자 학습할 수 있는 기계의 개발이라는 아이디어에 푹 빠지고 말았다. 인공지능을 성공시키려면 학습 문제의 해결이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한 르쾽은 "뇌를 가진 동물 중에 학습할 수 없는 동물은 없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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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치는 아동도서에 적힌 영어 단어와 그 단어에 해당하는 음소를 분석한 뒤 각각의 철자를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를 학습해서 스스로 인간의 언어를 발음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gh''enough'에서처럼 'f'로 발음되는 경우라든가 'ti'nation'에서처럼 'sh'로 발음되는 경우 등을 학습하는 것이다. [p.81]

 

 

 

 

AI 분야의 석학 테런스 세즈노스키 교수의 '넷토크 NETtalk'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았다. 이 장치는 합성음을 만드는 하드웨어를 통해 기계가 스스로 '소리 내어 읽는 법'을 학습하도록 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키워 간 우리의 '읽는' 능력이 AI 개발자들에게는 풀어야 할, 쉽지 않은 과제였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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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브레인과 거의 같은 시기에 설립된 딥마인드는 그야말로 원대한 목표에 전념하는 스타트업이었다. 딥마인드의 목표는 소위 '범용 인공지능 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구축이었다. AGI란 인간의 뇌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그 이상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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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가을에 펭의 팀은 미국의사협회저널에 실린 논문을 통해 숙련된 의사만큼 정확하게 당뇨성 실명의 징후를 알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시스템의 정확도는 90퍼센트를 넘어, 최소 80퍼센트 이상을 요구하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권장 표준을 상회했다. 펭의 팀은 이 기술이 앞으로 수년간 넘어야 할 규제 및 보급상의 장애물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임상 실험 준비를 서둘렀다. [p.275]

 

 

딥러닝 기술은 의료 분야에 있어서도 하나의 혁신을 만들어 냈다. 환자의 의료 기록 같은 개인 정보 문제나 관련 규제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추가적인 과제가 남아 있지만, 의사의 부족으로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누리기 힘든 지역에서는 많은 환자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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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펠로가 언급한 적응 기간은 스스로 '딥페이크'라고 칭하는 누군가가 유명인의 얼굴을 포르노 비디오에 합성해 인터넷에 게시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시작됐다. 이 익명의 장난꾸러기가 인터넷에 합성 앱을 배포하자 토론 게시판, 소셜 네트워크 및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 그러한 비디오가 대거 등장했다. [p.315]

 

 

AI 메이커스, 인공지능 전쟁의 최전선은 인공지능이 지나온 길을 서술함과 동시에 기술을 통해 우리가 누리게 될 밝은 미래를 잘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AI 기술 혁신이 불러온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과 보완해 나가야 할 영역도 함께 소개하는데. 이는 독자로 하여금 AI라는 양날의 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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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신이 친구가 보내준 링크를 누르자 구글의 서비스가 실행됐고, 역시나 앨신의 사진들도 이미 분류돼 있었다. 그런데 생성된 폴더 중에 '고릴라'가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 앨신은 그 폴더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 안에는 앨신이 거의 1년 전 프로스펙트공원 근처에서 열린 콘서트에 갔을 때 촬영한 친구의 사진 80여 장이 있었다. 앨신의 친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는데, 구글은 그의 사진을 '고릴라'로 분류해놓은 것이다.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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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는 단지 디지털 세상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현실 세계마저 바꿀 터였다. 이어서 수츠케버는 "전 누군가 꽤 좋은 사례를 만들 거라고 생각해요. 진정한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 내지 그 이상의 인공지능이 예측하거나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회를 압도적으로 전환할 만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말이죠. 그럼 인간의 시스템은 대부분 해체될 겁니다. 지구 전역이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로 뒤덮일 때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일단 데이터센터가 생기면, 인간보다 훨씬 영리한 수많은 인공지능을 구동할 수 있으니 다들 정말 유용하다고 생각하겠죠. 그 하나가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곧 '얼른 하나 더 지어달라'고 요청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p.437]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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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의 재검토 - 최상을 꿈꾸던 일은 어떻게 최악이 되었는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영래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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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려가듯이 읽었다. 타고난 이야기꾼 글래드웰은 전쟁이라는 비정상의 시간 속에 놓인 독자에게 힘든 선택지를 들이민다. 비정한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순간, 눈앞에 울고 있는 우크라이나 아이의 모습이 들어온다. 그의 말처럼 모든 전쟁은 부조리하다. [김지윤 (정치학자) 추천사]

 

 

어떤 선택의 재검토,

원제 : The Bomber Mafia,

말콤 글래드웰

 

 

아웃 라이어, 티핑 포인트등의 저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말콤 글래드웰. 탁월한 스토리텔링과 날카로운 통찰을 자랑하는 그의 신작 어떤 선택의 재검토는 제2차 세계대전 속 결정적 순간의 배경이 된 어떤 선택을 담은 역사 논픽션이다. 저자가 직접 운영하는 팟캐스트 수정주의자의 역사(Revisionist History)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집필한 이 책은,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미군의 도쿄 대공습을 파헤치며 비극의 원인이 된 선택을 재검토한다. 폭격기 마피아라 불리던 미 육군항공대 지휘관들이 주역이 된 1945년의 도쿄 대공습’. 더 많은 사람을 살리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됐으나 하룻밤에 1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들의 선택은,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라는 메시지를 담은 트롤리 딜레마를 떠올리게 한다.

    

 

    

 

 

 

말콤 글래드웰의 이번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을 담았으나, 전쟁 자체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대신에 이를 엄청나게 확대해 폭격이라는, 전쟁의 한 면을 이야기한다. 그 중심에는 같은 의도에서 출발한 정반대의 선택이 있다. 정밀 폭격을 주장한 헤이우드 핸셀과 무차별 폭격을 주장한 커티스 르메이. 결코 닿을 수 없는 평행선을 그리던 이들의 상반된 주장은 어떤 선택의 재검토를 관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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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의 중심에 괌의 정글 속에서 대치하던 헤이우드 핸셀과 커티스 르메이가 있다. 한 명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한 명은 거기에 남았다. 그 결과는 제2차 세계대전의 가장 어두운 밤으로 이어졌다. 그들의 이야기에 대해 듣고 이렇게 자문해보라.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는 어느 편이었을까?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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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폭격조준기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한 것일까? 노든은 꿈, 그것도 전쟁사에서 가장 강력했던 꿈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9킬로미터 상공에서 오크통에 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다면, 군대가 더 이상 필요치 않다. 젊은이들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게 놓아두거나 도시 전체를 파괴할 필요도 없다. 전쟁의 모습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정확하고 빠르고 거의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으로. ‘거의말이다.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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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특별히 민간인을 노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독일군이 전쟁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모든 생산을 막는 일을 목표로 했습니다. 폭격 공격이라는 발상 자체가 그 일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독일 전역의 잠수함 건조 시설과 병기 산업 시설, 그리고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파괴도 포함됩니다. 저는 그들 모두가 현역 군인과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군수품 생산에 참여한 사람들은 현역 군인으로 취급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어디에 구분을 두어야 합니까?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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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쟁은 부조리하다.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서로를 없앰으로써 불화를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해왔다. 서로를 제거하지 않을때에는 다음기회에 확실히 서로를 제거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관심을 투자한다. 생각해보면 이런 모든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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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불길이 닿기도 전에 화염에 휩싸였다. 엄마들은 아이를 업고 불을 피해 도망쳤으나 숨을 돌리는 순간 아이에게 불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스미다강의 운하로 뛰어들었지만 밀려드는 조수와 위에서 뛰어내리는 수백 명의 다른 사람들 때문에 익사하고 말았다. 철교에 매달린 사람들은 쇠가 너무 뜨거워지는 바람에 떨어져 죽음을 맞았다.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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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후, 미국전략폭격조사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도쿄 화재로 6시간 동안 인류 역사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날 밤 10만 명이 죽었다. 그 작전에 참여했던 승무원들은 큰 충격에 빠진 채 돌아왔다. [p.211]

 

 

어떤 선택의 재검토는 미군 지휘부가 도쿄 대공습이라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기술의 혁신과 휴머니즘의 열망이 결합된 고고도 주간 정밀폭격, 소수의 희생으로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겠다는 이상을 품은 선택과 의도와는 정반대로 흘러간 결말. 선택의 의도와 결과 사이의 괴리를 보며 독자는 폭격기 마피아가 꿈꾼 윤리적 전쟁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민간인 희생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지금. 진정 올바른 선택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며 읽어 보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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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머시기 - 이어령의 말의 힘, 글의 힘, 책의 힘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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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머시기'도 그런 탈경계를 나타내는 애매어 ambiguity 가운데 하나다. 동시에 그것은 언어적 소통과 비언어적 소통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하는 곡예의 언어이기도 하다. ··· 우리는 카오스와 코스모스의 이분법으로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그 경계의 반란자들과 동반자가 되고 혼란과 질서가 겹쳐진 그 상태에서 새로운 창조의 힘을 가져와야 한다. 그러니까 '거시기 머시기''카오스모스'는 절대적인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암호이고 그것을 실행하는 생각 장치라 할 수 있다. [‘여는 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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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고 싶은 책들이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통찰에 감탄하게 되는 책, 예리하게 보고 군더더기 없이 담아낸 메시지가 곱씹을수록 큰 울림으로 와닿는 책.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였다. 시인, 소설가, 평론가, 기호학자, 문화기획자, 교육자, 장관. 거시기 머시기는 오랜 시간, 다양한 영역에서 말과 글과 책에 대해 이야기해온 이어령 선생의 강연과 대담을 담았다. 책의 제목인 '거시기 머시기'는 저자의 201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주제 강연에 등장한다. 언어적 소통과 비언어적 소통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곡예의 언어. 이어령 선생의 80년 독서 인생에서 길어낸 말과 글과 책의 힘을 담기에 퍽 알맞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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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단 한 권의 책이 있다면 우리에게 끝없이 속삭이고 끝없이 책을 읽게 만들고 쓰게 하는 큰 힘을 가진 책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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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의 세계를 노래하는 것이 시요, 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 , 경제에서는 '베스트 원'을 추구하지만 문학과 예술의 세계에서는 '온리 원'을 지향합니다.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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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이화여자대학교 고별 강연에서 이어령 교수는 처음 대학 입학 시험 감독을 맡았을 때 받았던 충격을 이야기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주제를 묻는 사지선다형 문제에 의심 없이 정답을 찾는 학생들. 이어령 선생은, 정해진 의미란 없는 언어의 세계에서는 이런 고정관념이나 이분법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먹과 보자기 사이에서 절대적인 승자가 없는 '가위바위보'를 만드는 '가위', 흑과 백 사이의 '그레이 존'처럼. 우리에겐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이룰 수 있는 관계와 공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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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문자로 옮긴다는 것은 혼돈의 어둠에서 질서의 빛 세계로 향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붕괴되어가는 소리의 연약함에 모양과 견고함을 주는 것, 시간에 대항하는 용기와 그 장소를 주는 것, 물건을 가리키는 손이 아니라 물건 그 자체의 흔적을 밝히는 빛, 그것이 바로 네 개의 눈에서 생겨난 아이콘 문자들입니다.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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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네 개나 되는 창힐이 한자를 완성하자 어둠 속에서 귀신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문자의 탄생으로 설 자리를 잃게 된, 어둠의 지배자. 이어령 선생은 창힐의 전설을, 한자 문화권 사람들의 문자관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소개한다. 듣는 것인 ''에서 보는 것인 '문자'의 단계로 넘어가며 인간은 소리의 연약함을 극복하고 시간에 대항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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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과학이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문학 예술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설명해서는 안 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종교라고 말이지요. 예술은 철학이나 과학과 달라서 개념적인 의미와는 다른 것인데, 문학이나 시를 자꾸 개념화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요.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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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른다고 할 때,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속에서 남녀 성별의 차이, 연령의 차이, 이런 신체적인 차이는 굉장히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탄다고 해보세요. 10층에 간다고 할 때 엘리베이터에 오르면 애나 어른이나 똑같이 올라갑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눈치 빠른 사람은 알겠죠? 보통 우리가 글을 쓴다고 할 때는 잘 쓰는 사람, 못 쓰는 사람 차이가 있어요. 그런데 140자를 쓰는 것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처럼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없고 못 쓰는 사람도 없는 겁니다. 140자니까.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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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자 트위터의 시대. 글쓰기와 말하기의 중요성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요즈음. 지은이는, 모두가 글을 쓰는 오늘날의 평등한 시대에서는 개성을 갖고 사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못 쓰는 사람도 140자는 어렵지 않게 써 내려 가는 시대. 개성 있는 문장을 쓰고 싶다면, 나만의 언어를 만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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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자기 인생과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이에요. 그것이 바로 글쓰기이고 말하기의 핵심입니다. 뒤쫓아가지 말라는 것.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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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한 번밖에 없는 삶을 어벙저벙 남들 얘기대로 따라다닐 거면 뭐 하러 살아요? 여러분이 여러분의 언어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알아야 해요.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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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보고 어린아이가 말해요, "용이다!" 그러자 홍수에 떠내려가던 뱀이 용이 되어 승천했어요. 어린아이는 아무런 선입견이 없어요. 그러니 뱀을 보고 "용이다!" 하니까 진짜로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거예요. 뱀을 보고 용을 만드는 것, 그것이 창조적 상상력, 언어의 힘인 겁니다.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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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만난, 온통 일본 말로 된 교과서와 책.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말과는 전혀 다른 말이 담긴 책을 마주한 저자의 경험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오랜 시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보낸 삶에서 길어낸 이어령 선생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에, 그동안 무심히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게 된다.

 

파피루스와 양피지에서 뻗어 가는 종이의 발상이나 구텐베르크 활자와 한국의 동활자로 들여다본 책의 역사도. 배고파 죽고 피곤해 죽고 좋아 죽는, 극상의 긍정어로 '죽음'을 사용하는 한국인의 말도. 이 책에서는 모두 만날 수 있다. 우리 주변을 빈틈없이 메우고 있는 말과 글과 책. 그 안에 담긴 '언어'의 힘을 이어령 선생의 강연을 모은 책 거시기 머시기와 함께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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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천천히 벌지 않는다
제임스 알투처 지음, 함현주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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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안락함을 버리고 대부분 사람이 좇는 똑바른 길을 벗어나 뭔가를 성취하려고 할 때, 이 세상의 힘은 당신을 무너뜨리려 할 것이다. ··· 그럴 때 저항하기보다는 긴장을 풀고, 상대의 행동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성하거나 증가시키고, 상대가 균형을 잃을 때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개념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도약의 기술을 더욱 탄탄하게 뒷받침해준다. [‘들어가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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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천천히 벌지 않는다, 제임스 알투처

 

"어떤 일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의식적 연습이 필요하다". 성공에 지름길은 없으며,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력이라고 말하는 안데르스 에릭슨의 '1만 시간의 법칙'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런데 여기. 꾸준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 한 분야의 장인이 되는 '1만 시간의 법칙'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이 있다.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1만 시간을 들일 여유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은 정말로, 무언가를 잘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일까?

부자는 천천히 벌지 않는다143달러의 잔고를 가진 사람에서 수천만 달러의 수익을 낸 자산가가 된 제임스 알투처의 성공 법칙을 담았다. 1만 시간 동안 노력을 하는 대신, 1만 번의 작은 실험으로 만들어가는 1퍼센트씩의 복리 성장. 20여 년 동안 지은이가 직접 실험하고 검증한 최소 시간 최대 성공의 법칙은, 성공을 향한 독자의 빠른 도약을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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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알투처가 제시하는 부자 되기 습관

 

1. 1만 실험의 법칙 : 한 가지에 1만 시간을 투자하기보다 1시간짜리 실험을 1만 번 하는 것이 낫다. 빠르게 도전하고 모든 실험에서 배우라.

2. 매일 아이디어 10개 적기 : 매일 어떤 아이디어든 10개를 써본다. '아이디어 근육'은 모든 성공의 기본이다.

3. 50/1 법칙 : 당신이 들인 시간 중 '핵심적인' 1퍼센트가 결과물의 50퍼센트를 창출한다. 자신을 관찰해 가장 생산적인 시간을 찾아내라.

4. 6분 네트워크 : 매일 6분간 연락이 뜸했던 사람 4명에게 무심하게 안부를 전한다. 한 달 뒤 당신은 100명의 무의식에 각인되었을 것이다.

5. 바큇살과 바퀴 : 중심 아이디어를 바퀴 삼아 수많은 파이프라인을 창출하라. 무엇이든 돈으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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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저자의 삶을 뒤흔든 9.11테러. 그리고 2020, 우리 모두의 삶을 크게 바꾼 코로나19. 제임스 알투처는 붕괴되는 세상에서 나와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에게는 1만 시간을 쏟아부을 여유가 없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한 가지에 1만 시간을 투자하기보다 1시간짜리 실험을 1만 번 하는 것이 낫다는 '1만 실험의 법칙'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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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B.C.A.C.로 나뉜다. '코로나19 이전 Before Coronavirus''코로나19 이후 After Corona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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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만 시간을 들이며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편법을 써서 성공하고 싶지도 않았다. 속임수를 쓰는 것도 절대 안 된다. 그러지 않고도 원하는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단숨에 높이 도약할 방법은 있다. 나는 그동안 이 힘겨운 과정을 거치고 또 거쳐야 했다.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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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천천히 벌지 않는다에서 지은이는 실패를 '부작위 실패''작위 실패'의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지 않았을 때 겪는 실패를 말하는 부작위 실패, 열정을 가지고 시도했음에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겪는 작위 실패. 결과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는 건 동일하지만 작위 실패를 통해 우리는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이때의 깨달음은 경험이 되어 다음 도전에서의 구름판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알투처는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부작위 실패만을 진정한 실패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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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과학자든 아니면 열정에 따라 진로를 변경하는 호기심 많은 사람이든, 지금 쏟는 노력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다. 결과를 추측해볼 수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를 자연스럽게 흡수해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실험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과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법칙일 뿐 아니라 단숨에 높은 서열로 뛰어오르는 데도 가장 중요한 법칙이다.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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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창조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을 다그치면, 뇌는 자체 재설계를 수행해 창조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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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훌륭하게 그 입장을 옹호할 수 없다면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려면 나는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내가 원래 가지고 있는 논거 하나하나와 기꺼이 싸워야 한다.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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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세청에 따르면 수백만 달러 재산을 가진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7개의 수입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직장은 여러 수입원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하나의 일자리에서 얻을 수 있는 수입의 100퍼센트를 위해 시간을 100퍼센트 써버린다면, 핵심적인 20퍼센트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3개의 다른 활동에 써서 일반적인 수입의 240퍼센트(80퍼센트×3)를 버는 사람보다 적은 돈을 버는 셈이다.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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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표준을 의미하는 '뉴 노멀'을 자주 마주하게 되는 요즘이다. 심각한 위기와 도약을 위한 기회를 함께 안겨주는 변화. 앞으로 다가올 '알지 못하는' 세계를 위기로 만들지 기회로 만들지.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짧은 시간 최대의 결과를 끌어내는 방법으로, 성공한 자산가로 도약한 제임스 알투처. 그의 비결을 담은 책 부자는 천천히 벌지 않는다와 함께 성공을 향한 퀀텀점프를 이뤄보는 것은 어떨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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