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 동물들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샘솟는 생태다양성 가득한 정원 탄생기
시몽 위로 지음, 한지우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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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자연이 텅 빈 공간을 채우는 일이 실은 기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저녁 어스름에 조용히 날개를 펼치는 매미를 발견하는 것, 보도블록 옆 민들레 한 송이를 알아채고 미소 짓는 것, 까치만큼이나 흔히 보이는 회갈색의 시끄러운 새가 직박구리였음을 배우고 뜨거운 길바닥에 나앉은 지렁이를 흙으로 돌려보내고 선물 받은 골칫덩어리 화분을 이번만큼은 제대로 키워보는 것. 이 모든 작은 기적의 순간들마다 우리는 이 세계가 생명으로 가득함을 깨닫는다. 이런 자그마한 우연이 차곡차곡 모여 필연이 될 때, 불신이 확신이 될 때, 우리가 사실 이 자그맣고 혼잡하며 더럽고 경이로운 지구라는 행성의 정원사임을 알게 될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동물들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샘솟는 생태다양성 가득한 정원 탄생기

 

 

지난 겨울, ‘꿀벌의 집단 실종을 기사로 만났다. 기후 변화로 따뜻해진 경루 탓이라는 주장과 살충제로 인한 꿀벌의 떼죽음이 원인이라는 주장. 양측의 대립은 여전하지만, 이 문제의 중심에 인간이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야생 동물 소멸, 조류 개체수 급감, 곤충의 종말, 동식물의 멸종. 생태다양성이 녹아내려 수많은 동식물이 떠난 푸른별에 덩그러니 남은 인간.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던, 망가진 생태계의 복구를 정원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그려 나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생태 위기의 심각함을 느끼던 어느 날, 주인공은 작은 공간에라도 직접 생태계를 복구해 보겠다고 결심한다. 구체적인 계획도, 원대한 목표도 없이.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는 것으로 시작한 주인공의 도전. 이웃집과의 경계에 빽빽하게 심어진 홍자단 덤불을 뽑아내고, 이웃이 버린 붓꽃과 물옥잠을 욕조로 만든 소박한 연못에 심는다. 찾아올 육지 동물과 양서류를 위해 자갈로 언덕길을 만들고, 갈 곳 없는 작은 손님들을 위해 구석에는 목재를 쌓아둔 주인공. 그 노력에 화답이라도 하듯 수많은 동물과 식물이 그의 정원을 찾는다. 이들은 정원 곳곳의 빈틈을 메우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가는데‧‧‧.

    

 

 

    

 

살아 숨 쉬는 정원에서는 지루해질 틈이 없다

 

 

시몽 위로의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는 십 년에 걸친 저자의 정원 가꾸기를 담아낸 그래픽노블이다. L’Oasis(오아시스)라는 원제에 걸맞는, 삭막한 도시 속 살아 움직이는 것들을 위한 작은 정원의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 한구석에 따뜻함을 선사한다.

 

 

나에게 정원은 간섭과 방임, 길들임과 야생, 통제욕과 통제 불가능성, 인공과 자연‧‧‧ 그 사이에 영원히 존재하는 숙제여야 한다”. 먹고 남은 과일의 껍질과 낙엽은 퇴비로 사용하고, 샐러드 만들기를 방해하는 민달팽이와 달팽이는 독살하는 대신 닭에게 간식으로 주는 주인공. 인간이 중심이 되는 게 아닌,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정원의 여백을 함께 채워 나가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 역시 지구의 수많은 정원사 중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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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얻은 교훈이 있다. 우리 집이 아닌 곳에서 생태다양성을 되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바깥 세상에서 땅을 가진 사람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 자연을 그들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몰아내러 가기 때문이다. [p.90]

 

 

활력을 되찾은 정원에서는 고양이가 가장 악명 높은 존재가 된다. 흙바닥에 떨어져 혼자서는 이륙하지 못하는 칼새를 노리는 것도, 3년간의 유충 생활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풍뎅이의 외출을 찰나에 끝내는 것도, 뱀을 괴롭히는 일이나 토끼였던 것을 현관 매트에 물어다 놓는 일도. 종일 바삐 움직이는 고양이의 활약상이다. 우리가 자주 만나는, 주변의 갈 곳 없는 길고양이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에 마음이 좀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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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그 혼잡함 속에서 행복해한다. 그것은 자연의 본성이고, 우리가 손을 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든 것은 걸레질할 수 있어야 하고, 청결하게 유지되어야 하고, 위생적이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생명은 관상용 도자기가 아니다. 생명은 더럽다. 우리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생명은 온갖 곳에 오물을 남길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생명과 거리를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자연은 공허를 혐오한다. 나도 그렇다.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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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었던 정원이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변하는 이야기를 그린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십 년에 걸친 주인공의 정원 가꾸기를 지켜보는 것만큼이나 정원을 찾은 다양한 생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와 백로, 검은머리명금, 칼새 등의 조류부터 화려한 날개를 자랑하는 나비들, 만개한 꽃을 구경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곤충들까지. 애정 어린 눈으로 담은 이들의 자세한 모습은, 생생한 자연의 모습을 만나고 싶은 어른뿐만 아니라 그림책 좋아하는 아이들의 취향에도 딱 맞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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