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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팬덤과 극단의 시대에 꼭 필요한 정치 교양
이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십 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를 겪은 우리에게 ‘좋은 정치’는 여전히 쉽게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다가온다. 좋은 정치는 무엇이고, 또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일까.
이철희의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JTBC 〈썰전〉과 SBS라디오 〈이철희의 정치쇼〉 등 다양한 방송에서 활약하며 대중에게 잘 알려진 저자가 이야기하는 정치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 책은 저자가 2024년 3월부터 1년 1개월 동안 한겨레에 연재한 칼럼을 보완해 엮었는데. 당시에 민감하게 다루어졌던 주제들을 현시점에서 돌아보며, 전보다 조금 더 냉철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은 크게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도입부에 해당하는 1부는 12.3 비상계엄부터 윤석열 탄핵, 조기 대선으로 맞은 정권 교체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풀어내는데. 겨울과 봄을 지나 여름의 초입까지. 지나온 시간을 되짚으며 우리 정치의 현실을 톺아볼 수 있었다.
이어지는 2부는 계엄 전까지, 끊임없이 위기를 향해 나아갔던 윤석열 정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 정치에서 검찰과 총리의 역할 그리고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에 관한 내용, 미국 정치사와 한국의 정치사를 비교 서술한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3부는 한국 정치가 처한 문제적 상황과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다루고 있다.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되어 있어 정치적 성향을 떠나,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찬찬히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상호 관용은 정당이 상대 정당을 무찔러야 하는 적이 아니라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존중이다. 상대 정당, 상대 후보가 집권해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 정권을 잃어도 나의 생존이 위태로워지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그런 점에서 자제와 관용 중에서 관용이 더 선차적이고 중요하다. 상대를 존중하게 되면 절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p.78]
민주주의를 어떻게 정의하든 결국 민이 주라는 얘기다. 공직자는 싫든 좋든, 옳든 그르든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 하지만 선거로 드러난 민심까지 거부해선 안 된다. 선거 결과를 부정하면 민주주의는 작동할 수 없다. 아니, 무너진다. 현실적으로 국민이 늘 주권을 행사할 수 없으니 그 권한을 의회에 위임해 놓는 것이 대의제 민주주의, 다른 말로 의회 민주주의다.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고 대신하는 의회에 성실하게 보고하고 설명해야 한다. [p.107]
정치 팬덤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를 열렬히 응원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거침없이, 당당하게 누군가에 대한 혐오와 배제에 나선다. 다르게 행동하거나 딴소리를 내면 욕설을 퍼붓고 혐오를 쏟아 내고 심지어 배제에 나서기도 한다.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타도의 대상, 즉 적으로 규정한다. 같은 당에 속해 있으면 이런 편 가름이 순화될 것 같지만 정반대다. 다른 당에 있는 적보다 더 미워하고 증오한다. 게다가 ‘내 편’인지 아닌지는 팬덤이 결정한다. 이쯤 되면 권력화가 아니라 폭력화라 할 수 있다. [p.207]
요즈음,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하나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극단주의를 택하지 않을까 싶다. 젠더 갈등, 세대 갈등, 집단 갈등. 다양한 갈등이 가득한 사회에서 극단주의는, 우리가 끊임없이 나와 다른 상대를 배척하게 만든다. 최근 두드러지는 ‘팬덤 정치’ 역시 극단주의의 한 면일 텐데. 저자는 바로 이 팬덤 정치가 포퓰리즘, 정서적 양극화와 함께 ‘나쁜 정치 패키지’에 해당한다고 이야기한다.
좋은 정치를 만드는 비결은 거창한 것이 아닌, 나쁜 정치에서 멀어지려는 작은 노력에 있을지 모른다. 여전히 쉽지 않고 민감하게 다루어지지만, 그럼에도 우리 삶과 온전히 떼어 생각하기 어려운 주제임이 분명한 정치.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사람이라면. 정치의 본질을 쉽게 풀어낸 정치 교양서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와 함께 ‘좋은 정치는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