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구두당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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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주곡.
벌써 30여 년 전에 읽은 동화들임에도 그 잔상이 남았있다. 그런데 잔상이 그저 잔상 정도이다보니 변주가 변주가 아닌 또 다른 비유로 읽히게 된다. 30여 년 전 어린이의 눈은 이미 잃은 지 오래니, 45살의 눈이 다른 걸 본들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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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뜨거운 것들
최영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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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미확신과 바람. 살면서 종종 그랬다. 확신은 없으니 바람은 언제나 있는. 내가 선명하지 않아 확신이 서지 않은 것인지, 네가 선명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나의 바람은 너에게로 향하기 마련이지. 남탓만큼 쉬운 일도 없으니. 그래서 시인은 너라도 선명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섞이지 않는 하나의 향기로 너는 다가와라(꽃집에서)’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거는 항상 뭔가 미적지근한 미련을 남기게 마련이지. 기어코 확인을 하고 왔으면서도 미련은 계속되는 건 불완전한 존재의 업보인지 몰라. ‘놀던 옛 동산에서 내려와 / 꿈이 깨진 뒤에도 / 살아서 비겁한 밥을 먹으며 / 어딘가 뒷맛이 씁쓸하지 않은, / 내 몫의 달콤한 / 산딸기가 남아 있을 같아 / 숨어서 눈을 반짝이는 // 순진무구가 이 세계를 / 지탱해왔어. (뒷맛이 씁쓸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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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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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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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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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여름은 어떠니’

...... 나도 모르는 곳에서, 나가 아는 혹은, 혹은 모르는 누군가가 나 때문에 많이 아팠을 거라는 느낌이, 그렇게 쉬운 생각을 그동안 왜 한번도 하지 못한 건지 당혹스러웠다.......

일상은 자주 아픔을 주고 받는 시간이다. 의식적으로든, 의식하지 못하든 일상에서는 아픔을 주고 받았다. 돌아보면 아픔은 무심한 배경 또는 사물과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일상을 항상 그랬다.


‘벌레들’

가난한 신혼 부부의 도시 생존은 더 싼 곳을 찾아 전세로 떠돌아야 하고, 상황은 항상 나아지지 않는다. 재개발 지역의 묵은 나무는 다른 이들의 생존을 위해 뿌리 채 뽑히고, 뿌리 채 뽑힌 생존의 터에서 쫓겨가는 벌레는 내일의 생존을 기약할 수 없다. 가난은 도시의 벌레들이었다.


‘물속 골라앗’

물에 잠겨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가로로 뻗은 기다란 철골의 길이로 보아 대부분 골리앗크레인이 틀림없었다. 그것은 물속 곳곳에 들쭉날쭉한 높이로 박혀 있었다. 마치 지구상에 살아남은 유일한 생물처럼 가지를 뻗고 물안개 사이로 음산하게 서 있었다. 그것들은 대부분 한쪽 팔이 길었다. 그래서 마치 한쪽 편만 드는 십자가처럼 보였다.

옛날 화가들이 그린 기도서의 색깔이야. 기도서의 색이라는 말만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이내 불쾌해져 기도가 그렇게 푸를 리 없다고. 내가 아는 기도는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색을 지녔다고. 닳고 닳아 너절해진 더러운 색이라며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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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노동자들이, 소외된 사람들이 크레인에 굴뚝에 망루에 올랐고 지금도 오르고 있다. 여전히 고립된 채... 누군가가 봐주길 바라며, 기억해주길 바라며... 수많은 기도가 너절해지고, 고립에 벗어날 때만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내미는 손을 연대라 한다. 김애란은 소설로 연대하는데 나는 뭘로 연대를 하나...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누구나가 성공적일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세속적 성공은 더더욱 말이다. 그럼에도 누구든 살아야만 하고 살 만한 가치는 있는 것이지 않나. 밀입국한 조선인도, 찐지버거 내국인도. 따뜻해서 더 마음이 아리는 얘기이다.


`하루의 축`

`얼마 뒤 녀석이 지나간 자리에 안도의 긴 한숨 자국이 드러났다. 사람들이 비행운이라 부르는 구름이었다.` 하루가 축을 중심으로 지나고 나면 그제야 한숨을 쉬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로 고단한 사람들이 한숨을 쉰다. 육체 노동으로 인한 고단함이었든, 다른 무엇으로 인한 고단함이었든 한숨을 쉬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위로는 고작 `수고하셨습니다.` 또는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는 정도일 테지.
수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떠남과 남음의 공간에서 항상 남겨지는 사람들의 고단함에 기껏 `수고하십니다.` 정도의 인사를 건네면 내 하루의 한숨은 덜하려나?


`큐티클`

젊은 여성의 마음이 이러한가 싶다. 세상은 여전히 자신을 알아주지 않고, 관계는 `거기까지만`이다. 하기야, 어디 젊은 여성만, 그들의 관계만 그러한가? 거기까지가 우리가 관계의 종착점일지도. 더이상 다가오지도 나아가지도 말기를...


`호텔 니약 따`

난 여자를 이해할 수가 없다. 꿈 때문에 우울해진 마음을 상대가 어찌 아나? 말을 하면 되지 왜 꿍하게 있다가 또 마음을 다치나? 그까짓 게 뭐라고 ... 난 여자를 모르겠다. 여고에서 16년을 근무해도 여학생은 어렵다. 여자들끼리든 남녀간이든 일정한 거리가 필수인 듯하다.


`서른`

서른 앞뒤의 나이는 참으로 불안한 나이이다. 뭐든 하나를 해낸 듯해도 또 다른 하나가 남는다. 사소한 실패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듯하고, 종종 돌이킬 수 없기도 한 나이다. `서른`은 `설은`에서 파생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덜 익은`. 내 나이 서른을 넘고 마흔을 넘어서 쉰으로 가는 중에도 나는 여전히 `서른`의 불안이 있다면 과대망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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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갈
김원일 지음 / 실천문학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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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양의 독립운동의 자취를 찾아가는 이야기. 176쪽부터 집중적으로 이야기됨.

울산 봉대산 묘지 -> 봉대산 공원으로
˝그 시절, 안전 불감증으로 공사 현장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명씩 사상자가 속출했다. 안전 사고로 죽은 자에겐 몇 푼 위로금이 가족 손에 쥐여졌을 뿐, 경제 건설에 혈안이 된 군사 정권 아래 어디 대놓고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사고사로 죽은 자들은 서둘러 봉대산 국유지에 매장되기 시작했다. 판때기관조차 마련 못해 지게에 시신을 얹어 장례 절차도 없이 치워냈다. 봉대산 묘지들이 들어선 뒤, 장정 아들 따라 울산으로 들어와서 죽은 늙은이도 함께 묻혔다. 봉대산 묘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1980년대 중반에 매장이 금지되기까지, 지푸라기 같은 민초 수천 구의 시신이 무주구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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