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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뜨거운 것들
최영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재밌다. 미확신과 바람. 살면서 종종 그랬다. 확신은 없으니 바람은 언제나 있는. 내가 선명하지 않아 확신이 서지 않은 것인지, 네가 선명하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나의 바람은 너에게로 향하기 마련이지. 남탓만큼 쉬운 일도 없으니. 그래서 시인은 너라도 선명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섞이지 않는 하나의 향기로 너는 다가와라(꽃집에서)’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거는 항상 뭔가 미적지근한 미련을 남기게 마련이지. 기어코 확인을 하고 왔으면서도 미련은 계속되는 건 불완전한 존재의 업보인지 몰라. ‘놀던 옛 동산에서 내려와 / 꿈이 깨진 뒤에도 / 살아서 비겁한 밥을 먹으며 / 어딘가 뒷맛이 씁쓸하지 않은, / 내 몫의 달콤한 / 산딸기가 남아 있을 같아 / 숨어서 눈을 반짝이는 // 순진무구가 이 세계를 / 지탱해왔어. (뒷맛이 씁쓸하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