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자기계발 책만 엄청 열심히 읽었다.
본인 자랑같아서 싫다는 사람들도 꽤 많지만 나는 자기계발서 특유의 에너지가 좋아서였다.
자기계발서를 쓴 분들의 공통점이 있다.
어려움-열정으로 극복-(대)성공
이 책도 딱 이 공식에 들어맞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저자는 좋은 위치의 매장 3곳, 70여평 아파트, 고급차 몇 대를 모두 팔아야할 정도로 사업이 망하고 빛 5억과 가장 안좋은 위치의 매장 하나만 남겨졌던 시기가 있었다. 모든걸 포기할 생각까지 했었던 시간 그를 지켜준 것은 그의 아내였다.
(책 내용의 곳곳에서 아내에 대한 칭찬과 사랑, 존경과 감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둘리 인형탈을 쓰고 절실함 하나로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고군분투한 저자.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잘팔리도록 제품을 셋팅하고, 친절함 가득으로 고객을 대했다는 아내분. 이 절실함과 열정 덕분이었는지 매출이 점점 오르고 매장을 확장해나갔다.
타겟을 깐깐한(기준이 엄격한) 일본 고객으로 잡고 일본 고객의 만족도를 올리기 위해서 제품을 개발했다. 우리나라 화장품 품질은 중소기업 제품도 좋아서, 잘 만든 제품을 잘 팔아 K-뷰티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COSMURA라는 숍을 만들어 여러 브랜드의 상품을 모아 판매하게 되었다.
이 과정을 구어체로, 수다떨듯 구구절절 풀어낸 것이 이 책의 앞부분이다.
원래부터 자기계발서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부감이 많이 들 수도 있는 내용이다 싶었지만, 몇 가지 인상깊었던 포인트가 있다.
일단, 첫 번째로 무기력한 나에게 에너지를 주었다.
최근에 코로나블루가 왔었던 것 같다.
일하는 것이 재미가 없고 무기력한 상태였는데 책에 계속 나오는 '절실함'이라는 키워드가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인형탈을 쓰고 누군가를 잡아끄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인데 한명이라도 더 매장에 들르게 하도록 매달릴 수 있었던 그 키워드, 절실함.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단어가 아닌가 싶다.
두 번째로 판매 전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Order Taker와 Sales Person의 이야기.
오더 테이커는 수동적으로 주문을 받는 느낌이라면 세일즈 퍼슨은 판매 전략을 갖고 손님을 리드하는 사람이다.
살면서 나는 오더 테이커에 가까운 사람이었던 것 같다.
약간 TMI인 내용이지만
예전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에도 프로모션 음료를 정해서 누가 가장 잘 판매하나를 정기적으로 했었는데 나는 내가 자신있는 메뉴가 나오면 실적이 좋았는데 자신이 없는 메뉴(내가 느끼기에 별로 맛이 없다고 생각되는 것, 또는 안먹어봐서 모르는 맛)인 경우에는 잘 팔지 못했다.
저자는 본인이 판매하는 제품에 확신이 있었다. 이 제품은 어떤 점이 강점인지 확실하게 알고, 직원들도 교육시켜서 단순한 판매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권장하도록 하는 전략을 펼쳤다.
사실 내 성격이라면, 화장품사러 매장에 갔는데 막 이렇게 적극적으로 권유하면 약간 강매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매우 상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또 생각해보니, 나는 이니스프리를 자주 애용하는데(갑자기 개취 커밍아웃) 조곤조곤 꼼꼼하게 설명해주시는 판매원에게 홀려 필요하지 않은 제품인데 산 적이 있지 않은가....?
책에도 쓰여있었다.
고객 3명 중 1명은 화를 낸다. 또 3명 중 한 명은 하나만 산다. 그런데 나머지 1명은 (권유한) 3개 다 사간다.
3명 중 한명만 걸려도 매출은 늘어난다. 그 한 명을 위해 끊임없이 트라이를 한다고 생각하면 회사입장에서 봤을 때 참 적극적이고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맞는 것이다.(세상에나 회사입장에서 생각을 하고 있다니...? 회사원 다되었네)
세 번째는 경영전략이다.
회사라는 곳은 나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곳은 아닌 것 같다. 특히 경영을 하는,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친절함에 대해 강조하고, 잘 팔 수 있는 방법을 매뉴얼화하여 교육하여 판매의 퀄리티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특히나 인상깊었다.
그리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직원에게 권한을 주는 것.
교육하고, 믿고 맡기는 것. 쉬운 것 같지만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 회사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P154 인용글
직원들이 자기 스스로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느끼거나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느낄 때, 그 일에 대한 기술과 지식이 있다고 느낄 때, 실제로 진보하고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업무에 열정적으로 몰입한다. -케네스 토마스, '열정과 몰입의 방법 중'
맞다. 나는 지금 저렇게 느끼지 못하고 있기에 일태기(일 권태기)가 온 것이었다.
(여담이지만, 이건 직원 입장도 들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리더의 위치에서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직원 위치에서는 다를 수도 있으니까.)
좋은 점도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대화하듯 편안하게 풀어나간 내용이 읽기 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같은 내용이 여러번 반복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용이 약간 뻔하게 느껴졌다. 반복된다는 그 느낌 덕분에 절실함과 COSMURA 라는 단어는 완벽히 외워버렸는데 그것이 목적이었다면 목적달성은 충분히 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본인 어필로만 가득한 책이다, 라는 인상이다. 판매 전략이랑 경영 전략을 조금 더 풀어주셨다면 좋았을 듯 싶지만 본인의 살림밑천일 수 있는데 너무 세세하게 풀 수는 없었을 수도 있겠다.
(근데 책을 읽으면서 나도 영업당했는지 3GF에센스랑 망고 폼클렌징은 써보고 싶더라.ㅋㅋㅋㅋ 이분 판매 잘하시는 분 맞는듯)
그리고 책 표지를 볼 때마다 권용수 님과 눈이 마주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괜시리 시선을 피하게 된다. 부담....... 본인 인생을 담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좋은 디자인(?)이겠지만 선뜻 손이 잘 안갈 것 같다.(오히려 신뢰가 가서 많이들 보실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갓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열정 뿜뿜하는 시기에 조금 더 다양한 시각으로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음)
- 은퇴 후 세컨드 라이프를 이어가려는 분들.(다시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을 때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듯)
- 독서에 어려움이 있는 분. 쉽게 읽고 싶은 책을 선호하시는 분
책을 선택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