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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마르탱 파주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림원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스물다섯살의 시간강사 앙투안. 우리나라라면 스물다섯에 시간강사가 되면 정말 대단한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 남자는 젊은시절 군대를 가야하고 군대를 갔다오고 나서 복학할 나이가 아닌가. 앙투안은 총명한 청년이지만 오히려 그때문에 괴롭다. 너무 많은 생각과 논쟁들에 지쳐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고민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피하기 위해 알콜중독자가 되기로 한다. 알콜중독에 관한 많은 저서들을 읽기 시작하고, 드디어 실천에 들어가지만 그의 체질은 술이 맞지 않는지 몇잔 마시지도 않았는데 실신해 버리게 된다. 나 또한 체질적으로 알콜이 영 받지 않는 사람이라 앙투안의 이런 모습에 웃음도 나면서 공감이 간다.
모든것을 지식으로 결론짓고 증명하는 것도 상당히 피곤한 모양이다. 앙투안은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겉보기에는 별 문제 없어 보이는 똑똑한 청년인데 그는 이제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병원에서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서 자살에 대한 강의를 하는 곳을 소개 받는다.
자살을 강의하는 곳이라니...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참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자살률이 최근 급격하게 올라간 좌절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겉으로만 이런 현상이 없다고 해서 자살률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자살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는 곳에서 오히려 삶을 발견한 앙투안. 자살만이 모든것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강의하며 편안해 진다고 설득하는 강사의 말에서 그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자살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살은 비겁한 도피이고 남아있는 사람에게 짐을 지워주는 행동이다. 자신이 편하자고 모든것을 포기하면 남은 가족들은 평생을 그 무게에 짓눌려야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짐을 내려놓는 방법, 자살말고도 상당히 많지 않겠는가.
그래서 앙투안은 바보가 되기로 결심한것 같다. 자살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차라리 자신을 머리아프게 만드는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하는 바보가 되는 것이 내려놓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보통사람이라면 더욱 똑똑해 지고 싶을텐데 앙투안의 모습은 이상하게 여겨진다. 별로 할필요도 없는 고민들에 깊이 빠져 엉뚱한 결론을 내리는 그를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독자인 나도 마찬가지다. 아마 작가가 젊음의 방황과 인생에 대해서 독자와 함께 생각해보게끔 유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지식을 가지는 것도, 많은 돈을 가지게 되는 것도 인생을 본질적으로 기쁘게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철학적인 유머가 담겨있는 소설을 읽으며 좌절하는 이 시대를 방황하는 많은 젊음이 자신의 삶과 꿈, 살아온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고 웃기도 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