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제목을 보고 SF소설이리라 예상했지만 전혀 예상과는 다른 종류의 소설이었다. 그 느낌을 말하자면 새롭고 낯설고 난해하다. 고대 왕국이 있던 영국을 여행한 후에 쓴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토성의 고리란 제목이 붙었을까? 토성의 고리란 토성의 기조력으로 인해 파괴된 달의 잔해를 말한다고 한다. 그렇다해도 영국 고대의 흔적을 찾아 떠난 여행과 토성의 고리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무엇인지 깊은 은유적 의미를 담고 있다 하겠다.

  이책의 작가 W. G. 제발트는 수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도 작가에 대한 찬사를 보고 나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리 쉬이 읽을 수 있는 성격의 책은 아니다. 번역의 탓인지 문화의 탓인지 지식이 없는 탓인지 읽어나가기에 쉽지 않은 이 작품은 세계문학고전들을 떠올리게 하는 난해함과 모호함, 은유로 뒤덮여 있는듯하다. 읽다보면 정말 실제로 일어난 여행기같기도 하지만 일기문 형식의 창작 소설이라고 하니 허구가 어느정도 섞여 있으리라. 해박하고 상세하게 설명되어있는 고대의 흔적, 저자의 지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가 직쩝 찍었다는 사진을 보면서 이것이 실제 기행문인지 소설인지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진실인것인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인간의 삶과 역사는 스스로 창조해나가고 그것을 스스로 파괴해오면서 진행되어왔다. 전쟁과 살육의 참상, 희생자들, 그들의 고통의 목소리들은 어느새 세월의 흐름속에 묻혀버렸지만 그 잔해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런것들을 돌아보는 화자의 생각은 내가 알지 못하고 있는 역사적지식과 어우려져 혼란스럽게 하고 잇지만 그 폐허들을 보면서 저자가 화자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인류문명의 잔혹함을 비판하고 절망하는 듯하면서도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에 대한 반성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듯하다. 앞으로 그런일은 반복되지 않아야 하고 그것은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이다. 쉽지는 않았지만 깊은 뜻이, 미처 내가 읽어내지 못한 것들을 담고있는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은 이유를 약간이지만 어느정도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출간된 여행기, 기행문 형식의 소설은 많이 있어왔고 몇권의 책들을 읽어보았지만 이렇게 독특한 시선으로 접근하고 많은 것을 읽어내는 작품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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