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오래 살다보니 밤하늘에 총총히 빛나고 있는 별들을 바라본지도 오래 된것 같다. 그럴 여유도 없을 뿐더러 대기 오염으로 별들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요즘은 낮에도 하늘이 흐리고 안개가 끼어 맑을 하늘을 좀처럼 보기 쉽지가 않은데 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며칠전 맑은 날에 북두칠성을 보았다. 오랫만에 바라본 북두칠성은 희미해지긴 했지만 몇분동안 시선을 거두지 못하게 한다.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 마당 평상에 누워 별을 한없이 바라보며 즐거운 공상에 잠기던 때가 문득 그리워질때쯤 이책을 만났다. 얼굴도 제대로 기억이 안나는 할아버지. 어떤 분이셨을까? 막연히 따뜻하고 다정한 분이 아니셨을까 생각해가며 나도 할아버지와 함께한 추억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프랑스의 유명한 천문학자인 그가 15살의 손녀딸과 함께 별들을 바라보며 우주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형식으로 되어있어 따뜻함이 더하다.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른 저자 위베르리브의 따뜻한 목소리를 느낄 수 있는 이책은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철학적이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들려준다. 한창 호기심이 많을 손녀는 할아버지에게 우주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별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죠?? 나이는 몇살인가요? 태양은 무엇 때문에 뜨거우며 나이를 어떻게 알아요? 등등 소녀적인 감성과 순수함이 묻어나는 질문들을 마구 쏟아낸다. 이런 질문을 막힘없이 술술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해줄 천문학자 할아버지를 둔 소녀가 무척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즐겁게 우주를 받아들이며 생각이 깊고 풍부하며 넓은 아이로 자라나겠지. 세상에, 저 멀리 하늘에 떠 있는 별이 내 존재와 관계가 있다니요! 정말 놀라운걸요? 할아버지는 그걸 어떻게 아세요? -15p 태양이 완전히 사라 졌어요. 오늘 밤하늘은 참 아름다워요. 여기저기 별도 보이고. 할아버지 책에 보면 우리는 모두 별의 먼지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뜻이예요? -40p 우리가 우주의 먼지라니? 저명한 천문학자가 농담을 할리는 없다. 이런 엉뚱한 이야기는 사실, 사실이다. 별들의 뜨거운 중심에서 원자력 반응이 일어나면 새로운 원자들이 생겨나고, 우주속을 헤매게 되는 원자들의 일부는 지구에 들어와 우리의 구성체가 되곤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음식을 먹음으로서 수많은 원자들이 쉴세없이 몸안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죽게 되면 그 원자들이 땅속에 들어가고 다른 생명체를 이루는데 다시 쓰인다. 그렇게 생명은 이루어지고 돌고 도는 것이다. 빅뱅이라는 폭발로 생성된 우주의 원자가 끝없이 돌아다니며 별을 이루고 생명을 이루며 다시 쓰이게 된다니. 우주와 생명에 대해 다시금 신비함을 느끼게 된다. 나중에 손주들과 함께 별을 바라보게 될날, 아이에게 이처럼 멋진 우주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책을 읽었으니 아예 모르고 있던것보다는 잘 설명해낼 수 있겠지. 저자의 손자나이정도 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쉽게 쓰인 이책은 그러나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다. 용어들이 그렇고 별들의 이름과 명칭이 그러했다. 학창시절에 배운 것들이겠지만 그땐 그리 재미있지 않았고 시간도 오래 지났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더라도 명색이 천문학자의 손녀인데 그런 용어들을 모르고 있을리 없을테지. 그렇기에 나이가 많은 나보다 이해를 잘해낼 것이겠지~ 어찌 되었건 무척 재미있고 보람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