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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웃고나서 혁명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터키 하면 우선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나라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아지즈 네신은 터키의 소설가인데, 터키에서는 매우 유명한 풍자소설가라고 한다. 제목부터 그런 냄새가 물씬 풍긴다. 표지 디자인은 20세기의 지성 샤르트르가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칭송했던 젊은 혁명가 체 게바라의 얼굴로 장식되어 있는 것이 일단 웃고 나서 혁명이라는 제목의 이책과 잘 어우러져 있다.
이책은 풍자가 가득한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야기들은 우리 나라의 현실과도 조금은 비슷한듯 하다. 그중에 가장 재미있게 봤던 작품은 처음에 나오는 [우리는 외메르 영감을 뽑지 않겠다] 이다. 이장선거를 앞두고 마을사람들은 외메르 영감을 뽑지 말자고 담합을 한다. 외메르 영감의 독단적이고 부도덕한 점을 사람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번에야 말로 누리씨를 선출하자며 사람들은 모두 마음을 모으고, 선거는 코앞으로 다가 왔다. 그러나 외메르 영감은 그 사실을 다 아는듯 태연하기만 하다. 마을사람들은 하나하나 외메르 영감과 관련이 있고 그의 도움을 받는다. 드디어 선거날, 사람들의 담합에도 불구하고 누리씨는 단 한표만 받는다. 누리씨 자신이 자신에게 투표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누리씨에게 의혹을 보내지만 사실 누리씨에게 투표한 것은 외메르 영감이다. 외메르 영감만이 외메르 영감을 뽑지 말자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 소설은 정치판을 적절하게 잘 풍자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욕을 하면서도 매번 같은 당의 의원을 선출해주는 사람들. 그런 세태를 비꼬고 있는 듯한 아지즈 네신이다. 정치의 부정 부패 비리는 정치인만의 것이 아닌, 그들을 뽑아주는 마을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가 나아지지 않는다고 불평만 하게 된다. 그런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나 집단의 사적인 이득을 생각하지 않고 공정한 투표를 해야 할 것이다.
터기 국민들은 불평등한 세상의 어려움을 풍자한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위로와 위안을 받으며 스트레스를 날려 버렸을것이다. 이런 정치 풍자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면서 또한 잘못된 것들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 주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우리도 이런 풍자소설이 있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