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복음서, 영지주의
일레인 페이절스 지음, 하연희 옮김 / 루비박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성서학자이자 신약성경의 역사, 초기 기독교 교회사, 성경 사본학의 거장인 바트 어만이 쓴 <잃어버린 기독교의 비밀>은 20세기 중반에 발굴된 나그함마디 문서 등의 다양한 외경서들을 꼼꼼하게 살피면서 초기 기독교의 다양성을 폭넓게 서술한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오늘날 정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독교가 어떻게 다양한 기독교들과 겨뤘으며, 어떻게 승리하게 되었는지를 밝힌다. 초기의 다양한 기독교들 가운데는 에비온파, 마르시온파, 영지주의파가 주요하게 언급되는데,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영지주의파다.
 
영지주의가 대체 어떤 것이었기에 정통파 기독교와 자웅을 겨뤘던 것일까. 바트 어만의 책에서도 그 해답은 어느 정도 제시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 일레인 페이절스가 쓴 <숨겨진 복음서, 영지주의>는 단비와 같은 존재다. 명쾌하고 깔끔한 서술에 흥미롭기까지 하다.
 
그 흥미로움은 1945년 12월 이집트 남부 지방의 한 농부에 의한 놀라운 고고학적 발견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직접 나그함마디에서 발견된 이 영지주의 문서들에 접근해 파피루스에 쓰인 필사본 원본의 일부를 옮겨 쓰는 작업에도 참여했고, 편집 작업에도 참여한 바 있기 때문에 이 문서들에 대한 느낌을 매우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영지주의의 핵심 문서들이 포함된 나그함마디 문서를 정통파 기독교 문서와 비교해보면, 정치와 종교가 기독교의 발전에 있어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저자는 이를 통해 기독교의 기원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초기 기독교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논란을 재조명함으로써 기독교에 대한 본질적 질문, 종교적 권위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영지주의에 대한 탐구는 오래된 그 질문, 그러나 오랫동안 억압되어 온 그 질문을 다시 던져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블레이크, 렘브란트,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니체 등. 영지주의를 의식했건 의식하지 못했건 제도화된 정통파 교회에 의문을 제기하고 순응을 거부했던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존재했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과 거부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아니 의문과 거부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최근에 흥미로운 기사거리가 하나 있었다. 로마 교황청이 '신성모독'을 저지른 존 레넌을 42년만에 용서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존 레넌은 교황청을 용서해 주었을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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