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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왜곡의 역사 - 누가, 왜 성경을 왜곡했는가
바트 D. 에르만 지음, 민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한글판 제목이 원제('Misquoting Jesus')와 달리 조금 자극적으로 뽑힌데다, 표지도 뭐랄까 너무 촌티가 나는 것 같아 겉만 봐서는 책에 몰입하기가 무척 망설여지는 그런 책이다.
물론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30여년간의 연구 결과를 매우 대중적으로 풀어낸 저자의 역작이다. 번역도 비교적 매끄러워 술술 읽히는 책이다.
문자주의 기독교인들, 성경무오류설에 집착하는 기독교인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책일 터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기독교인들이나 비기독교인들에게는 성경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돕는 매우 유익한 책이다.
이 책은 또한 본문비평학을 통해 성경에 대한 연구를 거듭할수록 성경 해석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나아가 저자의 기독교적 세계관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성경 해석을 바트 어만 개인의 생각으로만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저자는 본문비평학이라는 학문 세계에서 다양한 견해들이 공존하고 있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부분도 많다고 설명한다.
설령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자체가 바로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나 성경이 하나님의 영감에 의해 쓰여졌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견고한 생각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기존의 완고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성경에 부분적인 오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긴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성경을 관통하는 신학적 진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견해 또한 이 책에서 통렬히 논박당한다. 신약의 4대 복음서만 잘 훑어보아도 각각의 복음서가 서로 다른 신학적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성경 변개의 무수한 역사 속에는 신학적 입장의 차이뿐만 아니라 역사, 사회, 문화적 차이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러한 의도적인 성경 변개는 바로 성경 해석의 차이를 불러온다. 물론 그 차이는 매우 중대한 것에서부터 사소한 것까지 골고루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경 해석의 문제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성경 해석은 항상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그것을 읽는 사람이 있는 한. 그리고 해석은 항상 독자의 시각에 의존한다. 우리가 사물을 볼 때 사물 그 자체를 온전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눈이란 기관을 통해 보며, 때로는 보고 싶은 것만 보듯이 말이다.
성경 또한 인간의 만들어낸 역사적 창작물에 불과하다. 어떤 이는 '인간의 옷을 입은 성서'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성경 해석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성경 그 자체가 하나님의 직접적인 말씀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그것이 온전히 보존되어야 할 것이었다면 무수한 성경 변개의 역사는 일어날 수 없는, 그리고 일어나서도 안 될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분명히 일어났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무수히 많이. 저자는 이 가운데 핵심적인 것들만 추려서 선보인다. 이것만으로도 성경을 더이상 무오류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없게 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의 메시지는 매우 간결하다. '성경도 의심의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