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크리스트교에 대한 최종 판결문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안티크리스트>
이것으로 나는 결론에 이르렀으며 이제 판결을 내린다.
피고 크리스트교는 유죄이다.
나는 지금까지 고소인들이 입에 담았던 그 어떤 말보다도 더 혹독한 말로 크리스트교를 고발한다. 그 어떤 부패도 크리스트교만큼은 썩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크리스트교는 주변의 모든 것을 썩게 한다.
모든 가치에서 무가치를, 모든 진리에서 거짓을, 모든 정직함에서 비겁한 마음을 만들어낸다.
그래도 아직 크리스트 교회의 '인도주의적'인 축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라.
크리스트 교회는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하여 살아왔다.
그뿐 아니라 자신들의 조직을 영구화하기 위하여 불행을 만들어왔다.
이를테면 '죄악감'이 그것이다. '죄악감'을 만듦으로써 비로소 교회가 인간을 '풍요롭게' 할 수 있었다.
'신 앞에서의 평등'이라는 말은 비천한 인간의 고통을 속이기 위한 구실이다.
혁명, 현대적 이념,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주문.
이러한 것들이 크리스트교의 다이너마이트였다.
흔히 '인도주의적' 축복이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인간 속의 모순, 불결함, 거짓, 모든 본능에 대한 경멸을 만드는 것이 크리스트교 세계에서는 '축복'이 되기 때문이다.
크리스트교라는 기생충은 그 '신성'한 이성을 가지고 모든 피와 모든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모든 희망을 빨아먹었다.
그들은 눈앞에 있는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저세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십자가는 일찍이 존재했던 것 중에서 가장 지하적인 반란의 상징이다.
이 정도로 규모가 큰 반란이 역사에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건강, 아름다움, 좋음, 용기, 정신, 훌륭한 영혼 그리고 삶 자체에 반란을 일으켰다.
십자가에 매달아서.
나는 크리스트교에 대한 이 영원한 고소문을 가는 곳마다 장소를 불문하고 걸어놓을 작정이다.
크리스트교는 저주다.
크리스트교는 퇴폐다. 해롭고 음험하며 지하적이고 거대한 복수의 본능이다.
크리스트교는 지워지지 않는 인류 최대의 오점이다.
그런데 달력은 왜 이런 비참한 일들이 시작된 불길한 날, 즉 크리스트교의 탄생일을 기점으로 삼고 있단 말인가. 왜 크리스트교의 최후의 날을 기점으로 삼지 않는단 말인가.
즉, 오늘을 기점으로, 모든 가치를 전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