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국가에 보내는 편지
샘 해리스 지음, 박상준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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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 한국에서도 출간된 샘 해리스의 <기독교 국가에 보내는 편지>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 다니엘 데닛의 <마법 부수기>와 동일한 맥락의 주장을 펼치는 책이다. 여기서 다니엘 데닛의 책은 아직 한국어판이 나오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도 “나, 데닛, 도킨스, 히친스 이 네 명은 네 개의 머리를 가진 한 사람인 것처럼 공격받는다”고 말했는데, 결코 부당한(?) 공격은 아니다. 이 네 사람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다양한 변주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이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지 그 핵심만을 파악하고 싶다면, 네 사람 모두의 책을 읽을 필요까진 없다. 한국어판이 있는 세 책 가운데 <기독교 국가에 보내는 편지>가 가장 간명한 것이니 시간을 절약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를 권할만하다.

그렇지만 나머지 책을 읽은 사람들도 내친김에 한 번 읽어보는 것이 나쁘진 않다. 저자도 말했듯이 “이 책의 또 다른 주요한 목적은 우리 사회의 세속주의자들을 무장시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 명의 기독교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이 책을 썼지만, 이 책은 사실 모든 종교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제목에 있는 ‘기독교 국가’의 의미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국가’는 현실의 특정 국가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매우 오랫동안 역사적으로 형성된 권력 집단의 형태로 이해할 수도 있다.

기독교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현재 명시적으로는 세속 국가이나 신정 국가를 지향하는 강력한 보수 기독교 세력이 존재한다. 그리고 미국은 이미 그 맹아들을 너무나 많이 보여주고 있다. 특정 국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기독교(기타 종교도 마찬가지)에 근거한 공동체나 집단을 향해서도 이 책은 거침없이 발언하고 있다.

대략 이 네 사람의 주장과 논리, 그 전개 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으로 출발한 분들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는 것도 좋겠다. 고전에 해당하는 버트란트 러쎌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와 보다 적나라한 문체로 서술된 미셀 옹프레의 <무신학의 탄생>을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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