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옷을 입은 성서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2
김호경 지음 / 책세상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종교 안에서 성서를 대할 때와 종교 밖에서 성서를 대할 때는 분명 다르다.

중학교 1학년 때 친한 형을 따라 성당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성당을 다니면서 구약과 신약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지는 못했지만, 드문드문 읽으면서 나름 성서와 친하게 지냈다.

고등학교 때는 ‘Cell'이라는 카톨릭 학생모임도 이끌면서 매주 교구 수녀님과 함께 성경연구를 하고 학생모임에서 배운 것을 반복하며 주일 미사 시간에도 성서와 가까이 지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나에게 종교 생활은 그저 폭넓은 의미의 문화 활동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성서를 전체로 이해하지 못한 채 부분을 따로 떼어내어 진실한 신앙이나 믿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윤리적, 도덕적 지침으로 삼는다거나 문학적 텍스트를 대하듯 한 것 같다.

이후 오랫동안 성서는 내게 잊혀진 존재였다. 물론 책장에는 다양한 판본의 성서들이 늘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성서에 대한 약간의 관심은 몇 해 전 세계 종교사를 개략적으로 공부하면서 되살아났다. 꾸란은 물론 바가바드 기타, 우파니샤드까지 뒤적거려 가면서. 최근에는 적극적인 종교 비판의 관점에서 성서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이 때 길잡이를 해준 책이 있었으니 바로 <인간의 옷을 입은 성서>다. 이 책은 신약의 네 복음서를 중심으로 성서에 대한 핵심적인 이해를 돕는다. 물론 성서신학자인 자신의 관점으로. 그러나 꼭 저자의 관점에 공감해야만 이 책의 의미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무신론자이든 유신론자이든,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은 성서와 기독교를 이해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스스로를 보수적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방법만 있다면 꼭 읽히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기독교와 담 쌓으라고 하진 않을테니 최소한 성서의 가름침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보라고.

오래전 김일성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김일성의 저작을 읽었듯이 기독교를 비판하기 위해 나는 다시 성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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