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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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와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이 두 책은 유사점이 많다. 종교와 비판적으로 대결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이자 이 두 저자의 근본적인 목표다.

도킨스는 동물행동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이고, 히친스는 정치학자이자 저널리스트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때문에 약간의 차이들은 발견된다. 내가 볼 때 그 대부분은 자신의 경험에 따른 문체와 스타일의 차이 정도이지만.

도킨스는 약간 점잖고 굵게 논지를 전개하고 있고, 히친스는 매우 까칠하고 날카로운 표현들을 동원하여 구석구석을 더듬는다. 예들 들면, 히친스는 도킨스가 다룬 아브라함을 시조로 하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뿐만 아니라 불교를 비롯한 동방의 종교, 일본의 천황제, 북한의 김일성과 한국의 문선명(한반도의 두 '아버지')까지 친절하게 까발리고 있다.

히친스가 그의 책에서 도킨스를 언급한 부분도 약간의 차이를 암시한다. 그는 "무신론자들이 '영리한 사람'을 자처하며 우쭐거려도 된다는, 도킨스 교수와 대니얼 데넛의 비굴한 주장을 내가 몹시 싫어한다는 사실도 지속적인 논쟁의 주제 중 하나이다"라고 스치듯 말했는데, 책에서 자세한 내용을 말하진 않았다.

얼마전에 한 블로거가 히친스의 책을 소개하기 위해 내가 올린 포스트에 이런 댓글을 남겼다.

"히친스라던가 도킨스 같은 포퓰리즘 학자들의 천박한 유물론적 도그마에 동조하며 무조건적으로 종교에 대한 조롱을 하는 것 ... 슬라보예 지젝이나 알랑 바디우와 같은 사상가를 좀 읽어 보시고 종교에 대한 사유를 확장하시고 좀 더 성숙한 사고를 가지세요. ... 히친스 도킨스 등의 영미 천박한 reductionists들을 보며 감탄이나 하고있다니 실망이 큽니다."

그는 자신을 무신론자이며 기독교에 비판적인 21살의 학생이라고 밝혔는데, 그건 뭐 중요한 건 아닌듯 싶다. 아무튼 그는 매우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내가 볼 때 도킨스와 히친스는 '천박한 유물론적 도그마'에 빠져있거나 '천박한 환원주의자'는 적어도 아닌 듯 싶다. 사실 이 두 사람은 종교적 도그마뿐만 아니라 유물론으로 치장된 도그마에서도 빠져나온 혹은 빠져나오길 간구하는 사람들이다.

종교에 대한 사유의 확장 문제를 떠나서라도 지젝이나 바디우, 아감벤 등의 저작들도 읽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인정하는데, 그 저작들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스스로의 경험과 이성적 사유에 근거하여 종교에 대해 발언할 권리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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