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화, 현실인가 또 하나의 신화인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3
구춘권 지음 / 책세상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화, 세계화와 관련한 무수한 책들이 있지만, 이 책만큼 깔끔하게 잘 정리하고 있는 책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이라면 분량도 작고,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구화라는 키워드를 이해하는 입문서로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다만, 내용적으로 아쉬운 점 두 가지 정도만 언급하렵니다. 우선, 이 책은 지구화를 자본주의 축적체제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올바르게 조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변화를 포드주의적 축적체제와 포스트포드주의적 축적체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틀이 명쾌하기는 하지만, 아직 엄밀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러한 축적체제를 어느 범위까지 설정할 수 있는지, 국가라는 개별 마디 사이의 편차를 어떻게 고려할 수 있는지, 개별 국가 내에서 이러한 체제의 변화가 지배적인 현상이 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실증적인 연구가 이루어졌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론 정세적인 이유도 하나 있습니다. 바로 네그리와 하트의 《제국》이 포스트포드주의적 축적체제의 성립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엄밀한 논의가 없이 말입니다. 《제국》의 약점 중의 하나가 경제적 분석의 결여라고 할 수 있는데(* 물론 저자들은 이를 부인합니다. 저자들은 경제의 변화에 내재한 계급투쟁의 동학을 자신들이 발견했다고 주장하지요.), 그에 덧붙여 이러한 전제를 자신의 이론적 기반으로 삼는 것은 주관적인 정치적 독해라고 보여집니다.

다른 하나는 결론 부분입니다. 저자는 대안적 지구화의 길로 국제금융시장의 규제, 지구적 불평등의 완화 노력, 환경적 측면의 고려, 경제적 지구화와 정치적 지구화를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국제협력기구 설립 이 네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는 이것이 첫걸음에 불과하다고 전제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들은 이미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대안들의 맹점도 함께 고려하면서 좀 더 균형있는 서술을 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결론의 무용성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근본적인 방책은 아니나 과도적인 정책 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들도 제법 있습니다.

참, 지구화와 관련하여 책을 한 권 더 소개할까 합니다. 앞서 소개한 책과는 좀 반대되는 특징을 갖는 책입니다. 독특한 시각에서 지구화를 논하는 조금은 난해한 책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화, 야누스의 두 얼굴》(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김동택 옮김, 한길사, 2003)

제목에서도 느껴지시겠지만, 지구화를 장미와 가시의 이미지로 설명합니다. 이러한 설명틀이 책 속에 녹아 있습니다. 여행자/떠돌이, 천당/지옥, 위계의 상층부/하층부, 지구화/지역화 등이 그러합니다.

이 책은 지구화가 초래한 시간과 공간의 변화 그리고 인간 사회의 변화, 공간을 둘러싼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 지구화, 지구화 현상 속에서의 국민 국가의 퇴락과 초국가적 세력의 대두, 지구화가 만들어낸 차별적인 인간 조건으로 인한 문화적 영역의 양극화, 지구적인 법칙과 지역적인 질서의 대비로 나타나는 양극화의 극단적 표현 등의 내용을 다룹니다.

"바우만은 지구화 현상을 분석하면서 상상력과 날카로운 분석, 사례 연구를 통해 우리가 경험해왔던 것들과 장밋빛 공약과 날카로운 장미 가시에 찔려 고생하는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요구한다.” (옮긴이의 글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