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42
홍기빈 지음 / 책세상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리스토텔레스'. 아마도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처음 만난 이름이지 싶습니다. 그것도 소크라테스나 플라톤보다 철자가 많아 기억하기 벅찬던 사람입니다. 대학 시절 철학 세미나 때 고대 철학자들 중의 한 사람으로 가볍게 인사 정도는 나누었습니다.

그도 아니면 영어 공부의 와중에 지문에서 그의 이름을 간혹 발견합니다. 'Aristotle'을 '아리스토텔레스'라 읽지 않고 '아리스토틀'이라고 읽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는 감감 무소식이었습니다. 그를 만날 기회도 없었고, 찾을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런 그가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철학도 아닌 경제를 말하는 그를 만납니다. 어쨌든 그를 우리와 다시 대면하게 해 준 홍기빈 님에게 먼저 감사드립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으로 경제를 논합니다. 그러면서 현대의 '경제', '경제학'의 상식을 뒤집어 엎습니다. 고대의 영혼을 불러내어 현대의 사고를 전복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뒤집어 보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스레 곧 친구가 됩니다.

우리보다 먼저 친구가 되었던 사람들도 짤막하게 등장합니다. 바로 맑스와 칼 폴라니(Karl Polanyi)입니다. 맑스는 1857년 12월 21일 라살레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항상 이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에게 애정을 느껴왔는데, 고대 철학자 중 내가 그보다 좋아하는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 뿐이다.”

맑스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꽤 중요한 업적을 남긴 경제학자 폴라니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홍기빈 님은 또 폴라니의 사상에 크게 감화를 받은 분입니다. 이 책도 폴라니의 영전에 바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로부터 현대까지를 경제의 문제를 중심으로 꿰뚫어 봅니다. 그리고 현대의 자본주의와 이를 지탱하는 사고의 틀을 상대화해서 보게 해 줍니다. 또한 이 상대화 작업은 매우 쉽고 재미있게 이루어집니다. 그 꿈은 비록 폴라니가 꾼 것이지만, 저자의 해몽 솜씨는 매우 탁월합니다.

어떤 사람은 저자의 작업을 건조한 스케치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은유적인 메시지는 강렬합니다. 이를 간파한 사람들은 필경 어깨가 무거워지리라 보입니다. 상대화 작업은 인식론적 단절과 전환을 위한 예비작업입니다. 이는 또한 존재론적 단절과 전환을 위한 예비음모로 이어집니다.

폴라니의 대표작인 《거대한 변환》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속좁은 음모'말고 '거대한 음모'를 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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