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공화주의 - 한국 사회 위기 해소를 위한 정치 기획
금민 지음 / 박종철출판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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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당(현 한국사회당)의 정치가 이제껏 빛을 발하지 못했던 주요한 원인은 보편적 반자본주의와 현실의 자본주의에 대한 의제적 개입의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사회주의 선언'으로만 돌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장기간 놓여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선언’만으로도 최초에는 일정 정도의 정치적 효과를 발산할 수 있었다. 2001년 사회당의 탄생 자체가 중앙일간지의 사설에 다루어졌던 것은 분명 그 효과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사회당은 그 다음의 단계를 준비하지 못했고, 따라서 황량한 벌판에 ‘사회주의의 깃발’만 나부끼는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사회당은 그 출발부터 ‘20세기형 사회주의’와의 분명한 단절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20세기형 사회주의'를 대체할 체제대안적인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을 제시한 바는 없다. 아니 분명히 말하자면, 현재의 수준에서 이를 제시할 수 없다고 명토 박았다. 이는 온갖 혁명적 수사학을 동원하기를 즐기는 자칭 사회주의자들 또한 제시한 바가 없다. 다만, 제시했다고 믿는 또는 현재의 수준에서 제시할 수 있다고 믿는 사회주의자들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사회주의는 대부분 ‘20세기형 사회주의’의 다양한 변종 혹은 조합에 불과하다.

만일 우리가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체제대안으로서의 무엇을 '새로운 사회주의'로 명명할 수 있다면, 이는 이미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앞으로 생성되어야 할 어떤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사회주의’를 앞으로 생성되어야 할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어디엔가 있는 것으로 보면서, ‘사회적 공화주의’의 주창을 '새로운 사회주의'의 폐기와 등치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앞으로 생성되어야 할 어떤 것, 아직 없는 어떤 것을 폐기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공화주의는 사회권과 참정권에 대한 통일적 이해를 기반으로, 전자를 후자의 가능조건으로 보고 있다. 이 점에서 사회적 공화주의는 우파적으로 해석된 공화주의와 분명한 차별성을 갖는다. 사회적 공화주의는 우선 '새로운 사회주의'로의 도정에 대한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을 한 사회가 구상할 수 있게 만드는 가능조건에 대한 모색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 공화주의는 진정한 사회주의가 무엇이냐 또는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이 무엇이냐 등의 질문에 대해 답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회적 공화주의는 우리 사회가 운동 속에서 대안적 사회화 형태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출할 수 있는 조건과 그 전제를 창출하고자 하는 고민 속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본주의와 ‘20세기 사회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사회주의’에 대한 포기할 수 없는 갈망이 이른바 '좌파'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붉은 심장이라면, ‘사회적 공화주의’는 현 시기 좌파의 나침반, 냉철한 이성으로 명명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공화주의'가 새로운 진보정치의 화두가 되어 진보정치 혁신의 동력이 되고, 대안적 현실정치의 전망을 여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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