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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웹기획자
흡혈마녀늑대 지음, 요물공쥬 그림 / 아무책방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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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뭐라도 하고 있는 척 해야 한다 - 늙은 웹 기획자’
제목부터 딱 나의 위치를 말해주는 듯 하여 끌리게 된 책이다. 늙은 웹 기획자라니, 웹기획자라면 뭔가 센셔이션한 감각이 있어야 할 듯한데, ‘늙은’이라는 키워드가 붙어서, 감각이 무뎌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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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한 목차를 처음 펼치고선 ‘뜨~~악’했다. 이렇게 빽빽한 목차를 본 적이 있던가?? 목차 페이지에서 받은 느낌은, 다들 흔히들 말하는 ‘워라밸’하고 거리가 먼 작가인가 보다! 하루하루를 회사에서 하는 일에만 집중하며 애쓰는 사람인가 보다!라는 이미지가 확 들어오는 그런 목차였다.
그래!! 제목부터 목차까지 일관성이 있어서 아마도 그러한 꾸준함이 있을 것 같군!!이라는 느낌을 받고 첫페이지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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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첫 에피소드의 제목은 ‘늙은 웹기획자’, 마지막 에피소드의 제목은 ‘나는 늙은 웹기획자다’로 작가의 꾸준함, 즉 변함이 없는 일관된 태도에서 힘들다는 직장을 20년 넘게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이 일관된다라는 것이!!! 특히나 빠르게 변화하는 웹기획이라는 분야에서 누군가는 일관되게 끌고 가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변하지 않고 한자리를 지키는 꾸준함에 리스펙!!!
다른 서평들에서는’찌질’, ‘짠내’라는 단어들이 자주 보이던데, 비슷한 년차의 같은 직장인으로서, 공감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짠내나게 직장생활하며, 특히나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다루는 분야인 곳에서는 잠시만 한눈을 팔면 나만 뒤쳐진 시대에 살고 있는 느낌을 바로 체감하게 되는 곳이 IT분야이다.
나의 감성은 아날로그인데, 직업은 디지털인 사람은 특히나 다중인격자인 듯 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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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산 책>
모바일 UX 및 XD 관련 책이 배송되어 왔다. 택배 기사가 큰 소리로 이름을 불렸다. 나는 황급히 책을 숨겼다. 왠지 부끄러웠다. 월급을 축내는줄만 알았더니, 드디어 공부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원래부터 잘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 그게 직장인의 기본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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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UX 스터디 모집 공고가 떴다고 옆 기획자가 추천해줬다. 밤8시에서 10시까지 하는 스터디다. 굉장한 관심이 있는 것처럼 오오,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강의 내용은 나쁘지 않다. 들으면 유용할 것도 같다.
그런데 근무시간도 아니고 퇴근 후에 오밤중까지 하는 강의라니. 근무시간이 지나서까지 일과 연관된 건 하고 싶지 않다. TV만 보기에도, 핸드폰만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이렇게 스터디를 하는 걸로 결론이 날까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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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직 고군분투하며 버티고 있는 늙은 웹기획자들을 위로하고 응원해주고 싶다. 당신들이 지금도 유용하기에 각자의 책상이 건재하지 않을까라며!! 아직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고!!! 나 역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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