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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 부엌 - 도쿄 일인 생활 레시피 에세이
오토나쿨 지음 / 유선사 / 2023년 8월
평점 :

‘재생’이라는 단어가 붙은 레시피 관련 책이라, 아무거나 우걱우걱 집어 넣은 내 몸을 재생시켜줄만한 레시피가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읽게 되었다. 그 기대는 너무나 옹졸했던것 같다. 내 몸을 재생시켜주는 것 뿐만 아니라, 저자의 스토리를 느긋한 호흡으로 같이 따라가다보니 내 마음까지도 재생시켜주는 책이었다.

도쿄에서 혼자 살고 있는 저자는 어릴적 편식이 아주 심했다고 한다. 어떤 음식의 경우에는 먹자마자 몸에서 거부 반응이 나올 정도로 아주 심한 편식이었다고 한다. 카레, 쌀국수, 대만 고기 처럼 향이 강하거나 미역, 가지, 피자처럼 식감이 독특한 음식을 시작부터 못했다고 한다. 이런 편식때문에 직접 요리를 하게 되었다는 저자가 아주 깊이 이해되는 건 나 역시 건강한 음식이 건강한 정신을 갖게 한다는 나만의 생각이 있기 때문일까? 어릴적 이것저것 맛있는 것만으로 내 뱃속을 채웠다면 지금은 작은 식재료 하나도 건강하게 재배된 것을 찾는 습관이 생겼다.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조금 더 자연에 가깝게 원재료 그대로를 살려 간단한 조리법을 쓰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오토나쿨이라는 저자의 식습관이 불편하고 힘들지만 내 몸을 위한 내가 찾던 이상적인 재생 과정인 것 같다.
이 책에서는 24가지의 요리의 레시피를 소개하며, 그 요리에 있는 자신만의 스토리까지 잔잔하고 차분하게 이야기해준다. 이 과정에서 하루를 숨가쁘게 살고 있는 나를 조금은 찬찬히 주위를 살피며 쉬어가게 해주는 것 같았다.

레시피도 하나하나 따라해볼만 해서, 이 책은 두고두고 계절에 맞추어 하나씩 나의 것으로 만들어보고푼 레시피들이다.
빵편에서는
‘겉은 단단하고 거칠지만 속은 부드럽고 탄력적인 모습을 가져야 할 것은 빵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니까요.’
두부 이야기 편에서는 어릴적 황새기로 담근 김치를 경험하는 과정에 김치 속에 들어있는 황석어와 눈이 마주치는 장면에서는 웃음 코드까지 들어있었다.
다시, 빵편에서는
‘도움이 무형의 빚이라는 생각이 아주 틀리지는 않을 겁니다. 도와준 사람에게 실망스러운 모습를 보일까 걱정하고, 그 빚을 못 갚을까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뭉텅이를 끌어안고 끝없는 고통의 굴레에서 못 벗어나는 것보다는, 도움을 받아 해결의 실마리를 쥐는 게 훨씬 나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요리를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저자만의 레시피, 저자만의 이야기, 저자만의 교훈들을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다 담아져 있어서 하루하루가 단순히 배부른 날이 아닌, 과하지 않게 적당한 영양분을 담아서 편식없이 먹을 수 있는 속이 편안한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