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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랑은 -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
황주리 지음 / 예담 / 2012년 6월
평점 :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 그리고 사랑은. 표지만 보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생각했다. 보통의 사랑이야기들, 남녀간의 사랑이야기, 이별의 순간을 겪기도 하고 힘든 순간도 있지만 행복한 것 - 그것이 사랑 아닐까? 그래서 9개의 단편이 있다는 이 책에 대한 내용을 대강 보곤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이거 사랑인지, 이기적인 자기의 욕심인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반감이 생기는 부분도 있었다.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고만 있진 않았다. 그냥 보편적인 사랑,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랑도 다 '사랑'이었다. 그리고 사랑은 계속되어져가고 있다.
총 9편의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를 담고 있다.
첫번째,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 자신의 사랑을 찾아 몇차례의 결혼과 이혼을 한다. 뭐 이렇게 쉽게 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몇차례의 경험을 통해 진짜 사랑을 만난 것이지만, 너무 결혼, 이혼을 쉽게 생각하는 모습에선 자연스럽게 반감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 <키위 새가 난다> 첫사랑을 그리워하지만 결혼은 안락함을 선택한 남자, 그리고 뉴질랜드에서 키위새를 보며 자신 같아 보이고 자기가 사랑했던 여자와의 기억을 추억해본다.
세번째, <짜장면에 관한 명상> 서로 다른 환경이지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가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 무엇보다 관심이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함께 먹는 짜장면 한그릇의 소중함을.
네번째, <빨간 입술>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 그 속에서 언제나 빨간 입술을 하는 주인공, 자기에게 시련이 다가오려고 할때면 하나님을 찾으며, 결국 이 동네에서 살아남은(?) 이야기, 조금은 종교적 색채가 들어있었던 단편.
다섯번째, <그녀의 마지막 남자> 보통의 삶에서 벗어나면 나를 떠나간다, 그런 생각과 혼자가 됨으로써 생기는 막막함을 아는 그녀, 그래서 여행을 싫어하는 여자이다. 그런 그녀가 자살로 떠나가버린 이를 생각하며 처음으로 떠나는 그리스 신토리니 섬, 사람의 목숨은 그렇게 가벼운 것일까?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잊히는게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새 서서히 잊히죠. 그리고는 몸에 있는 옅은 점처럼 그 기억이 좋으면 좋은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그렇게 마음에 남게 마련이죠. 남남 되어버린 우리들 사랑의 기억은 대개는 기억하기도 싫은데 또렷이 기억나는 오래전에 꾼 악몽처럼 나쁜 기억이기 일쑤죠. 그 누구의 사랑의 기억인들 그렇지 않겠어요.' (p.228)
여섯번째, <스틸라이프> 이 속엔 또 다른 단편 <기타>, <첼로>, <골동품점 메리 포핀스>가 있었다. <기타>는 언니와 동생을 동시에 사랑한 한 기타리스트의 이야기, <첼로>는 첼로를 연주하던 음악 선생님은 그의 첫사랑, 대학시절 만난 도넛 중독에 빠져있던 첼로를 연주하던 그녀, 거식증에 빠져있고 물리선생님이던 그의 아내, 이들은 첼로라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삼백년전 만들어진 첼로와 그녀들과의 연결, <골동품점 메리 포핀스>는 <첼로>의 그 남자와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골동품점 메리 포핀스의 여자이야기,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들은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일곱번째, <네 인생의 청문회>, 순조롭게 지내던 한 회사원이 이승과 저승의 사이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청문회를 한다.
여덟번째, <그대와 함께 춤을>, 한 시각장애인은 내 앞에서 와서 내 발의 느낌으로 작곡의 영감을 스케치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점점 냉정해지고 동정심은 사라지는 현실에서의 짧은 이야기.
아홉번째 <나 하나의 사랑>, 문득 지나간 사랑은 몇이든 전부 하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 이야기.
뒤에 세편은 정말이지 너무 짧았다. 몇장도 채 안되는데, 단편들 ;;;
이들은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언제나 단편을 읽을때면 하는 생각이다. 나는 찾지 못했다. 읽으면서 그 동안의 사랑이야기와 다른 느낌에 낯설기도 했지만 이해하지 못한 사랑이야기도 있었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도 있었다. '왜 우리는 늘 한발자국 늦는 걸까요?' 사랑에 관한 생각을 할때면, 책을 읽을때, 드라마를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도 들었다.
점점 자기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러워진다. 이 책이 그림소설이라는 말이 붙은 것처럼, 그림을 통해서도 이야기 속 사람들의 상태나 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은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