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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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는 평소 관심을 갖고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주저없이 집어들었다. 얇고 야무진 책 모양새도 마음에 쏘옥. 그래서 지난달, 꽤 길었던 여행길에 동행하며 야금야금 읽었다. 역시... 그의 글은 마음을 뚫고 들어오는 힘이 있었다.

힘겨운 유소년 시절과 청년시절을 지나온 은행 경비원 조나단은 마침내 온전한 자신의 보금자리를 소유하게 될 날을 앞두고 있다. 반듯하고 도덕적인 일상을 꾸리고, 선량한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채우며 살아온 삶이었다. 결코 풍족하지 않지만 남의 몫을 탐하지도 않았고, 결코 게으름을 피우지도 않았다. 그로써 스스로의 삶이 지켜질 수 있을거라고, 더이상 부당한 일을 당하지도 않을거라고 생각하며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일상은 어느날 비둘기 한마리의 출현으로 심각한 손상을 받게되고, 그의 육체와 정신은 깊은 밑바닥부터 휘청거린다. 그리고 마지막 쪽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책장을 덮기까지 그의 행동과 심리에 웃고 울게되는 소설이다.

다중이인 나는 대체로 소설을 읽으면서 그 주인공(혹은 다른 등장인물)의 심리에 홀딱 공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 속 주인공인 조나단의 심리에도 어찌나 쏙 빠져들던지... 내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 하는 새로운 발견을 하기도 했다. 쉽게 울컥하면서도 끝내 참아버리고 마는, 혼자만의 벽을 날마다 새로 쳐올리면서도 결국은 타인의 존재에 목말라하는, 올바르게 사는 일에 의외로 집착하는, 그런 모습들 말이다.

책 뒷면에 쓰인 글로 마무리해본다.

"허무하고 빈한한 인생에서 느끼는 복잡한 내면의 세계를 탁월한 묘사 기법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허무하고 빈한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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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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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이렇게 싱거운 제목이라니... 그렇다면 읽어줘야지.
그렇게 읽게된 책이다. 그리고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자질구레한 사건과 감정들도 소설이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몇번이고 했으니 정말이지 내용에 딱 맞는 제목을 붙인거라고 해야할 것 같다.

모두 여섯 편의 단편들이 묶여있는데, 각기 다른 인물들이 다른 상황 속에 있지만 그들이 가지는 일관된 정서라면, 뭔가 또다른 인생을 살 수 있지도 않았을까...?라는 생각으로 과거의 선택들을 돌아본다는 것이다. 살면서 아무리 많은 선택지가 놓여져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 그러니 우리가 살 수 있는 인생 역시 하나 뿐이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숱한 갈림길을 지나고 지나 단 하나의 일직선 길이 된다.  그리고 순간순간 가지않은, 혹은 가지 못한 길을 떠올리며 살게 되는게 아닐까.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결혼하지 않았다면,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면,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면, 일을 그만뒀다면, 어느 쪽을 택하든 반드시 택하지 않은 쪽을 상상해."

단편 '오늘도 무사태평' 속 사토코을 말이다.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블로그를 통해 전하며,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보이도록 살짝 덧칠을 하기도하고 초라한 흠집은 슬쩍 바닥에 흘려버리기도 하는 그녀의 모습은 개인 미디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단지 수위의 문제일뿐 누구라도 그러지 않을까. 그리고 사토코의 생각은 이렇게 이어진다.

블로그를 통해 지금 나는 알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보여 주고 싶은 건 (중략) '만일'로 헤어진 나 자신이다. 그때 아사히에게 매달려 헤어지지 않은 나. 자포자기한 상태로 신이치와 만나지 않은 나.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나...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른 곳에 있을 무수한 '나'에게 나는 지금 누구보다도 행복하다고, 내게 선택받지 못한 수많은 '나'에게 행복한 나를 보여야 했다.

타이틀 단편인 '평범'에서는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날,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여고시절의 단짝을 만나 한나절을 보내게 되는 기미코의 심리를 쫓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작가는 결국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불행일까, 행복일까.

가장 마음에 남는 작품은 '달이 웃는다'인데,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용서'라는 키워드가 강하게 다뤄지고 있다. 평범한 인생에 불만이 없는 결혼 6년차의 그에게 어느날 아내 후유미가 이혼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걸 알게된다. 처음에는 결코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분노에 휩싸이고, 그로 인해 평소라면 경멸했을만한 행동도 (스스로 인식하는 가운데) 스스럼없이 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용서'라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로써 자신을 되찾게 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용서'는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용서하지 않는 일 또한 어렵다. 용서함으로써 복잡한 관계와 감정은 일순간에 정리되어버리지만, 용서하지 않는다면 그 관계와 파생된 감정들은 언제까지고 나의 일부로 남아있게 되는 셈이니 말이다. 그런줄 알면서도 어려운 '용서'. 단편을 읽으며 용서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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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신
김숨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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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문득 한국 소설을 읽고싶어진다. 나의 경우 분명 한국어로 매끄럽게 번역되어 있다해도 외국 작가의 소설들을 읽을 때 느껴지는 긴장감 비슷한 느낌은 어쩔 수 없는것 같다. 언어의 문제이기도 하고,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지 않을까... 물론 그저 기분 문제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문득 한국 소설이 읽고 싶어, 며칠 전 문고에서 신간 코너를 유심히 살펴 고른 책이 김 숨의 <당신의 신>이다. 모두 3편의 단편이 실린 얄팍한 단편집인데, 읽어보니 그 중 '이혼'은 이미 읽었던 글이었다. (어디서? 모르겠다)  그리고 소설 세 편에 공통된 주제어가 바로 '이혼'이다.

인간 관계의 복잡함과 어려움은 언제나 이야기되는 소재이지만, 부부사이는 그 어떤 인간 관계와도 같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완전히 다르다. 최소의 관계단위로서 깊은 연결감과 피상적인 '앎' 사이 어디쯤을 떠돌로 있다고 해야할까? 또한 '두 사람을 하나로 간주하기'라는 사회적 시각을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폭력이 숨어있게 마련이라는걸 작가는 소설 '이혼'을 통해 말하고 있다.

'읍산 요금소'의 정산원인 그녀 역시 이혼을 했다. 그녀는 좁은 공간에서 밖과 소통한다기보다 일방적으로 밖을 받아먹으며 영원 속에 갇혀버린듯한 느낌을 준다. 바깥의 것들이 내 것 같기도 하고, 바깥의 누군가가 나 같기도 하다.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하이패스 구간을 통과해 도시를 빠져나간다. 1.5톤 트럭 적재함에 실린 세간들이 그녀는 아무래도 자신의 것 같다. 그녀가 읍산요금소 부스를 지키는 동안, 그녀의 원룸 세간들이 꾸려져 다른 도시로 보내지는 것 같다.(73쪽)
그녀는 잠든 여자를 조수석에서 끌어내려 부스에 앉히고, 자신이 조수석으로 가 앉고 싶다. 잠든 여자의 인생을 통째로 빼앗고 싶은 욕망이 너무 강렬해, 도리어 여자에게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빼앗긴 것 같은 박탈감마저 든다.(86쪽)

요금소를 지나 햇빛 요양원, 화장장, 납골당으로 이어진다는 설정에서 이 요금소는 마치 죽음의 입구 같은 이미지를 갖기도 한다. 반복적으로 지나가는 그랜저 승용차, 이름이 같은 폐쇄된 요금소의 존재는 '그녀'가 영원히 제자리인 뫼비우스의 띠 위에 있다는 상상을 북돋운다.

마지막 단편 '새의 장례식'은 보다 복잡한 이야기로 읽혔다. 너무 다양한 층들이 겹겹이 쌓여있어, 부드럽고 달콤해도 막상 손대기 힘든 무지개 쉬폰케익 조각처럼 보였다.

만일 우리가 너무 가까워서 안보이는, 너무 작아서 안보이는, 그런 고통에 공명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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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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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집에 작은 정원, 엔티크 가구들,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천천히 음미하는 정찬 디너코스...

어디서 왔는지 모를 온갖 이미지들을 모아 이상적인 삶이라고 받아들였던 모든 것에서 작가 이나가키 에미코는 '문득' 떠난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완벽한 궤도 이탈'이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이러한 삶의 지향에서 1만 광년쯤 떨어진 곳에 서있다.

그 시작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작가는 아사히 신문 기자였다. 그날 이후 자신이 쓰는 전기량에서 원자력발전소 공급량을 뺀 만큼 전기소모를 줄일 결심을 하는 것에서 이 모든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현재는 월 150엔의 전기요금을 내며 최소한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이 책은 그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책이다.

첫달에는 전등 하나를 끄고, 전원 코드를 빼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전기요금은 거의 줄지 않았다. 여기서 작가는 '파나소닉'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일화를 떠올리게 된다.

  "마쓰디타전기가 경비 절감을 위해 전기요금을 10퍼센트 줄이자는 목표를 세웠다. 좀처럼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자 간부들이 모여 이러쿵저러쿵 머리를 맞대고 있을 때, 고노스케 씨가 한 말
"알겠습니다. 그럼 목표를 바꾸죠. 10퍼센트가 아니라 50퍼센트 절감으로 바꿉시다."

그렇다. 전에 <와일드>라는 책에서 비숫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다. 한발짝도 걸을 수 없어서 뛰기 시작했다는... 발상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이제 작가는 없으면 안될것 같았던 가전제품을 하나씩 없애기 시작한다. 사실 우리가 필수품이라 부르는 것들 없이 살았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있어서 편리한 물건이 어느새 당연히 있어야하는 것으로 변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청소기를 버리고, 이어서 전자렌지를, 냉난방 용품을 버린다. 하나씩 버릴 때마다 작가 특유의 멋진 '사유'가 깊이를 더해가니, 버리기의 철학, 無의 美化라고나 할까.

  "아무리 혹독한 추위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다가오는 계절이 바로 봄이다. 반세기를 살아오면서 나는 처음으로 봄이라는 계절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살아남았다는 감각이었다. (중략) 냉난방 기기에 의지하다보면 더위는 그저 '더위', 아무런 변화 없는, 물리쳐야 할 적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그런데 익숙해져버리면, 누구도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미묘한 다름에는 흥미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어 가장 크게 망설였던 냉장고 버리기, 나 역시도 전기없는 생활을 상상하다가 '역시, 냉장고때문에라도 불가능해'라고 생각했었다. 그야말로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기어코 냉장고 버리기를 실행한다. 이로써 동시에 장보기의 즐거움도 빼앗겼다고, 언제나 '지금'을 살게 되었다고 무소유의 철학이 이어진다.

  "나는 지금, 미래(앞으로 쓰게 될 식재로)도 과거(사서 냉장고에 넣어둔 식재료)도 없는 날을 살고 있다. 사실 따분하기는 하다. (중략) 이상한 얘기지만 나는 냉장고를 졸업하고 나서 음식을 상하게 한 적이 거의 없다. 필요한 것만 사니까, 아니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사실 냉장고가 클수록 더 많이 보관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음식물이 상해서 버려지는 아이러니가 상존하다. 그러고보니 미래의 식재료를 지금 사고, 과거의 식재료를 지금 먹고, 그로써 진정한 '지금'을 훼손하는게 냉장고라는 물건의 본질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국 작가는 자신의 인생 역시 이런 꿈 저런 꿈을 그러모아 한자리에 방치한 다음, 조금씩 상하게 만들어온 건 아닐까?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기에 이른다. 사실 '냉장고'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물건으로서 여러 사회심리학자들의 일종의 연구대상이었고, 관련된 책들도 제법 나와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냉장고 속만 사진을 찍는다는 사진작가에 대해 들어본 적도 있다. 24시간 문을 여는 마트가 있고, 집에는 또 거대한 냉장고가 있고, 결국 먹고 사는게 뭔지 점점 오리무중이 되어버린다. 욕망과 욕망이 아닌 것의 경계도 애매해지고, 나아가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이 뭔지를 점점 알수없게 되어버리고, 그래서 막연히 불안해지고... 결국 작가는 냉장고를 없앰으로써 폭주하던 욕망이 급정지했다고 쓰고있다.  다만 음식으로 끝나지 않고 이제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에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 핫한 키워드 '미니멀'을 들먹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전기없는 생활로 나아가는 그녀의 길과 사유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필요와 욕망의 문제를 되돌아 보게 된다. '언젠가 쓸 것들'이 넘쳐나고, '지나간 추억'들 역시 넘치도록 쌓아두고, 그리고도 매일매일 뭔가 사야할 것들, 사고싶은 것들이 무수하다. 이런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물론 아직 냉장고를 버릴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말이다.

이제 그야말로 최초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작가는 자신의 욕심을 비우다보니 타인의 행복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이 더이상 비교의 대상도 아니고, 나를 평가하는 사람도 아니게 되었으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일이다. 당연히 전기를 대신해 몸을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 생활이자만, 어느 개그맨의 말처럼 마음만은 홀~쭉한, 홀가분한 생활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가전제품이 여성을 해방시켰다는 이야기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쓰고 있다.

  "이건 남녀의 문제가 아니다. 남자든 여자든, 우리는 우리가 무엇에 얽매어 살아가고 잇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필요한 것은 더 편리한 가전제품을 사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일을 떠넘기는 것도 아니다. 좀더 근본적인 무언가를 바꾸는 것, 필요한 건 바로 그것이 아닐까."

나는 여전히 버리기보다는 사들이고, 움켜쥐는 일이 더 쉽게 느껴지지만, 진심으로 이러한 생활방식이 부럽다. 응원을 보내고 싶다. 회사를 그만두고, 냉장고를 버리고, 씩씩하게 자신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용감한 그녀의 생활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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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달라진다 - 의지 따위 없어도 저절로 행동이 바뀌는 습관의 과학
션 영 지음, 이미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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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시작되었으니 자기계발서 한 권쯤 읽어주는게 도리?라고나 할까... 마침 손에 들어오게된 <무조건 달라진다>를 읽었다. 표지 색감이며, 제목이며, 제목의 글자체까지. ㅋ 자기계발서로서의 품격과 카리스마를 두루 갖추고 있다. 무려 '무조건'이라니.

지은이 션 영은 스텐퍼드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했고, UCLA 의과대학 교수이자 UCLA 디지털 행동센터와 UC 예측 테크놀로지 연구소의 소장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난 15년간 과학계 최고의 석학들과 협력하면서 어떤 환경에서든 행동을 바꾸고 그것을 유지시킬 수 있는 7가지 심리적인 힘을 확인했고, 그것을 책으로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성격을 바꿀수는 없지만 무려 '과학'이 알려주는 적합한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방법만 이해하면 행동은 바꿀 수 있고, 그 바꾼 행동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책 뒷날개에 쓰인대로 '게을러도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몸이 움직이는 기적의 습관 혁명!'이라고 정리되는 힘은,

1. 행동의 사다리 만들기
2. 커뮤니티에 의지하기
3. 우선순위 정하기
4. 일을 쉽게 만들기
5. 뇌 해킹하기
6. 매력적인 보상 주기
7. 몸에 깊이 새기기

이렇게 7가지이다. 각각의 장은 힘 하나하나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실제 사례적용 방법,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 구체적으로 나에게 대입시켜볼 수 있는 '연습해보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가 언급하고 있듯이 제목만 보면 어디선가 들어본듯하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법론과 설명이 들어있다는게 이 책의 장점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런 힘들은 다다익선이어서 변화를 원하는 일에 대해 적용할 때, 한 가지만 이용하는 것보다 2가지나 3가지, 그 이상을 결합해 사용하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사실 한가지만 이용하는게 더 힘들어보일 만큼 각각의 힘들은 연결되거나 겹치는 부분들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상호 간섭할 것처럼 보인다.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행동은 바꿀 수 있다!'

정말 매력적이고 매우 희망적인 문장이다. 그 방법의 첫 단계는 지금 바꾸고 싶은 행동이 자동(Automatic) 행동, 열정(Burning) 행동, 일반(Common) 행동 중 어떤 유형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 유형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7가지 힘 중에 필요한 힘을 적용함으로써 자신에게 적합한 로드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조건'에서 자동적으로 일어나느 일은 자동 행동이다. 그러므로 그 행동을 바꿀만한 방법으로는 '조건형성'을 이용한다. 이 때는 4번 쉽게 만들기와 7번 깊이 새기기를 이용하는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도 모르게 탄산음료를 마시는 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책상 위헤 음료를 놓지말고(쉽게 만들기), 탄산음료 대신 포만감을 주는 다른 음료를 매일 책상 위에 올려놓으라는(몸에 깊이 새기기) 것이다. 추가로 음료를 가져간 날을 달력에 표시하면(뇌 해킹하기) 더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제 그 길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성공인 셈이다.

다 읽고나니 이 책은 무언가를 하고있는데, 그것을 변화시키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데,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책은 아니라는 말이다. 뭔가 바꾸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그 시작점과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들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작정 먼 목표만 바라보고 있는 것 보다는 어떻게 한걸음씩 그쪽으로 향해 갈지를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이었다. 항상 미니멀을 꿈꾸는 나로서는 우선 이런 첫걸음을 생각해보았다. 집의 총 중량을 1그램이라고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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