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평소 관심을 갖고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주저없이 집어들었다. 얇고 야무진 책 모양새도 마음에 쏘옥. 그래서 지난달, 꽤 길었던 여행길에 동행하며 야금야금 읽었다. 역시... 그의 글은 마음을 뚫고 들어오는 힘이 있었다.

힘겨운 유소년 시절과 청년시절을 지나온 은행 경비원 조나단은 마침내 온전한 자신의 보금자리를 소유하게 될 날을 앞두고 있다. 반듯하고 도덕적인 일상을 꾸리고, 선량한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채우며 살아온 삶이었다. 결코 풍족하지 않지만 남의 몫을 탐하지도 않았고, 결코 게으름을 피우지도 않았다. 그로써 스스로의 삶이 지켜질 수 있을거라고, 더이상 부당한 일을 당하지도 않을거라고 생각하며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일상은 어느날 비둘기 한마리의 출현으로 심각한 손상을 받게되고, 그의 육체와 정신은 깊은 밑바닥부터 휘청거린다. 그리고 마지막 쪽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책장을 덮기까지 그의 행동과 심리에 웃고 울게되는 소설이다.

다중이인 나는 대체로 소설을 읽으면서 그 주인공(혹은 다른 등장인물)의 심리에 홀딱 공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 속 주인공인 조나단의 심리에도 어찌나 쏙 빠져들던지... 내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 하는 새로운 발견을 하기도 했다. 쉽게 울컥하면서도 끝내 참아버리고 마는, 혼자만의 벽을 날마다 새로 쳐올리면서도 결국은 타인의 존재에 목말라하는, 올바르게 사는 일에 의외로 집착하는, 그런 모습들 말이다.

책 뒷면에 쓰인 글로 마무리해본다.

"허무하고 빈한한 인생에서 느끼는 복잡한 내면의 세계를 탁월한 묘사 기법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허무하고 빈한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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