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절반을 읽을 때까지

몰입도 있는 한 장 한 장 덕에 버티고 있었으나,

누누히 들어왔던 이 책의 불친절함이 내게 사실로 다가오자 오기로도 버티기 힘들었다.

그래도, 왜??? 라는 궁금증을 갖게 된 건 열흘정도 지난 때.

여전히 이 책은 질문만 던졌다.


그런데,
제 3장에 가서야
그냥 알아버렸다.

폭력성인 줄 알았다.
그 내용도 있다.

울었다, 많이.
마지막 장이 다가가며
내 스스로 발가 벗겨진 사람처럼
부끄럽고 아프고.. 너무 슬펐다.

살아가는 것이 더 이상한 것임을, 지워준 책임을 하느라 자신에게 가한
폭력성을. 내 존재를 가리느라 가족에게 준 상처를. 그들도 사람이었고, 가혹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음을... 당연한 것인데 인지하지 못 했다.

너무나 성실하고 착한.. 내 분에 넘치는 신랑, 내 뱃속에서 나왔다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딸.... 내 일, 내 아이의 육아에 전적으로 희생하는..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부모님....

그들의 모습이 왜 자꾸 겹치는지, 읽다보며 그들의 눈에 비친 내가 왜 자꾸 보이는지. 나는 왜 자꾸 분해되는지..

여러 사람과
친구들도 스쳐갔다.

자꾸 겹쳐졌다.
많은 사람과 그 보다 더 많은 기억들이.

그리고는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왜인지는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만큼, 그 수 많은 질문앞에서 용기없는 벙어리가 되어 그저 ... 울었다





어쩌면 나무들의 어울림이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삶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복잡하고, 이해해야 하는 날들에 사람의 무기력함, 나약함, 부족한 것들을 채우는 폭력성이 야수의 날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은
그저 이런 질문들이다.

그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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