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앓고나니,
(내) 세상이 좁게 느껴졌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부엌, 화장실, 진통제를 잔뜩 먹은 채의 일터.
일부로 몸을 움직여 다녀오기에도 벅찬 그 곳들이 지난 며칠 간 빛바랜 곳으로 기억된다. 분명히 색채가 있음에도 아픈이에겐 모든 게 귀찮다. 심지어는 있는 생명력까지 무시해버리는 게 건강인가보다.

물을 마시던 목의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고
목젖이 튀어나올 듯 해대던 기침의 소리가 줄어드는 지금...
끙끙거리다 흘려보낸
며칠이 아까운 게 아니라
내 지나온 35년의 시간이 아까웠다.

아프지 않았음에도 나는 집, 직장, 소모임이 다 였다.
건강했을 때나 아팠을 때나 내 세상은 어차피 그 공간밖엔 없었다.
그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태어나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까지
난 틀어박힌 채 책을 통해 밖과 소통하고,
가정의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나 혼자 내리치는 채찍에
무서움에 핑계를 더 해 현실의 안정만을 따라 살았던 것이다

7살 딸을 보며
그녀의 세계도 나와 같은 크기로 큰다면?
이란 생각을 하니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몸은 나아지는데
마음은 더 아파지는 오늘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01-15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5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