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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 수능에서 IB 교육으로 대한민국 시험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김신완 지음, 이혜정 감수 / 을유문화사 / 2025년 2월
평점 :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읽기 전까지 IB 교육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수능을 준비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수업을 고민하며 노력해 온 교사였다. 그러나 이 책을 계기로 처음으로 수능 제도 자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교육 방식 소개서가 아니라, 현행 수능 제도와 우리나라 교육의 본질을 심도 있게 탐구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IB 교육은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IB라는 용어 자체가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기에, 책을 읽기 전까지는 어떤 방식의 교육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IB 교육을 바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익숙한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면밀히 분석한다는 것이다. 수능이 현재 교육 체제에서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구조적으로 어떠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짚어 나간다.
그 후, 이러한 수능의 한계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교육 체제로 IB가 등장한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의 약자로,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에서 유래했다. 이 교육 과정에서는 단순한 지식 암기만으로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으며, 학생들이 개념을 응용하고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 방식을 따른다. 또한, 협력 학습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학생들은 서로 경쟁하기보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학습을 진행한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입시 경쟁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협력적인 학습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책에서는 이러한 교육 방식이 학교폭력 문제 완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IB 교육이 가진 특징과 장점은 위와 같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이 방식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게 되었다. IB 교육이 도입된다면 교사들도 그에 맞는 수업 방식을 익혀야 하는데, 현재의 교육 과정과 업무량 속에서 이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예를 들어, 국어 수업을 떠올려 보면, 한 작품을 10시간, 15시간 동안 깊이 있게 분석하며 여러 교육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고민이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과정 자체가 조정될 필요가 있을 것이고, 이는 상당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또한, 책에서 언급된 IB의 하이레벨 문제들을 교사들이 충분히 지도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보았다. 현재 교사들은 대부분 지식을 암기하고 시험을 치른 뒤 교직에 들어선다. 따라서 IB 방식으로 교육하려면 교사들 역시 충분한 연습과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B 교육이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학생들에게 훨씬 더 깊이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들었다. 단순히 한 작품의 주제나 특징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기르고 사고력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방식이기 때문이다. 책을 함께 읽는 즐거움을 느끼고, 독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IB를 도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국가 차원의 조정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해마다 교육 정책이 바뀌는 것은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고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수능 개편이든, IB 도입이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기 전, 다양한 경험을 쌓고 배움을 이어가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어느 나라에서 성공했다더라" 하는 이유만으로 교육 제도를 바꾸기보다, 우리 교육 환경에 적합한 방식이 무엇인지 면밀히 검토하고 정착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책과 함께 제공된 영상을 찾아보았는데,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정지아 작가님이 등장하셔서 더욱 흥미롭게 시청할 수 있었다. 작가님께서 "쓰기와 말하기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기회가 없는 시험이 과연 국어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셨는데, 이 부분에서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교육 제도 논의에 그치지 않고, 학교 교육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책이었다는 생각이 들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