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두 개 소설의 첫 만남 33
이희영 지음, 양양 그림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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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선생님 북클럽 1기 도서가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라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이 시리즈는 2023년에 처음 접한 후, 학생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도서관에 몇 권 비치해두었다. 제목처럼 소설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짧은 분량과 아기자기한 삽화가 특징이다. 덕분에 문학을 어렵게만 느끼던 아이들도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의 저자는 이희영 작가님이다. 2023년에 <테스터>로 우리 학교에 방문해 주셔서 학생들과 직접 만남의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그 덕분에 학생들에게도 익숙하고 반가운 이름이다. <페인트>, <테스터>, <세이커>, <페이스> 등 청소년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품을 여럿 집필하신 작가님이기에 이번 신작에 대한 기대도 컸다.

작품 속 ‘나’의 선택과 그 결과를 따라가며 마음 한켠이 아릿했다. 동시에 그 인물에게 조용히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선의란 거창한 이유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이웃이고, 친구이며, 결국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런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고 따뜻함을 전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친절은 위선으로, 배려는 손해 보는 일로 여겨지게 되었다. 선한 마음들이 자꾸만 왜곡되고 폄하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직 많은 것을 경험하며 성장해가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일들은 깊은 상처로 남을 수 있기에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짧은 분량이지만 여운이 긴 작품이다. 우리 학생들도 이 이야기를 통해 ‘친절’에 대해 생각해보고, ‘배려’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 물론 세상이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고 무서운 일들도 많지만, 그럴수록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더욱 중요하다. 누군가의 호의를 받아들일 줄 알고, 또 자신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마음을 지닌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비록 ‘그냥’이라는 말이 가볍게 들릴지라도, 때로는 그 어떤 이유보다 깊은 울림이 담겨 있을 수 있다. 그런 의미를 아이들이 스스로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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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어휘력 - 글이 술술, 머리에 쏙쏙 문해력 필수 어휘 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시리즈
이주윤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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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 전, ‘요즘 10대’와 ‘어휘력’이라는 두 단어만으로 나는 뜨끔했다. 요즘 10대들의 문해력 저하 문제는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아는 단어가 부족하다고 느껴왔고, 단어의 의미도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어휘력 책이니 많은 단어가 나열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은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목차부터 살펴봤을 때, 익숙하지 않거나 헷갈리는 단어들이 많아 당황스러웠다. 필수 어휘라고는 했지만 처음 접하는 단어들도 있어 살짝 실망했지만, 곧 “이 기회에 제대로 익혀보자!”는 다짐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책은 제목 그대로 ‘10대’를 위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유쾌하고 이해를 돕는 삽화,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OX 퀴즈, 흥미로운 사연까지. 읽는 내내 피식 웃게 되었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저자의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단어를 설명하는 방식이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유쾌하고 센스 있게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앞서 배운 단어를 활용해 사연을 풀어내는 방식에서는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하지?”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무엇보다도 책에 소개된 표현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어휘력 책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예전에는 모르는 것이 두렵게 느껴졌지만, 이 책을 통해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왜 이것도 모르지?’라는 자책보다는 ‘괜찮아, 모르면 배우면 되지!’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한 걸음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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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이주윤 지음 / 빅피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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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목차를 훑었을 때, 익숙한 제목의 작품들이 많아 반가웠다. 고전부터 최신작까지, 작품을 신중하게 선별했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시와 한국 문학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중고등학생들이 필사하기에도 무척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당신’이라는 말에 자연스레 성인을 떠올렸지만, 책을 읽으며 청소년에게도 충분히 권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제본 방식 역시 매우 만족스러웠다. 180도로 완전히 펼쳐지는 제본 덕분에 앞쪽부터 끝까지 필사할 때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다른 필사책들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장점이었다.

여러 작품을 필사했지만, 특히 백석의 <여승>을 사진으로 남긴 이유가 있다. 이 시는 개인적으로도 매우 좋아하는 작품으로, 읽을 때마다 마음이 찡해진다. 자주 외워보는 시이기도 하다. 더불어 시 아래에 덧붙여진 저자의 말이 시를 더욱 깊이 있게 음미하는 데 큰 도움이 되어, 소개하고 싶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었다. 시는 행갈이를 통해 운율을 만들고 의미를 강조하는 장르다. 그런데 일부 시에서는 제한된 지면 탓인지, 원래 하나로 이어진 단어들이 분리되어 마치 행갈이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시의 원래 구성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쓰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어, 이러한 부분은 개선된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는 구성, 제본, 내용까지 모두 만족스러웠다. 필사를 통해 글쓰기의 세계와 감상의 폭을 넓히고 싶은 청소년과 어른 모두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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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랜지션, 베이비
토리 피터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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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527쪽에 달하는 이 책을 아직 끝까지 완독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읽은 부분에서 받은 감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처음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접했을 때는, 도입부의 인상적인 문장들과 다뤄지는 사건들이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져 서평에 도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익숙하지 않은 용어나 개념들이 자주 등장했고, 생각할 거리도 많아 읽는 속도가 자연스레 더뎌졌다.


우선 인물 설정이 무척 인상 깊었다. 리즈, 에임스, 카트리나라는 세 인물은 각각 트랜스젠더, 디트랜지션(환원), 시스젠더로 설정되어 있다. 이 단어들이 처음엔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고, 솔직히 말해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책 곳곳에 간단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어, 생경한 개념들을 조금씩 이해해갈 수 있었다. 만약 그런 장치가 없었다면, 독서 자체가 더욱 힘들었을 것 같다.


이 작품은 가족, 사랑, 관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자연스럽게 흔들어 놓는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부부’, ‘결혼’, ‘가족’이라는 제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 스스로는 이 주제들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나에게도 이 책은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내용에 공감하거나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작가가 각 인물의 내면과 고통, 사회적 편견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은 확실히 느껴졌다. 인물 하나하나가 단순한 허구가 아닌, 여러 사람의 삶이 응축된 집합처럼 느껴졌던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보통은 한 명의 인물이 하나의 삶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 속 인물들은 여러 겹의 생을 담고 있는 듯했다.


한 가지 궁금했던 점은 대사의 일부가 볼드체로 처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형식이 어떤 의도를 담고 있는지 명확하게 이해되진 않았지만, 감정의 강도나 인물의 내면을 강조하는 역할로 받아들여졌다. 다소 생소하긴 했으나 독서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평소에도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그리는 소설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점에서 큰 만족을 주었다. 인물들이 느끼는 기쁨, 슬픔, 분노 등이 진솔하고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몰입감을 높였고, 이야기의 개연성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주었다. 외국 작품 특유의 문화나 배경이 다소 낯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생생했기에 오히려 거리감보다는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이 소설은 충분히 흥미롭고, 곳곳에서 탄식이 나올 만큼 강렬한 장면들이 많았다.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면, 가족, 젠더, 정체성, 그리고 성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다만 작품 속에 빈번히 등장하는 비속어와 성적인 장면들로 인해, 청소년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성인이 된 후 읽기를 권장한다. 중등 교사의 입장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우리 아이들이 읽기에도 좋은지를 항상 짚어보게 된다.(물론 청소년 대상 소설이 아닌 것을 알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내가 이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개념들과 문화를 마주할 수 있게 해주었다. 성별과 가족, 관계에 대한 내 시야를 조금 넓혀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태도와 존중의 자세만으로도 사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변화를 위한 좋은 시발점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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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의 힘 꿈꾸는돌 42
이선주 지음 / 돌베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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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표지였다. 선명하고 귀여운 색감, 다양한 표정의 분홍색 캐릭터들, 그리고 제목 속 ‘검지’라는 단어. 손 전체도 아닌 ‘검지손가락’ 하나가 과연 어떤 힘을 지녔다는 걸까 궁금함이 일었다. 혹시 마법처럼 무언가를 가리키기만 해도 물건이 사라지거나 변형되는 능력일까 상상도 해보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인공 하지가 가진 능력은 생각보다 애매했다. 단지 검지손가락 하나에 비정상적으로 큰 힘이 실린다는 것.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이 능력은 하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어디에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이 애매한 능력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빛을 발한다. 영인, 정아, 여준, 익표, 별이 등 하지 주변의 친구들에게서 그 힘은 점차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누군가를 지켜내기도 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며, 새로운 관계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문장이 떠올랐다.(정확하게 어느 책이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세상은 작고 사소한 것들로 움직인다.' 하지도 그랬고 나도 그렇듯 사람은 누구나 크고 특별한 힘을 원한다. 그렇지만 정작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고 삶의 방향을 전환시킨 것은 작고 특별하지 않아 보였던 힘, '검지의 힘'인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나도 종종 초능력이 있다면 좋겠다고 상상하곤 한다. 늙지 않는 능력, 다치지 않는 몸, 초강력 파워, 한 번 보면 다 외우는 기억력 등등. 하지만 그런 능력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걸 알기에, 그냥 웃고 넘기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현실 속에서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작은 힘’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아채는 감수성, 매일의 계획을 성실히 지켜나가는 힘, 타인의 장점을 진심으로 칭찬하는 능력 같은 것들 말이다. 겉보기엔 별것 없어 보이지만, 이런 힘이 오히려 삶을 변화시키는 데 더 큰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이 책을 통해 느낀 건 ‘무엇을 갖고 있느냐’보다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칼이 의사의 손에 들리면 생명을 살리지만, 강도의 손에 들어가면 해를 끼칠 수도 있듯이, 같은 능력이라도 그 쓰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 속 인물들이 각자의 욕망을 투영하며 능력을 사용하는 방식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도 이 책이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겪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작은 힘’이 지닌 위로와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덧붙여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긴 이야기 읽기에 부담을 느끼는 아이들에게도 부담 없이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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