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지의 힘 꿈꾸는돌 42
이선주 지음 / 돌베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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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표지였다. 선명하고 귀여운 색감, 다양한 표정의 분홍색 캐릭터들, 그리고 제목 속 ‘검지’라는 단어. 손 전체도 아닌 ‘검지손가락’ 하나가 과연 어떤 힘을 지녔다는 걸까 궁금함이 일었다. 혹시 마법처럼 무언가를 가리키기만 해도 물건이 사라지거나 변형되는 능력일까 상상도 해보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인공 하지가 가진 능력은 생각보다 애매했다. 단지 검지손가락 하나에 비정상적으로 큰 힘이 실린다는 것.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이 능력은 하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어디에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이 애매한 능력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빛을 발한다. 영인, 정아, 여준, 익표, 별이 등 하지 주변의 친구들에게서 그 힘은 점차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누군가를 지켜내기도 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며, 새로운 관계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문장이 떠올랐다.(정확하게 어느 책이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세상은 작고 사소한 것들로 움직인다.' 하지도 그랬고 나도 그렇듯 사람은 누구나 크고 특별한 힘을 원한다. 그렇지만 정작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고 삶의 방향을 전환시킨 것은 작고 특별하지 않아 보였던 힘, '검지의 힘'인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나도 종종 초능력이 있다면 좋겠다고 상상하곤 한다. 늙지 않는 능력, 다치지 않는 몸, 초강력 파워, 한 번 보면 다 외우는 기억력 등등. 하지만 그런 능력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걸 알기에, 그냥 웃고 넘기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현실 속에서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작은 힘’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아채는 감수성, 매일의 계획을 성실히 지켜나가는 힘, 타인의 장점을 진심으로 칭찬하는 능력 같은 것들 말이다. 겉보기엔 별것 없어 보이지만, 이런 힘이 오히려 삶을 변화시키는 데 더 큰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또 한 가지, 이 책을 통해 느낀 건 ‘무엇을 갖고 있느냐’보다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칼이 의사의 손에 들리면 생명을 살리지만, 강도의 손에 들어가면 해를 끼칠 수도 있듯이, 같은 능력이라도 그 쓰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 속 인물들이 각자의 욕망을 투영하며 능력을 사용하는 방식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도 이 책이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겪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작은 힘’이 지닌 위로와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덧붙여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긴 이야기 읽기에 부담을 느끼는 아이들에게도 부담 없이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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