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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삶과 운명 1~3 세트 - 전3권 ㅣ 창비세계문학
바실리 그로스만 지음, 최선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평점 :
이 소설은 전쟁 속에서의 아픔과 잔인함과 무서움을 정말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리얼리즘이라는 말이 이토록 맞아 떨어질 수 없을만큼 누군가에게 있어 치부가 되는 것을 끈임없이 톱아본다. 사실 나는 읽는 내내 우리나라의 전후소설들이 자꾸만 겹쳐보여 쓰린 마음이 많이 들었었다. 특히나 인물 중 똘랴의 죽음과 시뜨룸에게 쓴 어머니의 편지는 내가 소설에 끝도 없이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가족의 해체와 일상의 붕괴를 이렇게까지 담백하고 그래서 더 비탄스럽게 담아내는 작가의 필력이 나를 애상적이고 씁쓸하게 했다. 누군가 세계2차대전에 대해 공부를 하고 이에 대한 진실된 참상을 진정으로 간접경험 해보고 싶다면 추천할 수 있는 1순위의 작품이다.
나의 마음을 울렸던 부분을 살짝 보이면 다음과 같다.
" 하지만 편지를 맺기 힘드리구나. 이것이 너와의 마지막 대화니까. 편지를 보내고 나면 나는 너에게서 영원히 떠나가고, 너는 내 마지막 시간들에 대해 결코 알 수 없겠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작별이야. 영원한 이별 앞에서 너에게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지난 평생 그랬듯이 이 나날들에도 너는 나의 기쁨이었다. (중략) 하지만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하면 네가 내 곁에 있지 않아 기뻤다. 끔찍한 운명이 너를 비켜가서 말이야."
창비출판사에서 서평단 활동으로 제공받아 읽은 소설인데 나에게 전쟁의 무서움과 아픔, 그리고 개인의 자유와 의지, 이념의 문제 등 다양한 생각거리를 끊임없이 던져준 소설이었다. 서평단의 기회를 준 창비출판사에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