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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는 처음이라 - 계엄 광장에서 비건 요거트까지, 청년 활동가의 시민사회 안내서
이한솔 지음 / 유월서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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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대학교 학생회 활동부터 내가 살고있는 동네(마을)에서 작은 단체를 했던 시간들을 거쳐 지금 정당활동을 하기까지. 어느새 나는 10년 넘게 활동하는 사람,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다.

학교를 다니면서는 “학생회 활동하고 있어!” 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학교 밖 사회에서 “동네에서 활동하고 있어요”라고 말할 때는 설명이 쉽지 않았다. 책에서처럼 ‘경제활동은?’ ‘안정적인 직장은?’ 이라는 질문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때 느꼈던 무거움과 애매함이 <활동가는 처음이라>를 읽는 동안 자꾸 떠올라서 몇 번을 피식 웃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도 했다.

민달팽이 유니온,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한국사회주택협회,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 등 여러 시민사회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한솔님이 쓴 책 <활동가는 처음이라서>는 활동가에 대한 궁금증과 어려움을 친절하고 부드럽게 풀어낸다.

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연대, 시민, 시민사회 등 개념을 해설하는 부분부터, 챕터 사이사이 활동가에게 궁금할 법한 질문과 답을 담은 부록까지, 읽다보면 시민사회와 활동가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은 거창한 존재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우리와 같은 삶을 살며 묵묵히 부채질을 하는 ‘활동가’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보여준다. 좋은 이야기 뿐만 아니라 활동가들이 겪는 어려움, 시민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고민까지 솔직하게 다루고 있어 현실감이 크다. 현재 시민사회는 어떠한지 현황과 구조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은 저절로 변하는 일이 없다’라는 책 속 문장처럼, 일상에서 작은 일이라도 하고자 하는 시민들을 모아 함께 이야기해보자고 손 내미는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있기에 세상이 진보하고 있다. 작년 12.3 계엄 이후 발 빠르게 시민들과 함께 광장을 열어낸 힘도, 수많은 의제로 정치를 견인하는 힘도 시민과 함께 하는 시민사회 그리고 활동가가 있기에 가능했다.

활동가들을 보며 많은 사람이 ‘고생이 많다’, ‘고맙다’란 말들을 참 많이 한다. 내 주변만 봐도 그렇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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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부드러워, 마셔: 어나더 라운드 밤은 부드러워, 마셔
한은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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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술 이야기’라고만 단정해버리기엔 다정하고, 담겨있는 한은형 작가의 경험과 기억의 농도는 생각보다 훨씬 짙었다. 작가는 자신의 취향과 경험을 차분하게 꺼내놓는다.

나 또한 술을 즐겨하는 반도의 술꾼으로서,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술’과 ‘한은형’이라는 작가 두 가지를 동시에 탐구하는 시간이 되었다. 전작 <밤은 부드러워, 마셔>를 알고는 있었는데, 왜 나는 그걸 읽지 않았을까? 괜히 놓친 맛집을 뒤늦게 발견한 느낌이랄까. ‘아, 이 작가를 더 일찍 알았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살짝 밀려오기도 했다. (그럼 나의 주생이 더 윤택해졌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마셔’라는 제목에 걸맞게 짤막한 이야기마다 술이 빠지지 않는다. 위스키, 막걸리, 백주 같은 종류의 다양함도 흥미롭지만, 그 술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정말 매력적이다. 술이 중심에 놓이긴 하지만, 연관되어 있는 사람, 책과 영화, 장소가 자연스럽게 곁을 이룬다. 술과 문학, 술과 사람, 술과 기억이 페어링되며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마치 안주를 고르듯 서로 잘 어울리는 조합을 만들어내어서 이야기가 참 맛깔스럽다.

나는 여전히 만만함과 접근의 용이함 때문에 항상 소주를 고집해왔다. 소주는 실패할 일이 없고, 선택의 고민도 덜어주니까. 그런데 이 책은 나를 아주 작은 틈만큼 다른 세계로 밀어 넣었다. ‘이런 술도 있었네?’, ‘이 영화에 이 술이 나왔다고?’라는 가벼운 호기심이 생겼다. 책으로까지 낼 정도면, 작가가 추천하는 술에는 분명 믿을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 번쯤은 내 고집을 내려놓고 다른 술을 선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은근하게 들었다.

나에게 이 책은 단순히 ‘술 좋아하는 사람의 에세이’가 아니었다. 어쩌면 좋아하는 것들을 다루는 태도에 대한 책이었고, 소소한 지식들로 나를 또 다른 공간으로 안내하는 부드러운 안내서 같기도 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누군가와 잔을 부딪치고 싶어진다. 그러나 예전과 똑같은 술이 아니라,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보고 싶은 마음. 나만의 ‘어나더 라운드’를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술이나 한잔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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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난바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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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표지를 보면 싱그러움, 상큼함 그리고 청량함이 느껴진다.
투명한 물 속에 담긴 딸기, 시각적 자극을 충분히 주는 표지를 열고 난 첫 문장.

’크게 호흡을 가다듬자 트럭 안에 고여 있던 딸기향이 훅 끼쳐왔다.‘
시각에 이어 이제 훅 하고 딸기향이 나는 것만 같다.

책을 읽기 전 둔하지 않았어도 왠지 둔했을 것만 같은 내 감각을 깨우는 <리듬 난바다>는 책을 읽는 내내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태권도 선수 시절을 지나 웹디자이너를 거쳐 서울의 생활을 뒤로하고 바닷가 마을에서 딸기농장을 운영하는 청년농부 을주,
<욕+받이> 방송을 진행하는 팀장 둘희와 그의 동료인 강선생과 시후, 그리고 한기연과 페피까지. (오복이도!)

책은 시간 순서로서 일직선으로 전개되지 않고, 물흐름에 몸을 맡긴 듯 둥실둥실 여러 시간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500쪽이 넘는 책임을 끊임없이 되뇌었지만, 내 호기심의 만조가 서둘러 책장을 넘기게 하고, 포스트잇에 수많은 질문을 쓰게 했다.

각자 무슨 사연인지, 무슨 얽히고 설킨 관계인지 궁금했는데, 나중에는 반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물결이 아닌, 깊고 요동치는 바깥 바다의 리듬 속에서 안정적인 공간을 향해 쉼 없이 요동치며 살아가는 존재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궁금하다.
’김멜라 작가는 도대체 어떤 사랑을 해본 사람일까?‘
그리고 계속 혼자 말하게 된다. ’김멜라, 이 지독한 사람.‘ (책을 읽어봐야 이해할 수 있다)

사랑도 사랑인데, 지독하게도 현실 고증 소설이다.
차별금지법, 혐오표현금지법, 동성애를 ’병‘과 ’악‘으로 취급하는 사회, 익명 뒤에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비수 같은 폭언들,
혐오와 차별과 욕설이 컨텐츠가 되는 인터넷 방송까지.
분절적이지 않고 다 연결되어 있는 이 흐름은 이 소설의 허구를 진실로 바꿔주기도 한다.

책의 마지막은 ’1물‘이다. 1물을 다 읽고나니 다시 책의 처음인 ’6물‘로 가고싶어졌다. 그럼 보이지 않았던 부분을 읽으면서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물때가 다를 뿐, 물이 계속 흐르는 것처럼 나는 이 책의 리듬에 올라타서 내리지 못할 것 같다. 영영-

🍓이게 나야. 이게 내 모습이야. 당신들은 이런 나를 받아들여야 해. 있는 그대로. 아무 조건도 선택지도 없이, 나의 모습 그대로를 공기처럼 들이마시고 계절처럼 받아들여야 해.

🌊김멜라 작가를 잘 몰랐던 나는 코멘터리 북을 보면서 김멜라 작가와 가까워졌단 생각이 들었다. 책 읽기 전, 읽고 난 후 언제 보더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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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시스터스
코코 멜러스 지음, 심연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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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시스터스
#도서제공

7월 4일, 니키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 세 자매인 에이버리, 보니, 러키는 어머니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는다.
니키가 떠난 뒤 열두 달 동안 비워져 있던 집을 팔기로 했으니, 니키의 물건을 정리하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그 한 통의 메일은, 멈춰 있던 세 사람의 시간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유년 시절부터 불안정한 가정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생존해온 세 자매.
엄마와 자식 사이의 틈을 메우려 했던 에이버리와 니키, 그리고 그 바깥에서 애정을 찾아 헤맸던 러키와 보니.
그들은 니키의 죽음 이후, 슬픔과 죄책감 속에서 자신조차 외면한 채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 만남을 통해 각자는 다시 자신을 마주하고, 상실을 견디는 법을 배워간다.
“우리는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회복은 비로소 시작된다.

세 자매의 섬세하고 뾰족한 감정들이 때로는 부딪히고, 때로는 포옹한다.
현실적인 대화와 인물의 내면 묘사가 특히 인상 깊었고, 결국 사랑과 책임감으로 연결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삼남매의 맏이로 살아온 나는 에이버리처럼 책임감을 갖고 있었는지, 보니처럼 이해하려 애쓴 적은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끝내 엄마를 용서하고 이해하게 되는 세 자매의 모습은, 균형을 잃었던 가족이 다시 중심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결국 ‘어머니 대지’로부터 다시 힘을 얻은 세 자매는 서로를, 그리고 자신을 치유한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가족.
『블루 시스터스』는 그 복잡한 사랑의 결을 따뜻하고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오랜만에, 마음이 조용히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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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맛
다리아 라벨 지음, 정해영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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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맛
#도서제공

“콘스탄틴 두호브니가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어떤 맛을 처음 느낀 건, 그가 열한 살일 때였다.”
이 문장은 『끝맛』의 모든 것을 압축한다. ‘끝맛’이라는 제목처럼, 이야기는 사라진 것의 여운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콘스탄틴은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맛’을 매개로 유령과 산 사람을 이어주는 인물이다. 누군가와 마지막으로 나눈 음식의 끝맛, 그 미묘한 감각을 통해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다시 삶으로 돌아오게 돕는다. 상실에 붙잡혀 있던 이들이 콘스탄틴의 음식을 통해 잠시나마 그리움을 맛보는 장면들은 슬프면서도 따뜻하다.

소설은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넘나들며 ‘놓아주지 못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그린다. 나 역시 최근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마음속 깊은 상실을 느꼈기에, 콘스탄틴이 겪은 일련의 과정들이 남 일 같지 않았다. 그가 사람들에게 내어주는 한 그릇의 음식에는 단순한 요리 이상의 ‘치유’와 ‘인정’이 담겨 있었다.

특히 모라와 콘스탄틴의 관계가 인상 깊었다. 두 사람 모두 상실을 안고 살아가지만,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진솔하게 나누는 대화 속에서 짠맛 같은 사랑이 느껴졌다. ‘소금 같은 사랑’이라는 표현이 이 소설에 꼭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읽는 동안 낯선 식재료와 요리 이름이 많이 등장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이 소설의 매력이었다. 콘스탄틴이 ‘끝맛’을 완성하기 위해 음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느릿하지만, 각자의 기억이 담긴 레시피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끝맛』은 상실과 슬픔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이들에게 건네는 한 그릇의 위로다. 읽고 나면 마음 어딘가에 남은 ‘끝맛’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다리아 라벨 작가의 첫 장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500쪽이 넘는 분량에도 몰입감이 대단했다. 하루빨리 이 이야기가 스크린 위에서 또 다른 ‘끝맛’으로 펼쳐지길 기대한다.

+본격적으로 책을 시작하기 전에 한켠에 작가가 직접 선정한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노래 들으며 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 꼭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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