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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평점 :
#말뚝들
#도서제공
한겨레문학상 30주년 앤솔러지 ‘서른 번의 힌트’를 읽으며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그리고 받아봤다. 가히 30주년 수상작일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하늘색 얼굴을 한 인간이 눈물을 흘리는데 그 눈물의 모양이 몸체이다. ‘왜 이리 요상한 모양의 눈물을 흘리는가’라는 의문으로 책을 첫장을 펼쳤다.
책은 하나, 둘, 셋인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1을 읽기 시작한 잠깐 사이에 나는 책 끄트머리를 접고 밑줄을 몇개나 펼쳤는지 모른다. 보통의 소설, 보통의 책이 아니구나라고 느꼈다.
은행에서 대출심사역 일을 하는 ‘장’은 영문도 모른 채 24시간 납치를 당했다가 돌아온다. 그 외에도 결혼을 준비하던 해주와 파혼하고, 본부장의 눈 밖에 나서 외근을 밥 먹듯이 한다. 그나마 갖고 있는 아파트의 엘레베이터는 고장나서 매일 계단으로 오르락 내리락 한다.세상이 나를 억까하는 듯한 심정이었을 장,그러다 과거 친한친구였던 태이의 부고도 듣게 된다.
한편 세상은 떠들썩 했다. 죽은 자들이 먼 바다로 나가 말뚝이 된다는 전설처럼, 바다에 거꾸로 박혀 있었어야 할 말뚝들이 해변에 머물다가 점점 도시로, 사람들의 삶 속으로 파고든다. 누구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말뚝들은 공포와 불안을 퍼뜨리며, 때로는 사람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장은 왜 말뚝들에 관심을 갖는 것을 넘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을까?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 책을 읽다보니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빚’과 ‘애도’의 문제라고도 생각이 들었지만 장과 말뚝들은 비슷한 존재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다 특정한 이름이 없었다. 그냥 ‘장’, ‘말뚝들’로 존재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말뚝들의 존재가 산재로 돌아가신 외국인 노동자, 몇시간 못자고 운전하다가 아이를 덮친 택배기사와 목숨을 잃은 아이, 세월호 아이들 등으로 이어지니 책이 우리 사회를 압축시켜서 단면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작년 12월 3일 계엄도 생생하게 담아냈다. 그 생생함으로 인해 내가 지금 소설이 아닌 수필을 보고 있나란 착각을 하기도 했다. 작년 계엄 이후로 시의성 있게 계엄을 다룬 소설을 처음 본 것 같은데 문학의 힘과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김홍 작가가 정말 공들여서 썼을 것 같다란 생각이 들었다.
말뚝들은 책 속에만 존재할까. 나는 여전히 우리가 수많은 말뚝들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질문을 던지고싶다. ‘우리는 충분히 애도하고 있는가. 마음의 빚으로 남겨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 그리고 진지하고 심각하게 책을 읽다보면 김홍 작가는 곳곳에 유머를 던져두고 간다. 그렇게 심각하게 읽지 않아도 괜찮다고, 미간의 주름을 잠깐 피고 마저 책을 읽어나가자고.
책장을 덮고도 남아 있는 여운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이 여운을 함께 느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