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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난바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도서제공
표지를 보면 싱그러움, 상큼함 그리고 청량함이 느껴진다.
투명한 물 속에 담긴 딸기, 시각적 자극을 충분히 주는 표지를 열고 난 첫 문장.
’크게 호흡을 가다듬자 트럭 안에 고여 있던 딸기향이 훅 끼쳐왔다.‘
시각에 이어 이제 훅 하고 딸기향이 나는 것만 같다.
책을 읽기 전 둔하지 않았어도 왠지 둔했을 것만 같은 내 감각을 깨우는 <리듬 난바다>는 책을 읽는 내내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태권도 선수 시절을 지나 웹디자이너를 거쳐 서울의 생활을 뒤로하고 바닷가 마을에서 딸기농장을 운영하는 청년농부 을주,
<욕+받이> 방송을 진행하는 팀장 둘희와 그의 동료인 강선생과 시후, 그리고 한기연과 페피까지. (오복이도!)
책은 시간 순서로서 일직선으로 전개되지 않고, 물흐름에 몸을 맡긴 듯 둥실둥실 여러 시간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500쪽이 넘는 책임을 끊임없이 되뇌었지만, 내 호기심의 만조가 서둘러 책장을 넘기게 하고, 포스트잇에 수많은 질문을 쓰게 했다.
각자 무슨 사연인지, 무슨 얽히고 설킨 관계인지 궁금했는데, 나중에는 반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물결이 아닌, 깊고 요동치는 바깥 바다의 리듬 속에서 안정적인 공간을 향해 쉼 없이 요동치며 살아가는 존재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궁금하다.
’김멜라 작가는 도대체 어떤 사랑을 해본 사람일까?‘
그리고 계속 혼자 말하게 된다. ’김멜라, 이 지독한 사람.‘ (책을 읽어봐야 이해할 수 있다)
사랑도 사랑인데, 지독하게도 현실 고증 소설이다.
차별금지법, 혐오표현금지법, 동성애를 ’병‘과 ’악‘으로 취급하는 사회, 익명 뒤에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비수 같은 폭언들,
혐오와 차별과 욕설이 컨텐츠가 되는 인터넷 방송까지.
분절적이지 않고 다 연결되어 있는 이 흐름은 이 소설의 허구를 진실로 바꿔주기도 한다.
책의 마지막은 ’1물‘이다. 1물을 다 읽고나니 다시 책의 처음인 ’6물‘로 가고싶어졌다. 그럼 보이지 않았던 부분을 읽으면서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물때가 다를 뿐, 물이 계속 흐르는 것처럼 나는 이 책의 리듬에 올라타서 내리지 못할 것 같다. 영영-
🍓이게 나야. 이게 내 모습이야. 당신들은 이런 나를 받아들여야 해. 있는 그대로. 아무 조건도 선택지도 없이, 나의 모습 그대로를 공기처럼 들이마시고 계절처럼 받아들여야 해.
🌊김멜라 작가를 잘 몰랐던 나는 코멘터리 북을 보면서 김멜라 작가와 가까워졌단 생각이 들었다. 책 읽기 전, 읽고 난 후 언제 보더라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