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맛#도서제공“콘스탄틴 두호브니가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어떤 맛을 처음 느낀 건, 그가 열한 살일 때였다.”이 문장은 『끝맛』의 모든 것을 압축한다. ‘끝맛’이라는 제목처럼, 이야기는 사라진 것의 여운에서 시작된다.주인공 콘스탄틴은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맛’을 매개로 유령과 산 사람을 이어주는 인물이다. 누군가와 마지막으로 나눈 음식의 끝맛, 그 미묘한 감각을 통해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다시 삶으로 돌아오게 돕는다. 상실에 붙잡혀 있던 이들이 콘스탄틴의 음식을 통해 잠시나마 그리움을 맛보는 장면들은 슬프면서도 따뜻하다.소설은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넘나들며 ‘놓아주지 못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그린다. 나 역시 최근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마음속 깊은 상실을 느꼈기에, 콘스탄틴이 겪은 일련의 과정들이 남 일 같지 않았다. 그가 사람들에게 내어주는 한 그릇의 음식에는 단순한 요리 이상의 ‘치유’와 ‘인정’이 담겨 있었다.특히 모라와 콘스탄틴의 관계가 인상 깊었다. 두 사람 모두 상실을 안고 살아가지만,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진솔하게 나누는 대화 속에서 짠맛 같은 사랑이 느껴졌다. ‘소금 같은 사랑’이라는 표현이 이 소설에 꼭 어울린다고 생각했다.읽는 동안 낯선 식재료와 요리 이름이 많이 등장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이 소설의 매력이었다. 콘스탄틴이 ‘끝맛’을 완성하기 위해 음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느릿하지만, 각자의 기억이 담긴 레시피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끝맛』은 상실과 슬픔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이들에게 건네는 한 그릇의 위로다. 읽고 나면 마음 어딘가에 남은 ‘끝맛’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다리아 라벨 작가의 첫 장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500쪽이 넘는 분량에도 몰입감이 대단했다. 하루빨리 이 이야기가 스크린 위에서 또 다른 ‘끝맛’으로 펼쳐지길 기대한다.+본격적으로 책을 시작하기 전에 한켠에 작가가 직접 선정한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노래 들으며 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 꼭 들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