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맛
다리아 라벨 지음, 정해영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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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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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틴 두호브니가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어떤 맛을 처음 느낀 건, 그가 열한 살일 때였다.”
이 문장은 『끝맛』의 모든 것을 압축한다. ‘끝맛’이라는 제목처럼, 이야기는 사라진 것의 여운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콘스탄틴은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맛’을 매개로 유령과 산 사람을 이어주는 인물이다. 누군가와 마지막으로 나눈 음식의 끝맛, 그 미묘한 감각을 통해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다시 삶으로 돌아오게 돕는다. 상실에 붙잡혀 있던 이들이 콘스탄틴의 음식을 통해 잠시나마 그리움을 맛보는 장면들은 슬프면서도 따뜻하다.

소설은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넘나들며 ‘놓아주지 못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그린다. 나 역시 최근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마음속 깊은 상실을 느꼈기에, 콘스탄틴이 겪은 일련의 과정들이 남 일 같지 않았다. 그가 사람들에게 내어주는 한 그릇의 음식에는 단순한 요리 이상의 ‘치유’와 ‘인정’이 담겨 있었다.

특히 모라와 콘스탄틴의 관계가 인상 깊었다. 두 사람 모두 상실을 안고 살아가지만,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진솔하게 나누는 대화 속에서 짠맛 같은 사랑이 느껴졌다. ‘소금 같은 사랑’이라는 표현이 이 소설에 꼭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읽는 동안 낯선 식재료와 요리 이름이 많이 등장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이 소설의 매력이었다. 콘스탄틴이 ‘끝맛’을 완성하기 위해 음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느릿하지만, 각자의 기억이 담긴 레시피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끝맛』은 상실과 슬픔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이들에게 건네는 한 그릇의 위로다. 읽고 나면 마음 어딘가에 남은 ‘끝맛’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다리아 라벨 작가의 첫 장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500쪽이 넘는 분량에도 몰입감이 대단했다. 하루빨리 이 이야기가 스크린 위에서 또 다른 ‘끝맛’으로 펼쳐지길 기대한다.

+본격적으로 책을 시작하기 전에 한켠에 작가가 직접 선정한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노래 들으며 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 꼭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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