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과 그의 아내 - 33쌍과의 인터뷰, 우리 시대의 남성.여성.가족
김현주 지음 / 새물결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이런 번역이 문제 번역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알고 보니까 이 분은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군요. 그리고 거기서 아마 논문을 쓴 걸 책으로 냈나 봅니다. 스스로 번역을 해서.

그런데 이게 우리말 버릇이 아닙니다. 읽기가 아주 불편하고 조금 읽다가 내던지게 됩니다. 사실 책 내용으로만 보면 그리 어렵지도 않고 어쩌면 재밌는, 그러니까 나같은 장남들이 관심을 많이 보여주고 읽어 볼 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찌된 노릇이 도무지 술술 읽혀지는 책이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번역이 문제라는 겁니다. 원서에 충실하다 보니까 말버릇이 우리 호흡과 느낌에 전혀 맞지 않게 된 겁니다. 이게 이 한 책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인문학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는 번역에 충실하란 말이 우리가 쉽게 다가가는 호흡으로 글을 다시 쓰는 일, 다시 말해서 우리 말버릇으로 새로 다시 태어나는 글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마치 느끼한 서양 음식을 먹는 것과 우리가 어려서부터 즐겨 먹다보니까 입맛에 바로 맞는 것과 비교해 볼 수 있어요. 서양음식도 못 먹을 수야 없지만 늘 입맛에 맞아서 즐겨 쉽게 먹게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저 한글로 옮겼다고 해서 우리말이 아니라 그 안에 든 말버릇과 호흡을 옮겨야 하는 게 진짜 번역 일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제 생각으로 한 번 이 책의 번역투 글을 하나 따와서 여기 제가 옮겨 보겠습니다. 제가 한 게 맞다고만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번역 현실이 책과 멀어지게 하고 이제 와서는 ' 인문학의 위기'라는 소리까지 듣게 되는 꼴이 된 게 아닐까 해서 여기 보기를 들어 보려고 올리는 겁니다. 

먼저 글쓴이 김현주 님의 책에서 따온 글이고 밑에 덧붙인 글을 제가 다시 바꿔서 올린 글입니다. 

( 이 책의 번역투 글을 말로 떠올리면서 이런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정말 밥맛인 사람. 배운 건 많은데 어딘지 현실에 맞지 않는 말만 지껄이는 사람. 지 얘긴 쏙 빼고 남의 말이나 이러쿵저러쿵 토다는 사람.) 

 

    장남과 그의 아내가 이루는 부부관계는 두 사람만의 직접적 상호 작용뿐만 아니라, 해석해야 할 또 다른 힘의 개입이 투사된 결과로서 나타난다. 아내는 이 힘의 개입을 때로는 방치하기도, 때로는 이에 대해 방어의 입장을 취하기도 하면서 힘의 벡터를 조정한다. 이 조정 과정에 개입되는 장남의 입장이 아내의 입장과 연합하는가 아니면 대립되는가에 따라 부부관계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다. 가정 내에 현실적으로 또는 상징적으로 존재하는 제3의 존재의 의미에 대한 해석이 부부간에 불일치할 때 부부갈등이 표면화된다. 제3의 존재로서의 시부모에 대한 아내의 심리적 긴장이 역할 부담으로 외재화 되는 일상에 대한 여성 측에서의 문제제기가 이 불일치 원인이다. (장남과 그의 아내, 김현주. 61~62쪽)



  장남과 그의 아내가 이루는 부부관계는 두 사람만이 직접 서로 부대끼는 일뿐만 아니라, 더 설명이 뒤따라야 할 다른 힘이 끼어들기 때문에 일이 생긴다. 아내는 이 힘이 끼어드는 것을 그대로 두기도 하고, 때로는 이에 맞서는 쪽에 서기도 하면서 그 힘을 나누거나 쪼갠다. 이렇게 조정하는 과정에 끼어드는 장남이 아내랑 같이 힘을 합치든가 아니면 맞서든가에 따라 부부관계는 서로 달라진다. 가정 안에 현실로나 아니면 은근히 보이지는 않게 존재하는 그 어떤 것을 두고 바라보는 점이 부부간에 똑같지 않고 마음이 맞지 않을 때 부부다툼이 겉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 어떤 것이란 시부모를 사이에 두고 아내가 품은 속앓이다. 그것이 제 할 노릇으로만 여겨지고 마침내 마음 속 짐으로 곪아터지는 삶이 되면서 여자 쪽에서 큰 문제로 본다. 그리고 이것이 곧 부부다툼의 까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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