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 교육의 길 - 소년한길 어린이문학 4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깨끗하게,바르게,솔직하게!!!

이오덕 선생님의 글을 대하면 저 말이 아주 생생하고도 찌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모르는 사람은, 나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그가 우리 말을 살려 다듬어 쓰라고 평생을 가르치신 분이라는데, 뭐 성가시게 그러지 않아도 불편할 것이 없는데 꼬장꼬장하니 우리말 잘 못 쓰는 거 몇 가지고 이리해라 저리해라 간섭만 많으신 분으로 오해하기 십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얄팍한 생각은 썩어빠진 독자나 지 혼자 할 짓이고 결코 그러하신 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우선 그가 우리 말을 살려 쓰자는 것은 다 우리 겨레의 얼을 두고 하는 말이다.애초에 소리였으며 그 소리를 따서 말이 되고 그 말이 글자로 표시되어 우리가 서로 통하도록 한 것은 우리 겨레의 얼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른 바 배운 것들, 지식인들이 이 나라 말 글을 얼마나 버려 놓고 있는지 그 분의 지적을 보면 훤해진다. 중국글자, 일본말, 서양말에서 온 오염이 너무도 깊어서 우리는 우리가 우리 말 글을 쓰는지도 잘 모르고 사는 것을 알게 된다.

일제 잔재를 버리려면 우리 입말 글말에 들어가서 마구잡이로 쓰이는 일본식 말 버릇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어찌나 사무치게 든다. 피동형의 말버릇, 가령, '나는 그렇게 생각이 되어진다'고 하는 말을 누구나 쉽게 쓰는 것도 다 일본말을 번역해서 쓰다보니 버릇된 것인데, 우리는 그 말을 쓰면서 어느덧 나와 분리된 자세로 사물을 대하는 못된 버릇을 말에서부터 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가 맞다.

말하자면, 외래어 쓰지 않기, 우리말로 굳이 바꿔쓰기 같은 얇은 주장이 아니라 우리 겨레 얼이 든 말을 잘 다듬어 쓰자고 한 분이다. 그래서 실은 문장에 드러나 괴상한 말버릇을 고치는 것에 더 마음을 쓰고 거기서 그 분의 깊은 정신을 알아봐야 한다고 본다. 글쓰기도 글짓기가 아님을 일깨우신 분, 본 대로 들은 대로 한 대로 써야 하고 그것은 곧 정직한 글쓰기 철학이며, 글쓰기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그렇게 가지도록 가르치셨다. 그래서 말도 깨긋하게 써야해서 다른 나라 말 버릇으로 유식한 척 하지 말것과 바르게 써야 해서 마음에 없는 것을 지꺼리지 말 것과 솔직하게 써야 해서 거짓으로 꾸며서 관념을 늘어 놓고 글재주나 부리지 말것을 배우게 된다.

실로 이 분은 잘 못된 글쓰기를 꼬장꼬장 꼬집어서 말하는데 평생을 보내신 분이 아니다. 이 나라 교육을 일으켜 세울 정신이 우리 입말 글말을 다듬어 잘 쓰고 가르치는 데서 더욱 강조하신 높은 교육가였다는 생각이 든다. 늘 어린이의 맑은 정신을 닮아 살 것을 말씀하신 것이 책마다 읽힌다.

덧붙여, 여기 책에 나오는 <마당을 나온 암탉>을 번역하는 는 것을 둘러싸고 논쟁이 있었던 것을 보면 요즈음 번역하는 이들이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 분명한 정리를 해주는 것 같은데 그것을 읽어 보도록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