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적 좋은 아이가 왜 실패하는가 - 이력서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온다
트레멘 뒤프리즈 지음, 오광일 옮김 / 유아이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성적 좋은 아이가 왜 실패하는가>라는 이 책의 제목을 읽고 놀랐다. 성적이 좋은 아이는 성공을 해야 하는데 실패를 한다니까 말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궁금해서 이 책을 읽어 보았다. 이 책에서는 미래를 위한 교육, 리더십 그리고 문제 해결에 관한 특별한 책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성적이 좋아도 실패하는 이 시점에 나의 아이들에게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고민하며 읽었다.
이 책은 행동주의 경제학자, 비판적 사고 전문가, 저자, 경영 코치인 트레멘 뒤프리즈가 썼다. 책 속에서 트레멘 뒤프리즈는 경영 코치는 회사 경영에 대해서 잘 몰라도 경영진 스스로 경영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바로 기업 경영인들이 기업 경영 면에서 장애와 두려움을 식별하고 극복하도록 돕고, 선택한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경영 코치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트레멘 뒤프리즈는 아이가 6살이 될 때까지 엄마로서의 성적은 낙제점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경영 코치 방식을 아이에게 적용하자 생각하는 아이가 될 수 있었다. 그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의 첫 장에서 트레멘 뒤프리즈는 자신의 아들이 살면서 매 순간마다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법을 배우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아이가 현명하게 '생각하는'사람이 되고, 미래로 가는 길 위에 놓인 모든 것들을 미술관에 전시하듯이 잘 구성하기를 소원한다고도 말했다.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기에 유수의 기업을 코칭 하는 저자가 자신의 아들이 생각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 것일까?
기업에서 바라는 기술과 우리의 학교에서 아이가 배우는 기술의 차이가 크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기업에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학교에서 배우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졸업생들에게는 코딩이나 컴퓨터 언어 같은 기술보다 의사소통 기술, 팀워크, 창의력, 직업윤리 등과 같이 부드러운 인간관계를 위한 기술, 즉 소프트 스킬이 필요하다. 교육기관에서는 인공지능을 이기지 못할 기술보다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는 고차원적인 사고력과 행동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학교에서 이런 것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직접 소프트 스킬을 가르치는 코치가 되어야 한다. 아이의 비판적인 그리고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기르면서 말이다.
이 책의 원서 이름은 <Raising Thinkers>이다. 생각하는 사람들을 기르기다. 1부에서는 무엇을 가르칠지에 대해서 적었고,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제목처럼 어떻게 생각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는지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생각하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엄청난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 결정을 빨리하면 할수록 선택에 따르는 결과를 수집한 데이터베이스를 쉽게 만들기에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기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결정하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결정하는 습관은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한다고 부모가 직접 말하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제에서 살짝 뒤로 물러나 대화와 질문으로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깨닫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결정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통해 스스로 결정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질문은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처럼 문제의 근원에 다다를 수 있는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잘 들어야 한다. 그것도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말을 끊지 않고 지적하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 스스로 문제를 부모에게 털어놓아 부모가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는 작동 기억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그것은 즉시적인 인지, 정보, 언어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기기억의 일부를 말한다. 작동 기억의 크기가 크고 속도가 빠르면 추론 능력 및 문제해결 능력이 좋아져서 결정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내릴 수 있다. 그래서 작동 기억을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좋아진다. 그것은 어린이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지금 나에게도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가능한 것이다. 어린아이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효율성의 차이인 것이다. 어린아이보다 오래 걸리겠지만 뇌는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 뇌를 쓰면 치매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최신 뇌과학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또한 뇌는 뇌만 쓴다고 발달하는 것이 아니다. <운동화 신은 뇌>라는 책이 있듯 신체 활동을 하면 뇌도 발달한다. 어떤 활동을 해도 말이다. 이 책에서는 에어로빅이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소개한다. 아이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실 모든 신체 활동이 다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작동 기억을 훈련하려면 평소처럼 동화책을 읽고 책 속의 내용을 간단한 질문을 해본다. 처음에는 그냥 질문을 한다. 다음번에는 질문을 할 테니 잘 기억하라고 아이에게 말한 뒤 책을 읽고 질문을 한다. 그러면 스위치를 켠 듯 기억에 관한 뇌기능이 활성화되어 더 잘 기억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또한 호기심도 잘 활용해야 한다. 호기심은 기억장치의 전원을 켤 뿐만 아니라, 기억장치가 최대 용량으로 움직이게 하여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럼 아이들이 숙제처럼 지루한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방법은 무엇일까? 도전의식을 자극하면 된다.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내도록 말이다. 그 외에도 실생활에서 어떤 것을 기억하라고 한 뒤 나중에 물어보는 방법, 장 보러 마트에 갈 때 구매 목록 중 한 가지를 기억하게 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숫자를 외우는 것도 좋다. 주차장소를 기억하기 위해 지하 2층 27구역은 "지렁이 두 마리를 27원 주고 샀어요"라고 말하는 방식처럼 숫자를 시각화하는 것이 암산에 도움이 되고 나중에 체계적 사고를 위해 중요하다.
아이들이 중요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비판적 사고를 위한 훈련을 아무리 많이 해도 소용이 없기에 어릴 때부터 집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을 보기 전에 몇 분간 앉아서 심호흡을 한 아이들의 시험 점수가 좋아졌다고 한다.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마음 챙김 명상을 하거나 TV의 방해 없이 레고 블록을 가지고 노는 것, 시끄러운 노랫소리 없이 책에 집중하는 것도 좋다.
우리는 아이들이 사람들을 고정된 모습으로 정형화하는 일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신들의 신념을 확인해주는 수많은 증거를 찾고, 자신들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증거는 무시하는 확증 편향도 하지 말아야 한다. 좋은 의사결정자의 7가지 습관도 유용했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여러 질문을 이용해서 건전하게 의심하는 태도를 발달시키면 아이의 사고력은 확장되고, 아이는 건강한 정보 선택 능력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검증하기 어려운 정보가 아이들에게 주어지면, "그건 어떻게 알았지?"라고 질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대목을 읽으니 최근에 읽은 <밥상머리 교육법>이 생각났다. 신문을 보면서 한국형 하브루타 교육을 하는 내용이다. <밥상머리 교육법>과 이 책을 보며 아이에게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메타 결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정보를 수집하는 것보다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행위를 말하는 용어이다. 우리는 문제가 발생하면 잠깐 멈춰서 그 문제가 무엇인지 재 정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무턱대고 정보를 찾는 것보다 말이다. 그 이후 필요한 자원이 무엇인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는지 등의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통해 보통 하는 방법보다 의사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다. 비판적 사고를 배우기 위해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사용하자. 소크라테스 문답법은 체계적인 질문을 통해 사실과 믿음을 분리하고, 깊은 사고를 자극하고, 호기심과 지식에 관한 겸손함을 이끌어낸다. 책에서 그 예시 질문들을 알려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감성지능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 중에 스트레스의 순기능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저자는 스트레스를 우리 몸에 기운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인식하고 미리 준비하면, 스트레스가 유발할 수 있는 신체적인 충격에 대항할 수 있다.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일종의 정신적인 백신이다. 스트레스가 수행능력에 도움을 준다고 믿으면 아이들은 덜 불안해하고, 자신감은 올라가고,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련 질병에 저항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행복하려면 불행이 있어야 한다. 불행이 없다면 행복을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도 우리 몸에 필요하다. 이렇게 상황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거나 재평가하는 것은 중요하다.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한 여행에서, 아이들은 새롭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넘어지고 실패할 것이기에 우리는 아이들이 앞으로 겪을 실패를 준비해야 한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 중에 만나는 사건이다. 실패를 두려워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성공도 없다. 아이가 실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실패로 연결됐던 과제들을 분석하면서 아이가 실패의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아이는 이 세상을 위한 희망이라고 말한다. 아이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그리고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운다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아이를 키워 세상을 구하라는 말에 뭉클해졌다. 내가 지금 아이를 키우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일에 일조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쁘다. 내가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일이다. 나는 그런 값진 일을 하는 사람이다.
성적 좋은 아이도 실패하는 세상에서 부모인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생각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준 좋은 책이다. 사실 아직 내가 아이에게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배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주어진 것을 다 믿지 않고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것, 바로 질문과 경청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