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임종학 강의 - 아름다운 삶을 위한 죽음 공부
최준식 지음 / 김영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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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생명이 있는 한, 그 끝엔 분명히 죽음이 있다. 그리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래서 죽음을 겪은 소감이나 상황을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다. 이 책은 함부로 정의내릴 수 없어 막연하고 두려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모두가 서게 되는 죽음의 문 앞으로 발버둥치며 끌려가기보다는 담담하게 직접 문을 열며 대면할 실질적 방법과 마음의 자세를 전한다.

 

*목차

1: 말기 질환 상태에 들어가면서

2: 말기 질환을 대하는 자세

3: 임종 직전에 환자에게 나타나는 현상과 대처 방법

4: 고인이 임종한 뒤 가족이 해야 할 일

5: 사별의 슬픔을 극복하는 문제에 대해

 

책의 구성은 말기 질환을 맞이한 환자의 죽음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극복으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한국학과의 교수님이신데, 강의를 듣는 듯한 구어체로 쓰여져 술술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책을 통해 유언장에 들어가야할 내용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임종에 가까워진 환자들의 신체적 현상과 혼의 방문 등 내가 몰랐었던 내용들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책은 말기 질환 환자들 즉 노인의 죽음을 중심적으로 다루지만 사고사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게 된 이야기도 등장한다. 때문에 죽음이란 수십년 후 병에 걸린 뒤 다가오는, 아직은 나와는 먼 얘기인 듯 싶었다. 하지만 당장 내일이라도 겪을 수 있겠다는 두려움도 들었다. 사실 대학생인 나에게 죽음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나이를 좀 더 먹은 사람들의 인식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한국인들은 유독 죽음에 대한 외면과 부정 그리고 혐오를 크게 나타낸다고 지적한다. 죽음을 마냥 피하다가 맞닥뜨리고 겪게 되는 혼란을 줄이는 방법 단 한가지. 바로 '죽음에 대한 공부'.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죽음 자체를 준비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돌아옵니다.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좋은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언장은 법적 효력이 있게 작성하기.

연명치료로 무의미한 비용,시간 낭비보다는 진통제로 고통을 줄여주기.

환자의 말기 증상을 알고 이해하며 다독여주기.

임종의 때에는 목놓아 울기보다는 고인의 아직은 따뜻한 손을 잡고 혼을 달래주기.

사별 후 남은 가족들은 혼자 이겨내려 하지 말고 센터 등의 도움을 받기.

 

죽음을 위해 이렇게 알아야하고 준비해야할 일들이 많다. 내가 가장 감명깊었던 부분은 자신의 장례식을 기획하라는 조언이었다. 나의 장례를 위해 모인 조문객들에게 나를 추모할 영상이나 전시할 유품 등을 직접 준비하는 것이다. 내 이승생활의 마무리인 장례식까지 설계하는 것만큼 좋은 마무리가 또 있을까.

하지만 저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내용물을 알차게 채워나가는 것임을 강조한다.

 

*'죽는다' 대신 저는 '몸을 벗는다'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죽음은 단지 몸을 벗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이번 생, 잘 살았다."

홀가분하게 몸을 벗게 되는 나를 그려보았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최근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임종학 강의>.

나의 죽음과 그리고 그 전까지 내 삶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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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선집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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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달달한 아이스크림과 함께 음미하는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

 

시집에는 시인의 지난 42년간의 작품 중 가장 사랑받는 시와 신작 시가 모여 101편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책에 담긴 박항률 화백의 손길은 마치 그 시 속으로 들어가 있는 듯, 몰입 된 잔잔함을 느끼게 한다.

 

 

*수선화에게

이번 시집의 제목을 차지한 시 '수선화에게'.

시인은 인간이 가진 외로움을 부정의 대상이 아닌 숙명으로 바라본다. 때문에 우린 흔들리지 말고 그저 당연한 것이기에 묵묵히 내 갈 길을 가야 한다. 울고 있는 너에게 울지 말고 견디라는 것은 조금 야속할 수 있다. 하지만 저 새들도 그림자도, 초월적 존재인 하느님까지도 눈물을 흘린다며 담담하게 위로를 건넨다.

 

가끔씩 이 세상에 정말 나 혼자만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졸업을 하면 무엇을 할지, 취직은 할 수 있을지, 차는 언제 사지, 집은 언제 사지 하는 막연한 불안감에 숨이 턱턱 막힌다. 내 앞에 펼쳐질 수많은 난관들을 견뎌내고 지나치는 일은 오로지 나만의 일임을 안다. 나에게 달린 나홀로의 문제라는 것을 인지한 후, 이어지는 외로움에 눈물이 맺힌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아간다고 한다. 그렇다고 슬퍼하고 멈춰서는 내가 틀린 것은 아니겠지. 외로움에 무뎌질 수 없으니 그저 받아들이며 걸어가야 함을 배웠다.

 

 

 

*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머물렀던 페이지다.

꼿꼿하게 앉아 있는 소녀와 하늘로 뻗은 가지 그리고 그 위의 피어난 분홍색 꽃.

어떤 이들에겐 단지 작은 여자와 그보다 더 작은 꽃으로 보이겠지만, 나에겐 누구보다도 강인한 사람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박혀진 못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다. 하지만 뽑아낸다. 그리고 그 텅 빈 자리를 꽃으로 채운다. 처음부터 못이 박히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까 싶지만, 그렇다면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없다. 못을 뽑아내야 하는 용기와 다시 씨앗을 심는 절박함 그리고 피어나는 꽃을 기다리는 묵묵함. 그 끝에 아름다운 인간이 서있다.

 

그 자리에 과연 나도 서 있을 수 있을지, 하지만 못으로 가득 찬 회색빛 프레임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아직은 멀었다. 지금은 날카로운 못의 바늘들을 보기 좋게 맞이하고 있다. 이제 곧 말뚝이 되어 더 묵직하게 날아올것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피어나는 한 송이, 두 송이 꽃과 함께 더 커질 나의 꽃밭을 기다리면서, 그저 그림 속 소녀처럼 담대하게 앉아있고 싶다.

 

 

    

하나의 시에 담긴 하나의 세계.

간절한 사랑을 노래하는 '별똥별'의 세계.

외에도 책 속에는 수많은 세계들이 모여 있다.

 

사실 이 책을 추천하는 진짜 이유는 '그림'이다.

보는 것 만으로도 고요하고 평온해지고, 속삭이듯 시()구들이 다가온다.

힐링타임으로 혹은 선물용으로도 추천하는 시집 <수선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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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5가지 방법 - 정답 없는 문제조차 정답을 제시해야 하는 당신을 위한
조셉 L. 바다라코 지음, 최지영 옮김 / 김영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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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장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5가지 방법

    

*회색지대

: 흑과 백,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는 불확실한 문제들을 통칭하는 저자의 제시어.

 

우리 사회의 문제들은 단순한 알고리즘으로 풀리지 않는다. 모든 것이 옳다고 느껴지더라도 혹은 그르다고 느껴져도 하나의 최선의 답을 내려야 한다. 이러한 회색지대에서 답을 구하기 위한 방법이 존재할까?

 

의사결정에 있어 윤리적 관점을 적용한 리더들의 지침서가 될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죠셉바다라코 교수의 저작 <가장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5가지 방법>.

 

책은 이에 대한 기준과 방향을 5가지 질문을 통해 되묻는다.

 

1. 최종 결과는 무엇인가?

2. 나의 핵심 의무는 무엇인가?

3. 현실 세계에서 실효성 있는 것은 무엇인가?

4. 우리는 누구인가?

5. 내가 감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마법과 같은 주문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대체 이 진부하게 느껴지는 5가지 질문의 정체는 무엇일까. 실망하기 전, 우리가 실제 회색지대 앞에 놓일 때 이 5가지 질문들을 모두 생각해 보았는지 한번 더 생각해보자.

 

*인본주의자들은 근원적 질문을 통해 인생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에 사람들이 동기를 부여받는지,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에 대한 본질에 접근하고자 했다. (P.24)

 

책은 인간만이 가진 인본주의적 접근법을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는 인본주의의 개념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다양한 예시를 통해 술술 풀어져 간다.

 

어느 회장은 화재로 무너진 공장의 재건을 계획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키고 지역사회 경제를 책임지려 했지만 파산했다. 그에게 과연 가장 좋은 결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사업의 규모를 줄이고 일정한 수의 직원들을 해고하였다면 파산은 면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조치이고 누군가 당장 피해를 보기에 외면했던 길이었다. 화재로 모든 것이 뒤바뀐 상황에서 회장은 낙관적인 미래만을 바라보았다. 때로는 부정적인 평판을 들을지라도 최종결과에 대한 분석적이고 냉철한 전략이 필요하다.

 

성공적으로 개발된 신약으로 수많은 환자들의 목숨을 구하는 동시에 소수의 사망자를 발생 시킨 상황이 있다. 이때의 관리자에게 주어진 의무는 무엇인가? 신약의 판매 중단을 결정한다면 사망자의 발생은 멈출 수 있다. 하지만 호전될 수 있는 환자의 삶과 경제적 이해관계에 있는 관계사들에겐 큰 시련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극단적인 회색지대의 앞에서도 결국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떤 길을 선택하여도 나름의 정당성이 존재한다. 이때의 인간의 기본 의무는 경제적 측면을 넘어서 자신이 직접 당하는 당사자로서 이해해야 한다. 앞서 말한 공장재건과는 다르게 신약을 개발한 제약회사는 시련을 이겨냈다. 그들에게 주어진 경제적 의무와 사회적 책임을 인지하고 다양한 결과에 대해 분석하고 대비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유연한 대처의 중요성과 자신의 존재와 위치를 알고 최종 결정에 대한 판단력을 가져야 함을 토로한다. 결과에만 집중하거나, 도덕적 의무에만 집착하거나, 실용성만을 따지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5가지 질문의 개별적 쓰임이 아닌 서로를 보완하며 보다 좋은 결정이 되기를 기원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이러한 세계관에서 성공한 리더는 '윤리적으로 민감한 실용주의자'로 불린다. 어떻게 하면 나도 그 위치에 도달할 수 있을지, 쉽지 않겠지만 머릿속에 5가지 질문을 단단히 새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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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 크기의 생물학
모토카와 타츠오 지음, 이상대 옮김 / 김영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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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 다르게 흐르는 세상에 대한 이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이 말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그러나 과연 시간은 공평할까?

 

아침 7시의 일어난 하루와 오후 2시가 넘어 일어난 하루는 다르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다른 날이 된다. 사실 우리가 시간의 공평함을 강조하는 것은, 높은 효율성을 원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똑같으니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라 하는 압박감이 든다.

 

하지만 동물도 다르지 않다. 아침이면 해가 뜨고 밤이 되면 달이 차오른다. 똑같이 주어진 지구의 땅 위에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 진화하고 적응한다.

 

*철학은 인간의 머릿속만 들여다보고, 물리학이나 화학은 인간의 눈을 통해 자연을 해석하는 것인 까닭에 인간을 상대화할 수가 없었다. (P.15)

 

이 책은 인간중심적 사고를 경계하는 일본 동물학자의 저서이자 1992년 발행된 일본의 스테디셀러의 2018년 재 번역판이다.

 

 

*물리적인 수명이 짧더라도 코끼리나 쥐나 자기의 일생을 다 살았다는 느낌만은 같을지도 모른다. (P.24)

 

책은 14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동물의 시간의 다름을 제시한 뒤, 크기와 종류 그리고 서식지 등 다양한 주제에 따라 동물의 세계를 보여준다. 완전히 낯선 내용은 아니지만 모든 내용들을 이해하며 읽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책의 다양한 그래프가 있어 자료의 도식화를 도와준다.

 

사진은 레이놀즈 수와 동물 몸길이의 값이 비례함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동물들도 철저하게 어떠한 법칙을 따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사진자료도 함께 있어 독자의 이해도를 높여준다.

 

인간의 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미세한 정자에도 살아남기 위한 노력과 그 만의 시간이 존재한다.

 

*자신의 크기를 아는 것이야말로 사람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교양이다. 생물을, 그리고 인간을 크기라는 시각을 통하여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P.24)

 

자신을 온전히 아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더 방대한 세상이 있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다른 이들이 있음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분명 다르다.

 

평소에는 쉽게 볼 수 없는 코끼리와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 혹은 곤충, 박테리아 그리고 웬만하면 보고 싶지 않은 쥐까지. 책을 통해 들여다보는 동물학의 세계속에서 나도 그들과 같은 내 삶을 살아가는 생명체임을 깨닫고 조금 더 겸손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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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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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데이 걸 : 스무살 소녀의 생일날 이야기

    

 

얼마 전, TV 여행프로그램에서 '스무살 첫여행' 을 떠난 여자 아이돌들의 이야기를 보았다. 서툴지만 처음 여행 일정을 짜보고, 쑥쓰러워하며 와인바를 가보고, 마지막은 서로의 스무살을 자축하며 눈물지으며 마무리되었다. 보면서 괜히 나도 같이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마도 나의 스무살에 대한 아쉬움과 아련함때문일 것이다.

 

나의 스무살 생일, 그 날 나는 재수학원에 있었다. 아침 730분까지 등원 그리고 밤 10시 하원. 그게 나의 일상이었다. 당시 재수생인 나는 생일을 기뻐하기엔 오히려 부끄러워 다음 해로 즐거움을 미뤘다.

   

<버스데이 걸>의 스무살 생일 역시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주인공은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누구의 축하도 받지 못한채 하루가 끝나간다. 그러던 중, 갑자기 건강했던 매니저가 고통으로 병원을 가며 평범했던 일상의 흐름이 뒤바뀐다. 주인공은 아픈 매니저 대신 레스토랑의 사장에게 저녁식사를 배달한다. 그렇게 노인과 소녀가 마주한다.

 

*"생일 축하하네" 노인은 말했다.

"아가씨, 자네의 인생이 보람 있는 풍성한 것이 되기를. 어떤 것도 거기에 어두운 그림자를 떨구는 일이 없기를." (P.34)

 

매일 저녁 똑같은 시간에 언제나 치킨요리를 먹는 노인에게도, 그 날은 일상적인 날이 아니었다. 매니저가 아픈 일도 처음이고, 그로 인해 자신의 가게의 직원인 주인공을 처음 보게 된다.

 

나이를 물으며 오늘이 소녀의 스무살 생일임을 알게 된 노인은 와인한잔과 함께 소녀에게 이루고 싶은 소원 한 가지를 묻는다. 소원을 듣고는 자신이 이루어주겠다며 마치 마법사라도 된 마냥 나름의 의식도 치루어준다. 생일에 대한 아쉬움이 뜻밖의 인물에게서 채워졌다.

 

*노인의 주름이 아주 조금 깊어졌다.“,그게 그러니까 자네의 소원이라는 말인가?” (p.45)

 

책은 여자의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끝까지 말해주지 않는다. 어떤 소원이길래 노인이 의아해하며 놀랬을까. 갑자기 미인이나 부자가 되는 것은 감당이 안될 것 같다는 주인공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책의 화자는 주인공의 남편으로 바뀐다. 스무살이었던 소녀는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두 아이가 있는 어른이 되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소원이 정확히 무엇인지 추궁하지 않는다. 대신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1. 그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졌냐는것.

2. 당신이 그것을 소원으로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는가.

 

*"인간이란 어떤 것을 원하든, 어디까지 가든, 자신 이외의 존재는 될 수 없는 것이구나, 라는 것. 단지 그것 뿐이야." (P.57)

 

소원이 이루어졌는지는 확인하려면 시간이 더 흘러야 한다며, 인간은 자신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모호한 대답으로 'Yes or No'를 대신한다.

 

결국 어떤 시기가 지나간 뒤에야 소원의 달성여부를 알 수 있고 ,그것은 나의 모습을 넘어서지 않는 '나의 존재'라는 말로 나는 해석했다.

 

단편이라 길지 않아서 그게 대체 어떤 의미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며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책 속에서 어떠한 단서를 찾아야 할지 추리도 해보았지만, 읽을 때마다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스무살이었을때, 생일을 말해보라 했다면 아마 "수능대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능대박을 치기엔 부족했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탄탄한 실력을 쌓으면 내 존재가 수능 고득점자로 동일시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열심히 소원을 이루기 위해 살라는 자기계발적 메세지일까?

 

<버스데이 걸>의 스무살 소녀의 생일날은 그렇게 흘러간다. 책의 뒷부분에 실려있는 후기에서 작가는 일년의 한번뿐인 생일의 특별함을 축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작가는는 하필 "스무살"의 생일 택했을지 또 한번 생각해보았다.

  

독특한 색감의 일러스트레이트는 책의 미스테리함을 더 극대화한다.

 

*"아우디의 범퍼에 두 군데 쯤 움푹 찌그러진 데가 있어도?"

"그야 범퍼는 찌그러지기 위해 달려 있는 것이지." (P.55)

 

노인은 소녀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떨구어지지 않기를 바랬지만, 아마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범퍼가 찌그러지는 것은 찌그러지기 위해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림자가 생기는 것은 빛 아래 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무살 주인공이 말했던 당시의 생일날 소원이 무엇이었던간에 그것을 해석하는 것은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이었다. 어떤 소원이길래 존재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것인지, 지금도 모르는 인생의 흐름을 더더욱 감잡을 수 없었던 그때의 이야기를 담고있는 <버스데이 걸>.

 

책을 읽은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훨씬 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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