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 정호승 시선집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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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달달한 아이스크림과 함께 음미하는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

 

시집에는 시인의 지난 42년간의 작품 중 가장 사랑받는 시와 신작 시가 모여 101편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책에 담긴 박항률 화백의 손길은 마치 그 시 속으로 들어가 있는 듯, 몰입 된 잔잔함을 느끼게 한다.

 

 

*수선화에게

이번 시집의 제목을 차지한 시 '수선화에게'.

시인은 인간이 가진 외로움을 부정의 대상이 아닌 숙명으로 바라본다. 때문에 우린 흔들리지 말고 그저 당연한 것이기에 묵묵히 내 갈 길을 가야 한다. 울고 있는 너에게 울지 말고 견디라는 것은 조금 야속할 수 있다. 하지만 저 새들도 그림자도, 초월적 존재인 하느님까지도 눈물을 흘린다며 담담하게 위로를 건넨다.

 

가끔씩 이 세상에 정말 나 혼자만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졸업을 하면 무엇을 할지, 취직은 할 수 있을지, 차는 언제 사지, 집은 언제 사지 하는 막연한 불안감에 숨이 턱턱 막힌다. 내 앞에 펼쳐질 수많은 난관들을 견뎌내고 지나치는 일은 오로지 나만의 일임을 안다. 나에게 달린 나홀로의 문제라는 것을 인지한 후, 이어지는 외로움에 눈물이 맺힌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아간다고 한다. 그렇다고 슬퍼하고 멈춰서는 내가 틀린 것은 아니겠지. 외로움에 무뎌질 수 없으니 그저 받아들이며 걸어가야 함을 배웠다.

 

 

 

*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머물렀던 페이지다.

꼿꼿하게 앉아 있는 소녀와 하늘로 뻗은 가지 그리고 그 위의 피어난 분홍색 꽃.

어떤 이들에겐 단지 작은 여자와 그보다 더 작은 꽃으로 보이겠지만, 나에겐 누구보다도 강인한 사람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박혀진 못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다. 하지만 뽑아낸다. 그리고 그 텅 빈 자리를 꽃으로 채운다. 처음부터 못이 박히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까 싶지만, 그렇다면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없다. 못을 뽑아내야 하는 용기와 다시 씨앗을 심는 절박함 그리고 피어나는 꽃을 기다리는 묵묵함. 그 끝에 아름다운 인간이 서있다.

 

그 자리에 과연 나도 서 있을 수 있을지, 하지만 못으로 가득 찬 회색빛 프레임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아직은 멀었다. 지금은 날카로운 못의 바늘들을 보기 좋게 맞이하고 있다. 이제 곧 말뚝이 되어 더 묵직하게 날아올것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피어나는 한 송이, 두 송이 꽃과 함께 더 커질 나의 꽃밭을 기다리면서, 그저 그림 속 소녀처럼 담대하게 앉아있고 싶다.

 

 

    

하나의 시에 담긴 하나의 세계.

간절한 사랑을 노래하는 '별똥별'의 세계.

외에도 책 속에는 수많은 세계들이 모여 있다.

 

사실 이 책을 추천하는 진짜 이유는 '그림'이다.

보는 것 만으로도 고요하고 평온해지고, 속삭이듯 시()구들이 다가온다.

힐링타임으로 혹은 선물용으로도 추천하는 시집 <수선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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