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 - Think Hard! 몰입
황농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의 자기 개혁을 기록한 책. 몰입은 한 가지 문제에 대해 되도록 외부의 도움을 배제하고 천천히 끈질기게 생각하여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며 문제의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는 생활방식이다.

몰입기간 동안은 자신이 정한 한 가지 문제에 모든 일상과 정신을 쏟아붓되, 운동•선잠 등을 통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통해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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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메이커 -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20년, 임동원 회고록
임동원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피스메이커 – 임동원 회고록,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20년
임동원 / 중앙북스 / 2008

국민의 정부 당시 통일부장관, 국정원장, 외교안보통일특보 등을 역임한 임동원의 회고록의 제목은 ‘피스메이커’이다. 이 단어는 마태복음 5장 9절(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peacemaker)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에서 따온 것으로 남북관계가 평화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한 저자의 업적을 한 마디로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책의 내용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의 감격적인 순간부터 출발한다. 박지원-송호경의 물밑 작업, 북한 사업 독점권을 따내기 위한 현대의 무리수, 정상회담에 앞선 저자의 김정일 내방 등을 간략히 설명한 다음 6월 14일 남북정상회담과 6•15 남북공동선언의 내용과 의의를 서술한다. 남측이 부담하는 북의 침략에 대한 위협, 북측이 부담하는 북침의 위협을 정치, 군사적 신뢰조성을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에 당시의 시대적 운과 김정일의 개혁에 관한 의지 등등이 잘 맞아 떨어져 나온 작품이 바로 6•15 남북공동선언. 두 정상은 핫라인 설치, 서로를 향한 비방방송을 그만둘 것은 물론 ‘통일이 목표인 동시에 과정’이며 ‘점진적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임을 합의한다.

다음으로, 임동원 자신의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평북 위원군 출신으로 1950년 17살의 나이로 단신 월남, 1953년 육사 13기로 입교한 후 1961년 육사교수요원으로 선발, 교수로 재직하던 중 출간한 <혁명전쟁과 대공전략>으로 대공전략 최고 전문가로 등극한다. 이후 율곡계획의 실무자로 일하며 군사전략, 안보정책개발에 참여한 후 1980년 육군 소장으로 예편 후 나이지리아, 호주 대사로 일한다(여기엔 정치에 관여하지 않으려 하며 쿠데타는 옳지 않다고 주장한 그의 성향이 전두환에게 맞지 않아 물먹은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이후 저자가 남북관계개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때는 노태우 정권 때이다. 당시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변화하여 북방외교를 추진할 수 있었던 때였다. 소련과 동구권은 시장경제체제로 돌입하며 한국과 수교를 맺고, 서독은 동독을 흡수 통일, 중국은 개혁과 개방의 기치를 높이 올리던 때. 이 시기 북한은 정치, 사회, 심리적으로 수세에 몰리며 경제위기까지 겪게 되어 개방의 압력과 흡수통일의 공포증이 극에 달할 때였다. 북한은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여 생존을 보장받고 싶었고, 일본과는 조속한 수교 후 식민통치 배당금을 받아 경제를 회생하려 했다. 이에 남북관계의 평화적 개선은 북한에게도 생존이 달린 문제였기에 비교적 잘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북방외교 및 남북관계 개선에 실질적인 노력을 보탠 많은 사람들이 있어 화해와 소통의 분위기가 이루어졌는데, 그 중심역할을 한 저자가 평화정착을 자신의 신조로 삼아 남북관계와 관련된 많은 일들을 진행했음은 다행이라 여겨진다. 걸프전, 남한의 팀스피리트 훈련 등을 이유 삼아 북한이 대화를 중단하기도 했지만 1991년 12월 13일 남북기본합의서(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교류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같은 해 12월 31일 한반도 비핵화선언 같은 굵직한 업적이 이 시기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1992년, 노태우 정권의 레임덕 현상으로 인해 국내 보수파들이 대북문제를 걸고 넘어지기시작하고, 이인모를 비롯한 175명의 비전향좌익수 송환희망자를 북으로 돌려보내는 문제도 강경파의 반대로 실패로 돌아가지만, 북한의 경제위기 타개의지와 남한의 협상의지, 그리고 적절한 협상기법의 결과 1992년 9월 남북교류협력 부속합의서 타결에 이르나 이동복 안기부장특보가 저지른 훈령조작사건으로 이산가족상봉문제가 결렬되어 버린다.

1992년 9월 핵문제를 협상카드로 쓰고 있던 북한은 미국과의 마찰이 생기자 1993년 3월 핵확산방지조약을 탈퇴하고, 1994년 1차 북핵위기 대두, 한반도엔 전운의 긴장감이 감돌지만 6월 16일 지미 카터 전대통령의 김일성 주석과의 회담으로 문제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한다. 같은 해 10월, 북한과 미국은 ‘제네바 북미기본합의서’를 채택하여 북한은 핵활동 동결, 핵시설의 단계적 폐기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미국은 북한의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 관계정상화와 경수로형 원자력발전소 건설제공, 중유제공 등을 약속한다.

1995년, 김대중 당시 아태평화재단 이사장의 삼고초려 끝에 아태평화재단 사무총장직을 수락,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의 기초를 마련한다. 이 인연은 1998년 출범한 국민의 정부때에도 이어져 남북교류와 관계개선의 중심역할을 담당한다. 국민의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조는 포용정책으로 평화공존과 화해, 협력 통해 북한의 점진적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었다. 이후 햇볕정책이라 불리는 이 정책은 사실상의 통일상황을 지향하는 것으로 화해와 협력을 통한 북한 개방, 시장경제로의 개혁 그리고 평화공존을 통해 법적인 통일에 앞선 사실상의 통일 상태를 이루어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세계정세의 변화로 인한 북한의 고립과 그로 인한 경제적 파탄, 이어진 자연재해 등 악재의 상황이 가장 큰 요인이었으며, 유화정책이 아닌, 북한보다 우월한 강자로서 당근과 채찍을 함께 쓰겠다는 정책이기도 했고, 또한 이 기조를 외교적 노력과 아울러 평화와 공존공영의 상황으로 이끌어가려 했던 당시 정부의 노력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당시가 IMF 금융위기로 인해 남한 역시 어려웠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또한 이 정책은 포괄적 정책이기도 하여서 최고당국자 접촉과 설득을 통한 위로부터의 변화, 인도적 지원과 민간교류를 통한 아래로부터의 변화, 경제협력을 통한 기능주의적 접근,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과 군사적 신뢰구축, 군비감축을 통한 평화정착 등 다방면에서 ‘사실상의 통일’을 단계적으로 향하고 있다. 더구나 김영삼 정부 당시 남북관계의 악화로 5년을 허비한 것을 생각하면 더욱 빛나는 정책이 아닌가 싶다. 결실 또한 알차서, 1998년 판문점장성급회담 개최, 정주영 회장이 500마리의 소를 이끌고 방북하여 김정일을 만남, 금창리 지하핵시설 의혹에도 굴하지 않았던 금강산관광사업, 미국•일본•중국•러시아와의 외교로 북한을 개방하기 위한 여건을 만들어 낸 일,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 남북장관급회담, 북미공동코뮤니케 등등 화려하게 이어진다.

하지만 2000년 말 부시의 당선, 공화당 다수의석 차지로 화해분위기는 장애를 만나 위기를 겪는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이 루마니아처럼 갑작스럽게 붕괴될 것으로 내다봤고 딕 체니 부통령, 로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네오콘의 압력과 지원에 힘입어 북한에 대해 강경한 적대정책과 봉쇄를 통한 몰락을 원했다. ‘역풍을 만난’ 상황에서도 국민의 정부는 평화를 주장했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궁지에 몰려 자살적 도발을 감행하게 되는 사태를 방지하고 북한이 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화해와 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여 남북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한편 군비통제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부시 행정부는 이전 클린턴 행정부의 평화적 대북외교를 ‘저자세의 극치’라 폄하하며 북한을 ‘믿을 수 없는 나라’라 규정, 대북미사일협상을 하지 않고 요격미사일 개발구축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런 부시에게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한없이 순진하게 보였을 것이다. 북한 역시 모멘텀을 잃고 북미관계 경색을 부추겼다. 일례로 2001년 6월 6일,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며 제네바 합의 개선을 진행할 의사를 보내지만 북한은 거부하며 때를 놓친다. 또한 남한에서도 DJP공조가 깨지며 대북관계정책에 제동이 걸리던 중 미국에서는 9•11사태로 많은 민간인의 목숨이 사라졌다. 2002년 부시는 연두교서에서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선제공격으로 정권교체 시켜야 할 것임을 역설한다. 북한은 이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며 정세는 위축된다.

이 해 2월, 부시가 방한하여 한미 단독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이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부시를 설득한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문제, 무기상으로서의 모습, 인권유린독재자로서의 김정일 위원장의 위험 등 미국의 근거에 맞서 김대중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남한의 의지, 대화와 교류를 통해 북한이 개방되고 경제가 회생에 따른 무기수출 감소와 실제 최근 무기수출액의 현격한 감소, 레이건과 닉슨의 소련과 중국에 대한 태도 등을 들어 응수한다. 햇볕정책은 단순한 유화정책이 아니라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화해정책이며,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군 5만, 한국군 50만, 민간인 100만의 사상자는 물론 산업시설이 거의 다 파괴될, 이겨도 상처만 남을 전쟁임을 설득한다. 이 토론을 통해 부시는 연두교서의 내용을 뒤집고 햇볕정책을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4월, 저자는 평양을 방문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며, 북한에게 미국과의 관계를 우호관계로 돌릴 것을 최대한 설득한다. 2002년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남북관계 활성화를 통해 미국 강경책을 완화할 것과 그로 인해 북한이 얻게 될 이득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한다. 김정일 위원장은 여전히 북한 경제회생을 위해 남한의 도움이 필요했고, 경의선과 동해선을 통해 남북을 잇는 문제, 서울 답방을 통한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 이산가족방문단 교환사업, 남북경협추진, 남북군사당국과 회담 재개 등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2002년 6월엔 서해교전이란 난관이 있었으나 북한은 유감을 표시했고 남북관계가 그로 인해 크게 경색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북일 관계도 우호적으로 진행되고 남북경협문제 역시 진전을 보임에 대해 미국의 네오콘들은 크게 반발하며 북한에 대한 적대적 발언, 즉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개발하고 있다는 정보를 흘린다. 그리고 남북관계에 있어 기존의 단계적 접근이 아닌, ‘대담한 접근’을 하겠다고 선언하며 병행전략이 아닌 연계전략, 즉 먼저 북한이 변화하면 후에 협상하겠다는 선언을 하며 무리한 강경책을 펼친다. 이는 결국 북한의 핵개발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여기엔 국민의 정부 측의, 부시의 대북정책에 대한 안일함이 사태 진전을 방관하는 측면도 있었다. 2002년 9월 25일에 부시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하여 북한이 핵문제를 해결하고 전력을 후방으로 이동할 것을 주장했다. 다음은 이에 대한 임동원의 말이다.

“이 전화를 받은 우리는 어리둥절했다. 부시 대통령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라크 침공에 전력을 다해야 할 부시 대통령이 최근 남북관계의 눈부신 진전, 북한의 개방과 경제개혁 추진,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평양방문과 일북 수교회담 재개,ㅡ 미국에 대해 대북대화를 권고한 ASEM의 ‘한반도 평화선언’ 등에 영향을 받아 드디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낙관적인 해석과 함께 기대감에 부풀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었다.”(660쪽)

오히려 미국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개발을 확증없이 주장하며 전쟁 분위기를 부추겼고 미국은 이를 빌미로 중유공급을 중단, 제네바합의를 파기하며 북한을 더욱 고립시켰다. 이에 맞춰, 세계여론은 미국의 강경책을 환영하지 않았고, 남한에서도 효순•미선 사건을 계기로 반미감정이 고조되었다. 북한은 핵동결을 해제하며 핵카드를 사용한 벼랑끝전술을 펼치고, 그 와중에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한다. 국민의 정부는 저자를 중심으로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 강경파들의 영향력, 핵개발로 강경대응하려는 북한의 태도, 국내의 냉전사고와 보수우경화 추세,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로 어려움을 겪는다.

2005년 북한은 핵무기보유를 선언하고 미사일발사 유예조치를 철회하며 미국에선 부시 행정부가 재선한다. 경색의 분위기가 풀리는 것은 9월, 미•중•일•러•남한•북한이 참여한 6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관계정상화, 에너지 지원, 경제협력에 대한 북미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금융제재, 인권개선 압력, 경제제재•봉쇄로 북한을 수세로 몰고 있었다. 이에 북한은 2006년 10월, 핵실험을 강행하고, 11월 미국에선 부시 공화당이 참패,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네오콘들이 물러나게 되며, 이를 계기로 부시는 대북정책을 적대에서 포용으로 180도 선회하게 된다. 2007년 부시는 베를린에서 북한측과 직접협상을 시도하고 2월, 미국은 금융제재를 풀고 북한은 핵시설가동중단과 폐쇄를 합의한다.

남북관계에 대한 역사는 여기까지 서술되어 있다. 이후 내용은 참여정부당시 대북송금과 국정원불법감청문제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다시 사면복권된 사연을 자세히 서술하며 노무현 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 않는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가 정권말기까지 6•15 남북공동선언의 내용을 재확인하며 실천하려 노력한 점에 대해서는 치하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저자는 강연과 조언 등을 통해 정부의 대북사업을 간접적으로 도왔다.

그리고 책의 말미엔 남북관계와 통일에 대한 비전을 정리해놓았다. 20여 년 간 저자가 걸어온 통일에 대한 철학과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북핵 문제는 미국과의 관계의 부산물이므로 두 나라 간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남한이 외교적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정치적•군사적•경제적 교류는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닌, 서로 연결된 문제로 포괄적•단계적으로 접근할 것을 주장하며, 법적 통일에 앞선 사실적 통일의 단계가 당면과제임을, 그를 위해 한반도에서 특수하게 유지되고 있는 냉전체제를 종식시킬 것을, 통일은 목적이 아닌 과정이며 미래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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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하여 2
시니 글, 혀노 그림 / 영컴(YOUNG COM)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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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하여>는 사후 세계를 다룬 작품이지만 결국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작가가 상상한 작품 속 세계는 무한동력기계처럼 알아서 돌아가는 삶의 터전인 세상이 있고, 그 세상을 창조한 후 세상사엔 개입하지 않는 `신`이 있으며, 세상에서의 생명이 끝나면 인간은 환생절차를 밟게 된다. 죽고 나면, 사람은 `삶과 죽음의 경계`인,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죽음을 자각하며, 빛이 나는 터널을 거치기 전 잠시 신을 만난다. 신은 세상사에 무심하나 경계의 공간에서 자신의 피조물과 만나 대화를 통해 망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신은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으나 자유로우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즐기는 남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신은 망자를 환생의 터널로 인도하는데, 바로 그 시간 동안 망자는 자신의 삶의 가치와 회한을 돌아보게 된다. 터널을 들어간 이후는 묘사가 되진 않지만, 영혼은 전생을 잊고 새로운 존재로 환생한다. 작품은 총 21편의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부분 환생의 터널로 들어가지만 몇몇은 다시 살아나 깨달음을 자양분 삼아 더 나은 삶을 살아갈 기회를 얻기도 한다.


작품의 핵심은 공감을 통한 치유이다. 인간의 숙명인 죽음은 삶을 총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음에 의의를 가진다. 살아 있을 때와 보는 관점이 달라지니 망자들은 깨닫는 것이 많다. 자신의 아픔, 소중했던 무엇, 미련, 고통이 이 경계의 공간에서 기억으로 피어오른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살아있는 독자들에게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로 돌아온다. 찰스 디킨즈가 지은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크루지가 겪은 하룻밤의 카타르시스를, 이 작품을 통해 독자는 얻어올 수 있다. 


또한 각 에피소드엔 여러 가지 상징과 암시가 가득하다. 3화에 등장하는 한부모는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데 뒷주머니에서 17이란 숫자가 적힘 총알을 두 개 발견한다. 그 총알로 신에게 총상을 당한 그는, 죽음의 세계에서 다시 한 번 `죽음`으로써 세상에서 극적으로 살아나는데, 그 총알은 그가 부양해야 할 17세의 두 아이들을 의미한다. 총상의 고통은 아비의 죽음으로 겪어야 할 아이들의 아픔이었던 것. 그리고 20화에 등장하는 `노는 오빠` 스타일의 청년은 죽음에 대한 유유자적함과 동시에 삶에 대한 낙관을 보여주는데, 이는 공자의 21세기형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치 꿈처럼, 세상에 남기고 온 것들, 죽어서까지 간직한 기억들이 상징으로 나타나 망자를 둘러싸고 신과의 대화를 통해 다음 생으로 녹아날 준비를 한다. 


몇 몇 에피소드에서는 범죄자들의 사후를 다루기도 한다. 이들은 특별한 이유없이 한 가정을 살인으로 박살내고,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서 죄책감도 없다. 작품의 사후 세상엔 영원한 불꽃으로 죄지은자들을 벌하는 지옥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계공간은 참회의 기회를 받을 수 있고, 다음 생으로 건너갈 수 있는 정거장 같은 곳인데, 범죄자들은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 괴로움을 느껴보며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공포에 질린다. 이런 절차가 어쩌면 `지옥`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살아 있을 때 공감의 결핍으로 타인에게 고통을 준 자가 사후에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 자신이 만든 `지옥`을 겪어본다고 해도 그것이 진정한 뉘우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죽음은 리셋버튼을 누를 기회를 얻는 통과의례이다. 이를 통해 지난 삶에서의 교훈과 타인과 나눈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은 망자에게 주어진 마지막 선물과 같다. 그러나 그 선물은 환생하며 다시 망깍되고 모든 것이 `초기화`되어버리는 모양이다. 긴 시간 세상은 존재들의 죽음을 겪어왔지만 세상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곳이니까. 한편 제레미 테일러 같은 꿈 분석가라면 이 깨달음이 누적되어 집단무의식으로 녹아들고, 인간은 영적으로 진화한다고 볼 지도 모르겠다. 혹은 스티븐 핑커의 최근작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작가가 방대한 데이터를 근거로 주장한 대로, 인간은 내면의 악마를 잠재우고 인류가 점점 선해지고 있음이(즉, 살인율이 줄어들고 있음이) 바로 이 깨달음의 누적때문이라 상상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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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날아다니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 - 꿈 작업 Dream Work을 통한 무의식의 지혜 탐색, 증보판
제레미 테일러 지음, 이정규 옮김, 고혜경 감수 / 동연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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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작업을 통한 무의식의 지혜 탐색`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꿈이 지닌 에너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보편구제주의의 안수를 받은 목사이자 신학박사로 `살아 있는 가장 경험 많고 통찰력이 뛰어난 꿈 탐험가`로 불린다고 한다. 그림자나 아니마, 아니무스 등의 용어 인용에서 알 수 있듯 꿈과 무의식에 대한 많은 부분을 융의 정신분석학에서 개념을 가져왔다. 그런 후 그런 개념들이 꿈을 통해 어떻게 나타나고 개인에게 영향에 관해, 필자가 해온 수십 년 간의 꿈 분석 작업을 토대로 자세히 설명했다.

꿈은 무의식을 보여주는 창이고, 우리 인간은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지닌 존재이나 현대사회로 들어서면서 의식의 세계에 편향되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깨진 균형은 개인과, 그 개인이 모여 이루어진 공동체에 비극과 슬픔을 가져온다. 따라서 인간은 무의식이 전하는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점검할 필요가 있고, 그 무의식으로 향한 통로가 바로 꿈이라는 것.

다만, 꿈은 우리가 살아가는 선형적인 세계와 달라서 여러 상징과 은유의 이미지를 언어로 삼아 소통하려 하며 보여주며 다층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그것은 개인의 의식 속에서는 떠올리기 힘든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억눌린 감정, 좀더 돌보아야 할 정서 등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지하실에서 열린 파티장으로 내려간 한 여성이 파티장에서 사람들로부터 소외를 당하고, 들고 있던 핸드백 속에 고기가 썩어가는 것을 본 꿈은 방광에서 자라고 있는 악성 종양을 의미하는 동시에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겪는 성차별에서 받은 상처를 의미하기도 한다.

개인은 꿈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투사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그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치유하며 앞으로의 생활과 삶에 대한 지침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꿈 속에선 개인이 억압한 그림자의 모습들이 나타나는데 필자는 이를 직면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정 소수자에 대한, 혹은 약자에 대한 혐오는 자기 안의 억제된 그림자를 인정하지 못해 비뚤어지게 투사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로 인해 벌어진 비극은 전쟁과 학살, 성차별, 인종차별 등 인류가 갖고 있는 고질적 병폐들이다. 따라서 개인의 꿈을 통한 치유와 무의식의 직면은 이런 병폐를 막을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꿈의 기능은 이런 치유와 암시에서 그치지 않는다. 꿈을 통해 개인은 집단무의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과 소통을 통해 인류의 의식은 `진화`한다. 개별적인 삶에서 깨달을 수 없는 인류의 지혜와 치유의 힘을 꿈을 통해 접할 수 있으며 인류의 영적 진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꿈은 우리가 의식 세계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말을 걸어오지 않는 까닭에 꿈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사람들과 나누며 깨닫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꿈 그룹이다. 책에서는 꿈을 기억하는 방법, 기록하는 방법, 그리고 모임을 조직하며 토의를 이끌어나가는 과정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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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 사용법 - 진정한 나를 마주하기 위한 꿈 인문학
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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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꿈이 가진 치유력, 그리고 무의식으로의 접근이 가진 에너지에 대해 설명한 책인 <사람이 날아다니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의 저자 제레미 테일러는, 세계꿈연구협회의 창립 멤버이자 경험이 풍부한 꿈 분석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 제자이자 신화학박사인 고혜경이 지은 책으로 `진정한 나를 마주하기 위한 꿈 인문학`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머리말에서 ˝꿈은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텍스트˝이며 ˝인간은 누구나 깊고 오롯한, 본질적인 자신을 알고 싶은 욕망˝이 있음을 역설한 필자는 책의 전반을 꿈의 특징과 무의식과의 관계를 다루는 데 할애한다. 상당부분이 그의 스승 제레미 테일러의 의견을 빌려오고 있다. 스승에 따르면, 꿈은 첫째, ˝언제나 보편적인 언어로 표현되며 꿈꾼 사람의 건강과 자기 실현을 돕는다.˝ 둘째, ˝그 꿈이 무슨 뜻인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꿈꾼 사람뿐 이라는 것이다.˝ 셋째, ˝꿈은 수많은 층위의 의미들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이렇게 세 가지로 꿈과 그 꿈의 분석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한 다음,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이나 다른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의 꿈을 약간의 예시로 들면서(`약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꿈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과 예시가 유기성이 끈끈하다든가 깊은 통찰을 제시하기엔 부족했기 때문) 꿈이 지닌 치유의 힘과 통찰의 힘, 그리고 꿈의 상징적 특징에 관해 설명한다.

그리고 꿈이 나타내는 무의식의 모습을 좀더 상세화 하기 위해 후반부에서는 아니마와 아니무스, 그림자, 개인의 신화 등에 대해 로버트 존슨과 칼 융 등 학자들의 의견을 빌려와 이야기하는데 챕터의 전체적 통일성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다.

정리하면, 필자는 꿈과 그 분석을 통해 `내 안에 있는 나`를 보듬고 관찰하며 착하게 살기보단 자신을 온전히 살아가길 당부한다. 그를 위해 꿈 분석은 물론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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