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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혼 - 김원일 중단편전집 1
김원일 지음 / 문이당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새벽 4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격한 복통이 있었다.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는데 5시 반부터 통증이 가라앉길래 그런가보다 했더니 오후 4시부터 다시 아프기 시작, 일을 취소하고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대장을 안에서 쥐어짜는 듯한 아픔, 그리고 덩달아 아픈 허리. 가기 전에 어설픈 검색을 했더니 통증에 관한 말들이 모두 무시무시하다-대장암, 장염, 복막염, 맹장염...
병원에 가기 전 에코백에 지갑과 폰을 넣었는데 폰에 배터리가 14%밖에 충전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읽을 것이 필요한데.. 해서 손에 잡히는 대로 들고 온 것이 김원일의 <어둠의 혼>이었다.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CT촬영 후의 결론은 콩팥에 돌. 외과적 처치로 파쇄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서 진통제와 수액을 맞고, 처방약과 ‘물 많이 드세요x10000000’란 충고를 받고 방금 집으로 돌아왔다. 그 동안 <어둠의 혼> <도요새에 관한 명상> <연> 세 편을 읽었다. 방랑하는 혹은 사회개혁에 몸을 던진 아버지와 그의 부재, 그런 삶에 대한 이해의 시선, 그 이해를 얻기까지 겪어야 했던 어린 나의 고통, 김원일 작가 특유의 비유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문체 등이 피, 주사바늘, 희미한 약 냄새, 침대 옆의 커튼, 링거대 등과 함께 기억 속에 남게 되었다.
결론 : 여러분 물을 많이 마십시다 ㅠ
* 덧붙임 :
1. 택시 기사분이 옆자리에 생수를 바리바리 사놓으셨다. 대구 식수 오염의 사태가 피부로 확.
2. 병원 분들이 좀 과하게 친절하셨다. CT 촬영 도중 조영제때문에 구토했는데(다행히 신의 한 수로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아 나오는 건 없었지만) 촬영 마치고 다시 진료실로 가는 도중에 마주친 간호사 선생님들 하나같이 “어머!! 구토하셨다면서요! 연락 받았어요 ㅠㅠ 힘드셨죠 ㅠㅠ” 하고 인사를. 아니 저 괜찮은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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