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나만의 속도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안전한 수단이고, 욕하거나 탓하지 않고 한 사람을 이해하는 괜찮은 방법이었다. - P23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가 발 디딘 삶에 근거해서 한 줄씩 쓰면 된다.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은 누구나 글감이 있다는 것.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뿐이랴. 글쓰기는 만인에게 공평하다. - P49
가끔 항의를 받는다. 글쓰기 수업에서 왜 이리 무겁고 우울한책만 읽느냐고 일주일 내내 기분이 가라앉아 혼났다고 나와 눈도 안 마주치고 말한다. 원망스러운 것이다. 이런 반응이 오면좋다. 언어에 감염된 그 사람이 아름다워 보인다. 애잔하기도 하다. 책 속의 말들이 자신의 아픈 경험을 바늘처럼 콕콕 찌른 것일 테니. - P107
나쁜 글이란 무엇을 썼는지 알 수 없는 글, 알 수는 있어도 재미가 없는 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만 쓴 글, 자기 생각은 없고 남의 생각이나 행동을 흉내낸 글, 마음에도 없는 것을 쓴 글,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갈피를잡을 수 없도록 쓴 글, 읽어서 얻을 만한 내용이 없는 글, 곧 가치가 없는 글, 재주 있게 멋지게 썼구나 싶은데 마음에 느껴지는 것이 없는 글이다. - P127
난 아직도 부사를 습관적으로 쓴다. 초고에서는 쓰고 싶은 대로 쓰고 퇴고할 땐 부사부터 솎아낸다. 우선, 대개, 다소, 어김없이, 틀림없이, 가까스로, 완벽하게, 그러니까, 넌지시, 무심코, 시종일관, 부디, 거의, 때로…………. 이런 것들이 매번 끝도 없이 나온다. - P171
글쓰기는 냇물에 징검돌을 놓는 것과 같다. 돌이 너무 촘촘히 놓이면 건너는 재미가 없고, 너무 멀게 놓이면 건널 수가 없다. 이성복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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